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건설노동자만 5명, 올해 청년노동자 열사병으로 ‘사망’
“건설현장, 온도 및 습도 관리, 통풍 장치 등의 설치 의무도 없어”

올해 역대급 폭염에 한 노동자가 건설공사장에서 더위에 지쳐 작은 선풍기 앞에서 한숨 돌리고 있다. 
올해 역대급 폭염에 한 노동자가 건설공사장에서 더위에 지쳐 작은 선풍기 앞에서 한숨 돌리고 있다.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최근 세계기상기구는 지난 7월이 역사상 가장 더웠던 달이라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여서 7월 장마, 8월 무더위의 공식은 이미 깨져, 7월부터 전국 곳곳에서 35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시달려야 했다. 어제까지 이미 27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으며 상당수는 냉방 등 주거환경을 갖추지 못한 취약계층이다.

일의 현장도 마찬가지여서 지난해 7월에만 5명의 건설노동자가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코스트코에서 하루 4만3000보를 걸어야 했던 청년노동자 또한 더위에 목숨을 잃었다.

옥외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건설노동자들에게 이 시기의 노동은 실로 가혹한 수준이다. 실제 오늘 현장 증언과 발제에서 확인되듯 철근과 콘크리트를 다루는 건설 현장에서 작업 중 체감온도는 기상청 발표 기온을 훨씬 웃돌아 평균 6도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 현장에서 30년 동안 일한 타설 노동자 김용기 씨는 “최소한으로 그늘막, 얼음물, 수도, 대형 선풍기 그리고 체감 온도 35도 이상 시 작업 거부권 등의 작업 환경 개선이 돼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콘크리트는 몸에 묻거나 튀었을 때 콘크리트 강도나 배합된 화약약품에 따라 약한 화상을 입거나 피부질환이 생길 수 있어 안전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작업 진행 시 체온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또 타설 전 체감온도가 33도라면 타설 중 체감온도는 40도에 이른다.

육체 노동으로 상승하는 온도가 3도 정도 되고, 콘크리트가 굳으면서 발열 때문에 3~4도 정도 체감온도를 더 올린다. 이때 날계란을 터트리면 계란 프라이가 될 정도다.

폭염기 작업거부 시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

김용기 씨는 “콘크리트는 시간이 지날수록 강도가 떨어지고 작업하기 나빠지기 때문에 타설을 한 번 시작하면 쉴 수가 없어, 48시간 동안 기초 타설을 진행했었던 적이 있다”며 “타설공 입장에선 작업을 거부하고 싶어도, 거부하면 다음부터 나오지 말라고 하니 참고 일하게 된다”고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을 설명했다.

실제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7월11일부터 8월7일까지 건설현장 31개 현장에서 222건의 체감온도를 기록해 측정한 결과 기상청이 발표한 체감온도와 평균 6.2도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테면 기상청 발표온도가 29도라면, 건설현장은 35.2도로 폭염경보로 인해 작업중지 수준에 달했다.

충청북도 LH 아파트 건설현장, 7월27일 오후 2시 기상청에서 발표한 인근 지역 습도는 54% 온도는 32.5도로 체감온도는 32도를 보였다. 반면 현장에서 실제 측정한 온도는 48.3도, 습도는 87%로 체감온도가 52도였으며 무려 22도의 차이가 났다.

8월4일 오후 2시 광주 상무지구 건설현장에선 56.3도, 10% 습도로 체감온도가 47도에 육박했다. 기상청이 발표한 인근 지역 온도는 34.1도, 습도는 59%로 체감온도는 34도였다. 현장과 13도 차이가 난다.

10일 국회도서관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이은주 정의당 국회의원실이 공동주최한 ‘폭염기 건설현장 옥외작업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제도개선 국회토론회’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은 “건설현장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재해는 예고된 살인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10일 국회도서관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이은주 정의당 국회의원실이 공동주최한 ‘폭염기 건설현장 옥외작업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제도개선 국회토론회’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은 “건설현장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재해는 예고된 살인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더불어 올해 진행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폭염기 건설노동자 70%는 어지러움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두통이나 메스꺼움, 근육경련도 종종 발생하며, 이는 건설노조 설문에서 폭염기에 나타나는 신체 증상을 물어본 결과다.

폭염기에 일하려면 무엇보다 제때, 잘 쉬어야 하나 편의시설도 미흡하다. 화장실이나 휴게실은 없거나 멀리 있고, 그마저도 충분하지 않으며 냉방장치도 설치돼 있지 않다. 이를테면 50.9%가 화장실이 부족하다고 답했고, 휴게실에 대해선 24.9%가 없다고 응답했다.

물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도 무려 ‘20.3%’

20.8%는 100미터 이내에 7.9%는 200미터 이내에 있다고 밝혔다. 때로는 밥 먹는 시간도 부족해서 김밥으로 다시 일하는 건설노동자가 먼 곳의 휴게실까지 가는 건 불가능하다. 급기야는 물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도 20.3%에 달했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의 ‘산업안전보건법’과 그 하위법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혹서기와 폭염기에 건설노동자를 비롯한 옥외노동자들의 작업 환경을 규율하고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들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종전과 달리 일부 개선이 돼, 옥외노동자들에게 휴식과 그늘을 제공할 것을 규정해 놓았지만 건설현장의 경우에는 사용자의 온도와 습도의 관리, 통풍장치 등의 설치 의무가 없다. 무엇보다 폭염 시 작업중지권이 성립돼 있지 않아, 가장 많은 온열재해가 발생하고 있는 건설현장에서 이를 예방할 수가 없는 현실이다.

현장 노동자들은 정부의 폭염대책이 무용지물인 건, 법제화가 안 돼 있어 건설현장에선 있으나 마나(61.5%)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9(보건조치)엔 ‘고온’ 규정이 있다. 동법 하위 법령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엔 ‘고열’ 규정이 있다.

어느 것에도 ‘폭염기 건설 현장 옥외작업’은 반영되지 않았다. 결국, 속도전을 치루는 건설현장에서 일용직 건설노동자가 내일에도 일을 하려면 무더위에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다는 것이다.

10일 국회도서관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이은주 정의당 국회의원실이 공동주최한 ‘폭염기 건설현장 옥외작업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제도개선 국회토론회’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은 “건설현장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재해는 예고된 살인과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장 위원장은 “매년 건설현장에는 ‘더위 먹어’ 죽는 노동자가 있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재해를 정부도 잘 알고 있지만, 강력한 규제를 조치하지 않고 있다”며 “이제라도 권고가 아닌 강행 규정을 만들고 이를 어길 경우 엄히 벌해야 한다. 온열질환 중대재해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하고 처벌해야 마땅하다”고 당부했다.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산업안전보건법과 함께 폭염 시 건설노동자들이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하위법의 적절한 개정을 정부에 적극 요청하고 이를 실현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산업안전보건법과 함께 폭염 시 건설노동자들이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하위법의 적절한 개정을 정부에 적극 요청하고 이를 실현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연계 온열질환 예방 관리 필요”

노동조합은 매년 허울뿐인 폭염대책으로 일관하고, 마치 새것인 양 포장하는 위험성 평가를 제시하는 고용노동부를 규탄한다며, 아울러 산업안전보건법에 ‘폭염기 건설현장 옥외작업 온열질환 예방대책’을 반영할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류현철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기후변화와 폭염, 노동자 온열질환 예방 정책 제고가 필요하다며, 중대재해처벌법과 연계해 온열질환 예방 관리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유포하고 행정규칙과 제도를 개선할 계기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또 위험에 닥친 노동자들에게 위험작업을 거부하거나 중단할 권한을 분명하게 줘야 한다며,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의 경우에 기후로 인한 작업중지 시에 발생하는 생계문제 대책 및 온열질환 관리가 각별히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 현실 작동성이 있는 지침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본 토론회를 주최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저는 폭염, 혹한 및 다습 등 작업 여건에 따라 실내외 작업장에 필요한 냉방시설, 난방시설, 방습시설, 피서시설 및 통풍시설을 설치할 것과 함께, 고용노동부 장관이 건강을 위협하는 폭염 상황에서는 작업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 의원은 “산업안전보건법과 함께 폭염 시 건설노동자들이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하위법의 적절한 개정을 정부에 적극 요청하고 이를 실현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