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은 “목재 및 바이오매스 확대가 탄소중립”

[환경일보] 목재 이용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정부의 입장과는 반대로, 늘어나는 벌목이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계자원연구소(WRI)의 리칭 펭(Liqing Peng) 박사와 프린스턴 대학교 티모시 서칭어(Timothy Searchinger) 교수는 지난 5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논문 ‘세계 목재 수확의 탄소 비용’을 게재해 세계 목재 수요로 인한 탄소배출이 연간 35~42억톤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논문은 2050년까지의 목재 수요 전망을 바탕으로 여러 벌채 시나리오를 비교·분석해 벌목으로 산림을 활용하는 것보다 보전하는 것이 기후위기 대응에 더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10일 산림청은 ‘제3차 탄소흡수원 증진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6대 추진전략 중 하나로 ‘목재 및 산림 바이오매스 이용 활성화’를 내세웠다.

불과 30년밖에 되지 않은 나무도 “저출산·고령화 숲”이라는 이유로 베어내어 목재 상품과 바이오매스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정책이다. 이는 WRI의 연구 결과와 배치되면서 오히려 기후위기를 가속한다는 우려를 낳는다.

WRI 연구진은 2010년부터 2050년까지 전 세계 목재 수요가 54% 증가하며, 이 기간 동안 예상되는 벌목은 미국 본토 전체를 모두베기하는 것에 맞먹을 것으로 분석했다.

더불어, 목재 수요 감축 노력이 없다면 2050년에는 연간 온실가스 약 50억톤(대한민국 연간 배출량의 7배)이 배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IPCC 특별보고서에서도 “바이오매스 활용은 오히려 산림 벌채, 산림생태계 황폐화 생물종 다양성 소실 등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IPCC 특별보고서에서도 “바이오매스 활용은 오히려 산림 벌채, 산림생태계 황폐화 생물종 다양성 소실 등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나무를 베어도 숲은 새로 자라며 다시 탄소를 포집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벌채를 확대해온 각국의 산림 정책을 전면 반박한다.

지속가능하다고 하는 ‘산림경영’ 역시 목재 벌목과 활용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늘려 기후변화 악화에 일조한다는 게 밝혀졌다.

모델링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벌목으로 발생하는 토양 탄소 유출과 생물다양성 손실까지 고려하면 산림 정책으로 인한 기후·환경적 악영향은 더울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산림청은 탄소흡수원 증진 추진전략에서 바이오매스 발전을 늘려 2027년에는 온실가스 104만톤을 감축하는 효과를 본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2021년에도 탄소중립 달성 추진전략으로 2050년까지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 생산량을 6배 늘리겠다고 밝혀 비판받은 바 있다.

이런 정책적 배경으로 바이오매스 발전량은 2012년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적용받은 이래 42배 성장해 신재생에너지 중 두 번째로 큰 발전원이 되었다.

바이오매스는 나무를 대형 화력발전소에 태워 전기를 생산한다. 이런 특성상 목재 그 자체로 인한 탄소 격리 효과는 즉각 사라지고 온실가스를 즉시 대기로 방출한다.

과학계는 바이오매스의 효율이 낮아 같은 양의 에너지를 만들 때 석탄보다도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무분별한 벌채를 동반해 세계 각지의 산림을 파괴한다고 지적해왔다.

WRI 연구진도 산림에 관해 3가지 방법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연료로 쓰이는 목재를 2050년 전망의 50%로 감축해 연간 5억 톤 배출 감축 ▷기존 플랜테이션 산림의 연간 생장량을 50% 증가시켜 6억 톤 배출 감축 ▷열대림의 큰 나무를 벌채할 때 함께 훼손되는 수목의 수를 줄여 2억톤의 배출 감축이다.

기후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인 만큼 산림을 보호해 즉각적인 탄소배출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서칭어 교수 등은 “목재 수확을 줄인다면 숲이 노령화되며 매년 더 적은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겠지만, 대기로부터의 탄소 격리는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수십 년간 추가적인 산림 생장은 폭염, 수위 상승, 산불 등 기후변화로 인한 즉각적인 피해를 제한하는 한편, 온난화를 억제하는 다른 해법을 실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후솔루션 송한새 연구원은 “그동안 정부는 우리 숲이 풍성해질수록 탄소 흡수 속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산림경영’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실상은 바이오매스용 벌목의 확대였다”고 지적했다.

송 연구원은 “나무를 땔감으로 쓰는 바이오매스는 명백히 탄소 감축이 아닌 배출로, 그 결과는 기후위기와 산림파괴뿐”이라며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 예정된 REC 가중치 개편을 통해 바이오매스 REC를 일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