세계 최초 품종 보호 출원 ‘파코탄소꽃이끼’ 등 20종 등록
도시 유해물질 흡착 능력 탁월, 10분 이내 탄소 65% 감소

청정지역 지표식물 이끼, 탄소흡수원으로써 활용 가능성 높아
도시열섬 효과 낮추고, 홍수 피해 저감··· 녹색도시 조성 최적

인천광역시 남동구 장수로에 위치한 파코바이오앤그린(주) 이끼 연구동에서 이끼 생육을 살펴보고 있는 신길호 연구소장 /사진=박선영 기자
인천광역시 남동구 장수로에 위치한 파코바이오앤그린(주) 이끼 연구동에서 이끼 생육을 살펴보고 있는 신길호 연구소장 /사진=박선영 기자

[환경일보] 박선영 기자 = 5월 초 고양특례시 호수공원 일원에서 개최된 꽃박람회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봄꽃의 화려함을 즐기는 동시에 이르게 찾아온 더위를 피해야 했다. 태양볕을 피할 수 있고 쿨러에서 간간이 물이 뿜어져 나오는 실내터널에 관람객이 모여들었다.

터널 입구에 들어선 관람객들은 꽃 대신 바닥에 놓인 이끼를 보며 낯섦을 감추지 못했다. 이곳은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이끼 생태정원으로 관람객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출구에서 주고받는 대화도 듣고 직접 감상평을 물었다. 외부보다 쾌적했다는 것과 이끼 정원길을 걸으며 이끼의 자연스러운 매력을 발견했다는 평이었다.

다만, 터널에 한 종류가 아닌 다양한 종류의 이끼가 식재돼 있다는 것까지는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국내 최초로 품종보호 출원한 파코탄소꽃이끼를 볼 수 있었던 고양국제꽃박람회 '이끼 생태정원' /사진=박선영 기자
국내 최초로 품종보호 출원한 파코탄소꽃이끼를 볼 수 있었던 고양국제꽃박람회 '이끼 생태정원' /사진=박선영 기자

터널에 식재된 이끼는 4종이었다. 이끼 생태정원을 기획, 시공한 신길호 파코바이오앤그린(주) 이끼연구소 소장은 “고양꽃박람회 이끼 생태정원에서 관람객이 본 파코탄소1호(탄소꽃이끼), 흰털실이끼, 모래꽃이끼, 깃털이끼는 다른 이끼보다 탄소흡수량이 높고 자체 증·발산 작용으로 터널 안이 쾌적하고 시원하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길호 소장이 다른 이끼보다 탄소흡수량이 높다고 소개한 이끼는 모두 파코바이오앤그린 이끼연구소에서 개발됐다. 현재 등록된 이끼 종류만 20종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끼 종자를 생산하는 파코바이오앤그린 이끼연구소를 찾아 신길호 소장에게 기후위기 시대 탄소흡수원으로서 이끼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홍수 피해 저감, 열섬 현상 감소 기대

전 세계적으로 품종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인 이끼는 청정지역을 나타내는 지표 식물이다. 습윤성과 내한성을 가져 도심 열섬 효과를 낮추고, 체내에 물을 저장하는 특성으로 홍수피해 저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탄소꽃이끼 품종 개발은 신길호 소장이 탄소흡입량이 많은 식물을 연구하던 중 시작됐다. 이끼가 가진 다양한 장점에 높은 탄소흡수량을 더할 계획이었다. 세계 최초 품종 보호권을 획득한 탄소꽃이끼는 기존 이끼에 비해 광합성 속도가 6배 빠르고 잎수는 대조품종(늦은서리이끼 일반종)보다 평균 27개 더 많다.

파코바이오앤그린 이끼연구소는 기후위기 시대 도시와 국내 환경에 최적화된 이끼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다년간 연구를 거듭했다.

“자신의 부피 20배 이상의 물을 체내 저장시키는 특성으로 홍수 피해 저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도시의 유해물질(휘발성 유기화합물, 미세먼지 등)을 흡착하는 능력이 있다”고 탄소꽃이끼를 소개한 신 소장은 “사계절 푸른 상록식물인 탄소꽃이끼는 내열 및 내건조성 식물로 강한 생존력과 회복력을 보여 도시에서 지속 생존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한국대기환경학회 ‘기후위기 시대의 탄소중립 해결을 위한 이끼 활용 연구’ 보고서(2023. 3)는 탄소꽃이끼에 대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도심 열섬현상 감소에 효과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험 결과 10분 이내 이산화탄소를 65% 이상 감소(700ppm->250ppm)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소 분석 결과 탄소 함유량은 평균 44.6%였다.

“기후변화에 강해 녹색도시 조성 활용성 높아”

정권 한국대기환경학회 실태 및 정책분과 위원장은 “도시의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유해물질(VOCs, 이산화탄소, 대기오염 물질)을 흡착하는 능력이 뛰어난 탄소꽃이끼는 혹서 환경이나 영하의 척박한 기후변화 환경에서도 강한 생존력을 보여 도심 내 공원, 수직정원, 옥상녹화, 입체녹화 등 녹색도시 조성 시 탄소중립 대응을 위한 활용성이 높다”고 전했다.

신 소장은 “기존 돌을 놓고 잔디와 나무를 심던 조경에서 최근 지자체는 친환경적인 환경 정원·거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이끼가 지금보다 더 조경 재료로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꽃이끼는 풀이 나지 않도록 시공해 한번 식재하면 깎거나 거름, 농약 살포 등의 관리가 필요 없어 도시녹화에 유리하다. 생장을 위해서는 오직 탄소만이 필요하다. 6개의 탄소를 먹으면 6개 산소를 내보내는 식이다. 탄소를 먹고 엽록소를 만드는 탄소꽃이끼는 질소는 거의 먹지 않는다.

서울시 건물 62만동 옥상에 탄소꽃이끼를 식재하는 것이 신 소장의 바람으로, 고양국제꽃박람회가 끝나고 이끼 시공을 위해 많은 전화를 받고 있다는 것이 신 소장의 전언이다.

인천대공원 내 이끼정원 /사진=박선영 기자 
인천대공원 내 이끼정원 /사진=박선영 기자 

인터뷰 바로 전 일정도 인천대공원 내 200평 규모의 이끼정원 시공작업이었다. 인터뷰가 진행된 연구소 벽면의 월중 계획표에는 토요일과 휴일에도 일산을 포함한 천안, 안동, 남원까지 작업 일정이 예정돼 있었다.

현재 삼성물산 에버랜드리조트, LG곤지암리조트(화담숲), 아침고요수목원, 대림원예, 더가든 등 일반 수목원 및 조경공사업체를 주요 거래처로 두고 있다. 또한, 중부지방산림청, 창원시, 극지연구소, 금오공대, 인천시 미추홀구 등과도 협력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이끼식재 제안이 들어오면 이끼 심을 곳의 일조량과 장소에 따라 이끼를 선택한다. 신 소장은 “이끼는 축축하고 음산하거나 그늘이 많은 곳에만 자랄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이끼 품종 개발을 더디게 한 주요 이유라고 말했다. 탄소꽃이끼는 상온 45℃에서 견디는 실험과 영하 70℃ 실험을 실시한 결과 특별히 장소를 가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내동 일원에 위치한 대상공원에 세워질 60M 높이 빅트리 전망대 조감도 /사진제공=파코바이오앤그린 
경남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내동 일원에 위치한 대상공원에 세워질 60M 높이 빅트리 전망대 조감도 /사진제공=파코바이오앤그린 
이끼가 심어진 탄화코르크 소재 소나무 표피는 빅트리 타워 벽면에 부착된다. /사진제공=파코바이오앤그린
이끼가 심어진 탄화코르크 소재 소나무 표피는 빅트리 타워 벽면에 부착된다. /사진제공=파코바이오앤그린

특히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내동 일원에 위치한 대상공원에 약 60M 높이의 타워 몸체를 이끼로 덮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일명 빅트리 전망대 조성 사업으로 이끼를 탄화코르크 소재 소나무 표피에서 길러 타워 벽면에 부착(약 3만개)한다는 계획이다.

폐목과 지역 주택가에서 나온 항아리를 활용해 만든 부천상동호수공원 내 이끼 정원 /사진제공=파코바이오앤그린
폐목과 지역 주택가에서 나온 항아리를 활용해 만든 부천상동호수공원 내 이끼 정원 /사진제공=파코바이오앤그린

전문인력 양성, 이끼연구 분야 강국 목표

이끼연구소에서는 현재 기후변화에 더욱 적응력을 높인 새로운 품종을 연구 중이다. 세계 최초로 탄소꽃이끼를 만든 저력과 이끼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대한민국을 이끼연구 분야 강국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끼를 절개지 자연복원, 산불피해지역복원 등 생태계 복원 사업에 활용할 방법을 찾고, 노란이끼, 자색이끼 등 컬러 이끼를 개발해 2년 안에 만들어 선보일 계획이다.

[파코바이오앤그린 신길호 소장이 전하는 ‘기후위기 시대 지구를 지키는 한마디’]

이끼는 다른 생물들의 터전이 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자라고 죽으면서 다양한 영양분을 제공해 다른 식물들이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이 되기도 한다. 이끼의 강인한 생명력과 이끼를 활용한 생태기반 조성은 기후위기를 겪고 있는 지구 생태계를 지키고 복원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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