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길우 (사)한국포도회 사무총장

(사)한국포도회 사무총장 남길우
남길우 (사)한국포도회 사무총장

[환경일보] 올해로 우리나라가 첫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지 20년째를 맞았다. 체결 당시만 해도 값싸고 다양한 수입 농산물이 물밀듯이 쏟아지면 국산 농산물이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란 우려가 컸다. 

실제로 FTA 체결 이후 포도 수입이 증가했고 국내포도 재배 면적은 크게 줄었다. 한국산 포도 수출은 2010년 수출액 188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샤인머스켓은 2017년 처음으로 중국에 수출한 이후 한국산 대표포도 품종이 돼 재배가 확대되면서 수출도 증가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2253만 달러에 달했다.

샤인머스캣은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프리미엄 과일 시장에 고소득 작물로 자리 잡았다. 20년이 지난 지금 우수한 상품성을 바탕으로 한 신품종 개발과 신성장 동력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수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2010년과 비교해 수출 물량은 4.3배 늘었고, 같은 기간 수출액은 무려 17배나 증가됐으며, 2021년 포도 수출액은 역대 최고인 3730만 달러로 샤인머스캣이 86%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샤인머스켓은 망고의 향과 아삭한 식감, 은은한 단맛의 특징을 가지고 국내 포도산업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지금이야 포도하면 떠오르는 대표 품종이지만 국내에서 샤인머스캣을 재배할 초창기만 해도 국내 포도산업의 구원투수가 될 것이라고 예견 못했다.

샤인머스캣은 중국과 홍콩은 물론, 한국과 FTA를 체결한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를 비롯한 22개국에서 프리미엄 과일 명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샤인머스캣 인기에 제동이 걸렸다. 최근 몇 년 사이 재배농가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당도와 식감이 현저히 떨어진 상품이 시장에 많이 출하됐기 때문이다.

포도 가격 안정화, 신선도 유지로 소비자 관심 및 수출 활성화

2016년 278㏊에 불과했던 재배면적은 2018년 963㏊로 3배 넘게 늘었고, 지난해에는 5241㏊에서 재배가 이뤄졌다. 6년 만에 20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포도 전체 품종의 39%를 샤인머스캣이 차지했다. 맛과 상품성이 떨어지다 보니 소비자들이 외면하며 예년보다 50% 가까이 가격이 폭락했다.

소비자의 지속적인 관심과 좋은 가격을 형성해 나가기 위해서는 상품성 있는 고품질의 생산만이 답이다. 한국포도회는 공급 과잉, 내수 부진, 가격 하락이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3·3·3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3·3·3 운동은 ‘착과량을 30% 줄여 생산비를 30% 낮추고 고품질 생산을 통해 가격을 30% 더 받자’는 운동이다. 

이와 함께 포도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상품성만큼이나 수출 과정에서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 온도와 습도 등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 CA 저장기술을 갖춘 수출유통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수출 총력전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와 수출국의 소비 부진에도 딸기와 함께 포도 수출은 선전했다. 이제 청포도 익어 가는 8월이 다가오고 있다. 바람에 날리는 포도향이 소비자의 마음을 듬뿍 담아 포도농가의 걱정을 덜어 주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고품질의 샤인머스켓이 계속해서 신선 식품 수출을 주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신품종 등 연구개발과 수출국을 다양화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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