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나라 멸종위기종 사육에 연간 수십억씩 사용

[환경일보] 한반도, 그중에서도 남쪽에는 이미 멸종된 동물이 많다. 호랑이는 1921년, 표범은 1960년대 경남 합천에서, 늑대는 1980년대 경북 문경에서 발견된 기록을 마지막으로 더는 찾아볼 수 없게 된 동물이다.

이미 멸종됐지만 정부가 복원에 나선 경우도 있다. 반달가슴곰과 여우의 경우 성공적인 복원 사례로 꼽힌다.

정부는 2004년 반달가슴곰 복원을 시작한 결과 현재는 방사한 곰들이 자연에서 새끼를 낳아, 자연번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생물학적으로 우산종에 속하는 곰은 생태계 균형을 가져오고 먹이활동 과정에서 식물의 씨앗을 널리 퍼뜨려 숲을 풍요롭게 만드는 생태계 파수꾼 역할을 한다.

여우 복원 역시 활발하다. 여우는 겁이 많고 야행성이기 때문에 사람에게 직접 해를 가할 위험도 적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자연으로 방사한 여우는 181마리에 달하며 방사 지역인 소백산을 포함해 여러 지역에서 목격담이 잇따르고 있다. 방사된 여우들은 자연에서 새끼를 낳는 등 차츰 자연에 정착하고 있다.

호랑이, 표범, 늑대와 같은 상위포식자가 모두 사라지면서 멧돼지와 고라니 숫자가 지나치게 불어났는데, 중형포식자인 여우가 멧돼지와 고라니 새끼를 잡아먹음으로써 생태계 균형을 되찾는데 일정 역할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멸종위기종도 아닌데 연간 수십억원을 퍼부어 키우는 동물이 있으니, 바로 중국의 멸종위기종 판다다.

중국의 재산인 판다는 원칙적으로 대여만 가능할 뿐, 기증하거나 판매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동물원에 있는 판다는 모두 중국에서 대여한 동물이고 대여 기간이 끝나면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대여한 판다들이 새끼를 낳더라도 역시 중국의 재산이기 때문에 5년 후에는 중국으로 보내야 한다.

SNS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푸바오’는 우리나라 최초로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판다이지만 내년 7월이면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판다 대여비는 1년에 100만 달러, 한화로 13억원에 달하며, 새끼를 낳으면 추가로 5억원 가량을 더 내야 한다.

판다는 곰에 속하면서도 고기를 먹지 않는다. 입맛이 까다로워 싱싱한 대나무 가운데 특정 부위만 먹는데, 먹이를 조달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만 연간 수억원이다. 캐나다는 코로나19로 판다가 먹을 대나무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판다를 중국으로 돌려보냈다.

판다를 대여해 키우는데 이렇게 큰 비용이 필요하다 보니, 이를 감당하지 못해 되돌려보내는 국가들이 생겨나고 있다.

게다가 멸종위기 복원을 이유로 받아가는 비용이 진짜 멸종위기종 복원에 사용되는지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판다는 지능이 높고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한다. 가족은 물론 사육사와의 유대감도 깊다. 그런데도 인간의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국경을 넘어 이리저리 떠도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이 멸종위기종 복원에 도움이 될까? 중국은 판다를 복원할 의지가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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