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기후 재난··· 상식적 재난시스템 마련 시급

[환경일보] 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고통스러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올여름 가뭄과 폭염, 산불의 강도가 더해져 ‘기후재앙’이라는 단어를 실감케 한다. 현재 한국에 닥친 극한 기후는 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우리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충청북도 청주시 오송읍의 궁평2지하차도가 폭우로 인해 침수돼 무려 24명에 이르는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 안타까운 인명 피해와 함께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다. 참사 과정에서 드러난 공무원들의 무사안일한 태도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충북도는 궁평2지하차도가 2019년에 신축돼 침수 위험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침수 위험 보통’에 해당하는 ‘3등급’으로 분류돼, 예비특보와 호우주의보가 아닌 ‘호우경보’가 발생할 때만 통제된다. 이 때문에 미호강 제방이 무너져 물이 차오르는 8분 동안 아무런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

또 당시 수많은 신고에도 공무원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사고 발생 49분 전 미호강 제방이 유실될 것 같다는 주민의 119 신고가 접수됐고, 36분 전에는 침수 우려와 관련한 112 신고 2건이 접수됐다.

그리고 궁평지하차도의 차량 통행을 막아달라는 민원이 흥덕경찰서 112 상황실에도 접수됐으나, 즉각적인 출동은 없었다. 상황실은 당시 순찰차에 출동하라는 지령을 내렸으나, 순찰차는 현장에 가지도 않았는데 확인 없이 신고 접수 10여 분 만에 ‘도착 종결’로 처리했다.

오송 참사는 명백한 인재(人災)였다. 현재 대한민국 재난관리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미호강 제방만 제대로 관리하고, 주민들의 신고와 민원에 즉각적으로 대처했더라면 그래서 교통통제가 이뤄졌더라면 안타까운 죽음은 없었을 것이다.

정부는 충북도를 질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참사가 과연 지방정부만의 문제일까. 지방정부의 관리 미흡은 중앙정부의 재난관리체제가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징후는 곳곳에 있었다. 장마 시작 무렵 기상청에서 발송한 긴급 재난 문자는 기술적인 오류로 오발송됐고, 지난해 반지하 침수로 대대적인 대책 마련과 반지하 퇴출 방침이 무색할 정도로 실제 이행은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이 이태원부터 시작해 참사 관련 사과를 회피하는 정부에 책임을 묻는 이유다. 국민에 대한 진정성과 책임감이 없다면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그저 상황을 모면하려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럼 해마다 이런 사고는 반복될 것이다. 정부는 기후재앙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상식에 맞는 재난시스템을 구축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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