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약품, 치매치료제 포장 용기에 고혈압치료제 라벨 부착

[환경일보] 현대약품에서 지난 6월 의약품 혼입사고가 발생했다. 치매치료제인 ‘타미린서방정’ 포장 용기에 고혈압 치료제 ‘현대미녹시딜정’ 라벨을 부착해 유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는 문제가 발생한 제품을 회수조치하고, 사안을 면밀히 조사한 후 행정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의약품 제품 혼입사고란 본 제품과 다른 제품이 같이 포장돼 있거나, 약통 안에 다른 제품이 들어가 있는 경우 등을 말한다.

이런 사고는 생산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중대한 사고다.

병을 관리하고 몸을 낫게 하려고 먹는 약이 오히려 다른 병을 만들고 키우는 꼴이다.

현대약품의 제품 혼입 사고가 발생한 치매약(타미린정)-고혈압약(현대미녹시딜정)을 비교하면, 두 약 모두 백색의 직경 6.5㎜인 원형의 정제로 무심코 보면 구분하기 쉽지 않다.

약 표면에 새겨진 글자와 필름 코팅 유무로 구분이 가능하나, 소비자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못된 제품으로 인지하기는 매우 어렵다. 결국 소비자들은 모르고 약을 먹을 확률이 높다.

약학정보원에 따르면 치매약인 ‘타미린정’의 부작용은 구역, 구토, 현기증, 설사, 식욕부진, 두통 등으로 나타났으며, 파킨슨증후군, 섬망 등이 보고됐다.

고혈압약인 ‘현대미녹시딜정’을 먹으려다 ‘타미린정’을 잘못 섭취해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이상을 발견한 약사의 빠른 보고와 회수조치로 아직까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위안거리지만, 이 사건은 단순히 용기에 라벨을 잘못 붙인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명백히 품질관리 기준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심각한 문제다.

의약품안전규칙 제48조 제1항 ‘의약품 등의 품질검사를 철저히 하고 합격한 제품만을 출고할 것’이라는 사항을 위배했으며 전 제조 업무정지 또는 해당 품목제조 업무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현대미녹시딜정과 타미린서방정 비교 /자료출처=식약처
현대미녹시딜정과 타미린서방정 비교 /자료출처=식약처

4년간 7건의 의약품 혼입사고 발생

의약품 사고는 어떤 사고보다 심각한 결과를 가져온다. 이에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2019년도부터 2023년 6월까지 식약처와 대한약사회의 자료를 토대로 의약품 제품혼입사고를 조사했다.

이 기간 총 7건 발생했는데, 2022년 휴온스는 ‘페리슨’ 용기에 타사 동일성분 제품의 혼입이 확인돼 회수·폐기 처분이 내려졌다.

같은 해 한국얀센은 ‘콘서타’ 54㎎의 약이 들어있는 종이박스(카톤)에서 ‘콘서타’ 36㎎의 약품이 나왔다.

식약처는 한국얀센에 용기 등 기재 사항 위반으로 콘서타서방정36㎎(메틸페니데이트염산염) 등 13품목에 대해 마약류 취급업무정지 1개월에 갈음해 과징금 3270만원을 부과했다. 또한 과징금대상 이외 5품목에 대해 마약류 취급업무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을 부과했다.

2021년 화이자의 ‘리리카 캡슐25㎎’은 캡슐 용기 내 다른 용량의 제품이 발견돼 회수·폐기됐다.

화이자는 안전성, 유효성에 문제가 있었음을 안 날로부터 5일 이내에 회수계획서를 지방청장에게 제출해야 했음에도 하지 않아 수입업무정지 7일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이 외에 삼일제약의 ‘슈다페드정’과 하나제약의 ‘다이세린캡슐’, 한국코러스의 ‘아낙정‘은 용기 안에 다른 제품이 혼입돼 회수·폐기 조치됐다.

제품 회수폐기 현황 파악 안 돼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더 큰 문제는 혼입사고 제품의 회수폐기 현황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회수폐기가 종료된 이후 홈페이지에서 관련 정보가 사라지고, 추가적인 내용은 발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개날짜가 지난 정보에 대한 회수폐기나 행정처분 정보는 별도로 정보공개청구를 해야 한다.

문제의 제품은 무엇이고, 이미 판매된 제품들은 제대로 회수됐는지 일반 소비자가 관련 정보에 접근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소비자가 안전하게 약을 복용하도록 소비자의 입장에서 의약품을 철저히 관리·감독하는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제약업계는 혼입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품질관리에 나서야 한다”며 “식약처도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밝히는 것과 함께 혼입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감독 매뉴얼을 점검하고, 사고 발생시 책임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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