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최대 피해자 어린이, 극한 기후 경험 증가

[환경일보] 기후위기로 아동의 권리가 위협받고 있다. 전 세계 어린이 4명 중 1명은 이미 이상기후 영향을 받고 있으며, 2050년까지 거의 모든 지역 어린이가 더욱 빈번한 폭염에 노출될 것이라는 보고서가 여러 기관에서 발표됐다.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 분석에 따르면 2020년 태어난 아동들은 1960년대 태어난 사람들보다 이상기후를 4배 더 많이 겪는다. 특히 폭염은 6.8배 이상 더 많이 경험할 것으로 보인다. 산불은 2배, 흉작은 2.8배, 가뭄은 2.6배, 홍수는 2.8배 더 겪게 된다.

유니세프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2050년까지 지구상 어린이 94%는 매년 4~5차례 최소 4.7일간 지속되는 장기간 폭염에 노출된다. 이미 전 세계 어린이 중 5억5900만명은 매년 최소 4~5회 위험한 폭염을 겪고 있으며, 아동 피해자는 2050년까지 4배 가까이 증가해 20억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기후위기는 아동이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삶을 누리기 위한 생존권을 위협한다. 홍수 발생으로 식수가 오염되면 아이들은 설사와 말라리아 등 관련 질병에 걸릴 위험이 커지고, 가뭄으로 식량이 부족해지면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아이들이 늘어난다.

일례로 최근 몇 년간 이어진 폭염과 가뭄으로 이라크와 북동부 시리아에 식수를 공급하는 유프라테스, 티그리스강 등 주요 식수원의 수역이 낮아지며 수백만명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기후위기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 심각한 문제인 미세먼지는 아이들의 성장 발달을 저해하고, 폐 손상과 폐렴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겨울, 기상이변으로 몰아친 한파는 난방비와 난방용품이 부족한 저소득가정 아이들의 일상에 실제적인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2050년에는 아시아, 아프리카를 넘어 유럽 어린이들이 극심한 폭염 최대 피해자가 될 위험에 처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에서 극심한 폭염에 노출되는 어린이는 1300만명에서 2050년 6200만명으로 5배 증가할 예정이다. 사실상 30년 이내에 모든 어린이가 극한의 폭염에 노출된다는 이야기다.

아이들의 삶을 위협하는 기후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다. 무분별한 과잉생산·대량소비·쓰레기 배출은 지구온난화를 심화시켰다. 눈앞의 편의와 금전적 이익 때문에 다음 세대가 감당할 부작용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억울한 사실은 어른들이 만든 문제를 아이들이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기성세대와 비교했을 때 깨끗한 자원도 부족하고, 전염병에 노출되거나 안전한 곳에서 살아가는 게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세계 곳곳에서 기후 대응을 위해 등교를 거부하고, 거리 시위에 나서고,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후위기 최대 피해자’인 그들은 문제를 훨씬 더 잘 인식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재난 위험에 대한 인식 개선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산업 구조 및 인프라 개선 등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 세대가 다음 세대를 위해 책임 있는 대처 능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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