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가뭄으로 농업용수 부족, 식량안보 위협

[환경일보] 물 부족은 아프리카, 중동의 사막 등에서만 불거지는 문제가 아니다. 상파울로, 멜버른, 자카르타, 런던, 베이징, 이스탄불, 도쿄, 멕시코시티, 바르셀로나 등의 대도시들도 앞으로 수십년이 지나면 사용할 물이 바닥날 것으로 전망된다. 2040년까지 대부분 국가들은 물이 부족해 연간 수요를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인구의 증가는 단순히 식수가 더 필요하다는 문제가 아니다. 인간이 직접 사용하는 물은 전체 담수의 8%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농업과 산업에서 사용한다.

농업이 식량안보와 국토의 지속가능성에서 국가전략으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농업용수 역시 농업의 발전을 넘어 장기적 관점에서 식량안보를 위한 핵심 자원으로 대두되고 있다.

2021년 발표된 국가물관리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용수는 우리나라의 전체 물 사용량 372억톤 중 42%에 달하는 154억톤에 해당할 만큼 국가 전체 물 사용량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따른 잦은 가뭄과 홍수로부터 다가오는 위협은 농업계는 물론 국민의 안전과 국가 차원의 물관리 시스템까지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우리나라 전국 저수지의 87%는 축조된 지 50년을 훨씬 넘을 정도로 노후화됐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흙으로 건설돼 가뭄‧홍수 발생 시를 대비한 농업용수의 관리는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농업용수의 수위조절을 가능하게 만드는 저수지 역시 전체 3400개소 중 508개소로 15%에 불과해, 자연재해로부터의 피해 가능성에 노출돼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게다가 기후변화로 가뭄의 빈도‧강도는 거세지고 있다. 국내 가뭄은 5~7년 주기로 발생했으나 이제는 매년 발생하고 있으며, 지난해 광주‧전남의 기상 가뭄 발생일수는 281.3일로 관측 이래 최장기간을 지속했다.

2022년 전남지역 강수량은 역대 최저 3위를 기록했다. 당해 연도 전국 강수량은 평년 86.7%였으나, 특히 전남 강수량은 854㎜로 평년의 60.9%에 그쳤다.

더불어 올해 영산강‧섬진강유역 저수율 또한 3월 기준 78% 수준이며, 댐 저수율은 역대 최저 1~3위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세계가 극단적인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채택해 기후변화가 극적인 감소세를 보이더라도, 이미 진행된 기후변화는 막을 수 없다. 앞으로 수십년간은 가뭄과 폭우 등의 기후재해가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진행될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피해를 줄여야 하며, 그러한 활동을 기후변화 적응이라고 부른다. 특정 지역을 개발하는 것과 달리 국가 전체를 개조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지만 언제나 후순위로 밀린다. 

선거에서 표 한 장을 더 얻기 위한 보도블록 교체는 돈도 적게 들고 눈에 보이는 성과지만, 도시홍수를 막기 위한 하수관로 확장은 눈에 보이지 않고 돈만 많이 든다. 그래서 예산 투입에서 언제나 후순위로 밀린다. 도시홍수로 사고가 나도 잠시 시끄러울 뿐,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이슈에 묻히고 만다.

가뭄으로 인한 농업용수 부족은 식량안보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터무니없이 비싼 값에 식량을 수입하느라 나라 재정이 거덜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지금 당장 눈 앞에 닥친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도블록 교체사업보다 뒷전으로 밀린다. 그러니 도시홍수 막는다며 빗물받이에 쌓인 담배꽁초 청소나 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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