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계속운전’ 두고 찬반··· 세계 각국은 재생에너지 확대

[환경일보] 정부가 40년 수명을 다한 고리2호기를 다시 가동하기 위한 여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3번째 원전인 고리2호기는 운영 허가 만료에 따라 최근 40년 만에 전원을 내렸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고리2호기는 해체될 계획이었지만, 윤석열 정부가 친원전으로 방향을 틀면서 운영 중단에 들어갔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계속운전’을 위한 절차 개시가 늦어져 일정 기간 가동 중단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고리2호기 운영변경 허가를 신청했는데, 안전성 검사와 설비개선 등의 절차를 거쳐 2025년 6월 재가동시킨다는 계획이다. 재가동이 이뤄지면 고리2호기 수명은 10년 연장된다.

고리2호기 계속운전에 대한 찬반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우선 찬성하는 쪽은 탄소중립 방안으로 원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 40%를 달성하기 위해 부지 조사부터 건설 착공까지 9년가량 소요되는 신규원전보다, 허가신청부터 계속운전 시작까지 3년 정도 소요되는 수명연장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또 국가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을 든다. 주요 발전원별 정산단가(원/kWh)는 원자력 52.5, 풍력 191.7, 태양광 191.5, LNG 239.3이다. 전기요금 상승은 무리한 탈원전 때문이며, 서민 지갑 사정을 고려해서라도 원전 계속운전을 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반대 측은 수명을 다한 노후 원전의 안전성을 거론한다. 고리2호기는 40년간 운영하면서 공개된 고장 횟수만 69건에 달한다. 매년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는데, 오래될수록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우리나라 원전 수명연장 심사 체계는 여전히 답보 상태이고 미흡하다”며 “현재 엉터리로 진행되고 있는 고리2호기 방사선 환경영향평가 심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체르노빌·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대형재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주와 포항을 덮친 지진과 부산과 울산에 불어닥친 태풍으로 원전이 중단된 것을 목도했다. 월성원전에서 비계획적인 삼중수소 누출 사고가 있었지만, 괜찮다는 말로만 무마하는 현실을 보면서 원전 운영을 신뢰하기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고리2호기는 부산과 울산에서 고작 30km 떨어진 곳에 있다. 사고가 발생한다면 후쿠시마보다 더 큰 재앙에 마주한다. 원전을 설계한 사람들도 노후 원전은 더 많은 고장과 위험을 안고 있다며 지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라고 경고한다.

발전소에 임시 저장된 고준위 핵폐기물도 문제다. 위험한 핵폐기물을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하겠다는 땜질식 계획도 문제지만, 향후 보관할 방식과 처리기준도 마련하지 못했다. 이처럼 불안한 상황에서 수명을 연장하는 건 미래세대에 핵폐기물 처리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다.

최근 탄소중립과 전기요금을 거론하며 원전을 찬성하는 목소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단면만 본다면 일리가 있지만, 원전은 복합적으로 봐야 할 문제다. 기후위기 대응과 국가온실가스감축,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등 시대적으로나 세계적으로나 친원전은 위험사회로 가는 길이다.

사실 수명을 연장하는 방안을 기후위기 대응으로 평가하는 국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유럽연합의 녹색분류체계(EU 택소노미)를 거론하지만, 우리나라는 전제조건을 맞출 수 없다. 핵폐기장이 없고, 연료의 안전성을 확보할 만한 기술도 없어서다. 핀란드만이 고준위 핵폐기장을 만드는 유일한 국가다.

세계 각국이 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하고 있다. 에너지 안보는 물론 에너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재생에너지의 대량 생산과 수출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정부는 모름지기 현실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한 걸음 앞서 시대를 예견하는 혜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 원전의 위험과 기후위기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길이 무엇인지 돌아보고 현명한 결단을 내리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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