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염수 방류로 소금 대란··· “불안감 해소할 근본 대책 마련해야”

[환경일보] 전국적으로 소금 품귀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가자 불안감이 커진 소비자들이 미리 소금을 사두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대형마트에선 소금이 진열되는 대로 동나는 등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 서울 주요 대형마트와 지역 농협에 문의한 결과 “최근 천일염은 진열하자마자 소진된다”며 “하루에 몇 번 채워 놓지만, 이제는 채워 놓을 재고도 없다”고 말했다.

천일염 수요가 급증하자 일부 마트에서는 소금 구매를 인당 한 개로 제한했다. 온라인 쇼핑몰도 주문 폭주로 배송이 최장 10일 이상 소요된다. 소금값이 크게 오르자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소금을 비싼 값에 되파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지난 20일 한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2010년산 신안 천일염 소금 30kg을 판매한다’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는데, 후쿠시마 원전 폭발 전 생산된 소금이라며 가격을 무려 150만원으로 책정했다.

유통업계에선 소금 수요가 공급을 뛰어넘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내달 앞으로 다가왔고, 이에 대한 시민 불안감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60대 주부 이모씨는 “주변에서 소금을 잔뜩 사두길래 더 불안해져 소금을 구하고 있다”며 “손주 먹을 음식을 오염된 소금으로 쓸 수 없지 않냐”고 말했다.

소금은 일반 수산물과 달리 음식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재료이며, 필수 섭취를 해야 한다. 천일염 사재기로 소금 가격이 껑충 뛰자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소금을 적게 쓰면 음식 맛이 변하니 사용량을 줄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소금을 구하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정부는 “사재기는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천일염뿐 아니라 꽃소금과 맛소금 매대까지 텅 비어가고, 제품이 들어와도 구매 제한으로 마음껏 살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괜찮다”는 입장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정부는 사재기가 일시적이고 다음달 소금 생산량이 회복되면 가격도 안정될 것이라고 했지만, 시장은 매우 회의적이다. 늘어나는 공급량만으로 불안 심리를 낮출 수 없으므로, 다시 사재기 현상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리 대책을 세우지 않은 점도 문제다. 정부가 방사능 우려로 소금 대란이 일어날 줄 몰랐을까. 당연히 예측할 수 있었다. 지난 2011년 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소금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면서, 천일염이 동이 났다.

2011년 천일염 가격을 살펴보면 3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라 30kg 8000원이었던 소금 가격이 2만원으로 뛰어올랐다. 소금 가격이 오르자 김치와 장류 등 식품 가격도 덩달아 인상됐다.

깨끗한 우리 소금을 미리 사두려는 국민의 바람은 당연하다. 먹거리는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정책을 버리고, 사회·경제적으로 국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사전 대비를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 불안감을 해소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공급량 확보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공급량을 늘린다 해서 불안감이 없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염수 방류가 미치는 다각적 영향은 물론,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이고 신뢰할만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천일염 재고 확보를 비롯한 유통 및 가격인상억제 방안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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