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대안 없는 일방적 보고서 발표··· 생명권·안전 최우선 요구 앞서야

[환경일보] 길고 뜨거운 여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로 대한민국은 더욱 뜨겁게 끓어오르고 있다. 국민의 식탁 걱정, 어민의 생계 걱정 속에서 여당 국회의원들은 ‘수산물 먹방’을 벌이고 있다. 각기 다른 반응 속에서, 놀랍게도 일치하는 지점이 있다. 그것은 해양생물을 모두 인간의 먹거리로만 보는 시각이다.

“고기도 우리도 다 죽는다.” 

어민도, 어민 외 국민도 ‘먹는’ 걱정을 쏟아낸다. 어민들은 먹고살 걱정, 국민들은 먹거리 걱정이다. 정확히는 어민들은 수산물을 어떻게 팔아서 먹고살 것인지, 국민들은 수산물을 먹을 수 있을지 걱정하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인간에게 안전하다고 검증된 사안이니, 안심하고 수산물을 이용해 달라”는 뉴스가 국내 포털 상위에서 내려갈 줄 모른다. 인간과, 인간 외 생명체에게 오염수를 먹일 ‘특권’이 과학자에게 주어지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인간에게 해롭지 않다는 확신은 어디에서 나온 것이며, 또 인간에게만 해롭지 않으면 그만인가. 과학자라면, 그 전에 환경과 생명을 위험으로 몰아넣는 일본 정부를 비판해야 하지 않을까.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4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IAEA는 안전기준에 부합하고 일본은 이번 여름 오염수 방류 결정을 철회하지 않았다. 방류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IAEA는 7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에 방문한다. 방류를 막지는 못하더라도 한국의 입장을 전할 마지막 기회다.

지난달 28일 한 어민단체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원전 오염수에 대한 ‘가짜뉴스’로 수산물 상인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이는 번지수를 완전히 잘못 찾은 것이다. 애초에 검증 책임이 있는 정부와 여당에 책임을 묻고, 과학적 안전성 검증을 요구해야 한다.

다핵종제거설비(ALPS, 이하 알프스)의 성능은 과연 확실한 것인가? 생명을 위협하는 다핵종을 확실히 제거할 수 있는가? 그리고, 제대로 그 역할을 하는지 끝까지 감시할 수 있는가? 큰 탱크에 보관된 오염수가 모두 안전하다는 확신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그 어떤 것도 제대로 검증된 바가 없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27~29일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7명을 상대로 ‘후쿠시마 방류로 인한 해양·수산물 오염에 대한 우려’를 물었다. 그 결과 걱정된다는 답변이 78%(매우 걱정된다 63%, 어느 정도 걱정된다 16%)였다. IAEA 발표가 과학적으로 방류에 문제가 없다고 해도, 국민의 우려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 6월 일본을 방문했으나, 국민이 피해를 보는 것을 막지 못했다. 오염수 육지 보관 등의 대안을 전혀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이상이 없다고 정부가 확단한다면, 장기적인 영향에 대한 의혹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에 어떻게 검증을 요구할 것인가.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입장은 첫째도 둘째도 국민 안전임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추후 문제가 생기면, 대한민국 정부가 일본의 변호사가 돼 일본 대신 해명하는 모습을 보게 될지 모른다. 국회의원의 역할은 수조의 물을 마시는 게 아니라, 문제 여부를 검증하는 것이다. 일본은 IAEA 검증을 통한 결론을 내리기도 전에 방류를 결정했다.

이는 명백한 환경문제임에도, 환경부 장관의 목소리가 빠져있다. 해양생물의 생명권과 안전에 대한 목소리도 찾을 수 없다. 우려하는 쪽에서도, 우려를 잠재우려는 쪽에서도 ‘인간 외 생물’의 생명권에 대한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해양생물도 생명체다. 그들에게도 엄연히 생명권이 있다. 왜 그들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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