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보 시민 공개 강화··· 정부, 적응력 키울 방안 마련해야

[환경일보] 올해 선풍기를 꺼내 청소한 날짜는 5월 초였다. 15년 전 선풍기를 청소한 기록이 6월5일인 것이 너무나 낯설게 느껴진다.

기상청에서 축적한 지난 50년간의 데이터를 보면 우리나라 6월 평균 온도 상승이 가팔랐음을 알 수 있다. 1973년부터 2022년까지 6월 평균온도는 1.4℃, 7월과 8월은 각각 0.9℃ 상승했다.

지역별 자료를 보면 대구가 가장 더운 지역이라고 회자되는 이유가 있다. 대구 6~8월 평균기온(6월 28.7℃, 7월 30.8℃, 8월 31.3℃)이 30.3℃로 가장 높아서다. 반면 강수량은 전국 지자체 중 가장 적었다. 6~8월 598.4mm로 전국 평균 727mm에 훨씬 못 미쳤다. 같은 기간 평균 온도30.1℃로 대구와 비슷한 전주는 751.4mm였다.

“요즘 날씨 왜 이러느냐”는 말을 많이 하지만, 날씨 변화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진행돼 왔다. 10년 전 6월 이상고온 발생일수는 5일이었다. 지난해 7.9일로 늘었다. 7월은 5.5일에서 지난해 7.3일로 증가했다.

이제 7월 장마 뒤 8월 땡볕은 서울지역 기상 통계만 보면 옛말이 됐다. 지난 10년간 8월 강수량이 가장 많은 지역은 서울이었다. 평균 348.2mm로 최저는 대구광역시로 245.3mm였다. 최근 서울에서 물난리가 반복된 것은 6~8월 강수량이 892.1mm로 전국 평균 727.3mm보다 많아서이다. 지난해 8월8일 동작구 신대방동 하루 강수량이 381.5mm를 기록한 것이 10년간의 기록만 보면 새로운 현상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기습폭우로 지하차도가 침수돼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몇 년간 유난히 7월에 도심 물폭탄이 집중된 부산은 7월 평균 강수량이 327mm로 가장 많았다. 뜻밖의 변화를 의미하는 이변이 반복되며 일상이 된 것이다.

이처럼 여러 기후 데이터를 종합해보면 이미 발생한 기후변화가 지난 10년간 강도를 키워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문제는 기후변화 대응 역량이다. 전력계통 위험 기상요인인 산불과 태풍은 해마다 빈도는 잦아지고 규모는 커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계통 규모에 비해 재생에너지 비중이 큰 지역이 공급측 급변동에 대한 대응 능력이 충분한지, 기상변동에 따른 태양광·풍력을 포함한 발전량 예측정확도에 대해 시민들에게 공개된 정보는 없다.

정보를 알지 못하면 대응에 더딜 수밖에 없다. 이제는 매해 갑작스런 천재지변이라는 말을 하며 혼란을 반복하는 것이 아닌 축적된 기후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민들이 침착하게 대응과 수습에 나설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5월 공개된 윤석열 정부 1년 ‘30대 국정과제 핵심 성과’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언급을 찾을 수 없고 환경 분야를 따로 구분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올여름 맞닥뜨릴 폭우, 태풍에 걱정이 앞서는 것은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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