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사람과 동물의 공존··· 자연성 회복 위한 세밀한 계획 필요

[환경일보] 또 산불이다.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은 미국과 유럽에까지 영향을 끼칠 정도로 사상 최악이다. 산불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지구촌 곳곳을 삼키고 있다. 규모도 더 커지고, 일어나는 횟수도 잦아졌다. 기후변화가 초래한 가장 큰 재난 중의 재난이다. 인간에게도, 숲에서 살아가는 동식물에게도 너무도 혹독한 재앙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연평균 기온이 1.5℃ 증가하면 산불 기상지수가 8.6%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대형 산불로 인해 인명‧재산 피해는 말할 것도 없지만, 생태계 손실 또한 막심하다. 목재 자원의 소실과 식생, 토양을 변화시켜 산림유전자원의 인위적 변화를 초래하게 된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서식하는 야생동물의 개체 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야말로 생태계 파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불은 모두 756건으로, 최근 10년(2013~2022년)간 평균인 536.8건보다 40% 이상 늘었다. 총피해 면적 또한 약 2만4795ha로, 최근 10년간 평균인 약 3559ha의 7배에 달한다.

지난 3월 울진 금강송면에서 발생한 화재로 전소된 숲
지난 3월 울진 금강송면에서 발생한 화재로 전소된 숲

작년 발생한 울진‧삼척 산불은 서울시의 1/3 규모의 면적이 불타는 등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으며 산림보호구역 내에서 발생한 가장 큰 화재로, 멸종위기 1급인 산양을 포함한 야생 포유류, 희귀 조류, 양서‧파충류 등도 큰 피해를 입었다.

현재까지 산불 피해 지역에서는 멸종위기 포유류 1급인 산양과 수달, 2급인 담비, 삵, 하늘다람쥐 등의 서식이 확인됐다. 울진‧삼척 산불은 두천리, 소광리 중심으로 산림복원대상지 일대에 넓게 분포돼 있으며, 산불 전소지 일대에는 산양 서식이 발견됐다.

국립생태원은 울진‧삼척 산불 피해지 산양 서식 현황을 연구한 결과 산양 서식 위협요인으로 산불로 인한 산림 파편화와 서식지 질적 저하, 서식지 소실에 따른 개체군 이동에 따른 로드킬 위험 증가, 주변 서식압 증가와 봄철 먹이 부족에 따른 폐사 위험 증가 등을 꼽았다.

올봄 강화도에서 발생한 산불은 축구장 30개 크기의 산림이 소실됐다. 분명한 건 그곳을 터로 삼아 사는 동식물의 생태도 사라진다는 점이다. 산림 복원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산불로 인해 산림 생태계에 어떤 피해가 생겼는지 정부, 학계, 민간이 협력해 정밀하고 깊이 있는 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산림 생태 복원의 원칙과 방향을 세우고, 자연성이 잘 회복될 수 있도록 세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는 기후위기 시대 인간과 동물의 공존,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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