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중지권’ 극한 폭염 시 옥외 노동자 지킬 생명권

[환경일보] “콘크리트는 시간이 지날수록 강도가 떨어지고 작업하기 나빠지기 때문에 타설을 한번 시작하면 쉴 수가 없어 48시간 동안 기초 타설을 진행한 적이 있다. 타설공 입장에선 작업을 거부하고 싶어도, 거부하면 다음부터 나오지 말라고 하니 참고 일하게 된다.” 건설 현장에서 30년간 일한 타설 노동자가 지난 10일 열린 국회토론회에서 증언한 이야기이다.

실제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7월11일부터 8월7일까지 건설현장 31개 현장에서 222건의 체감온도를 기록해 측정한 결과 기상청이 발표한 체감온도와 평균 6.2℃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테면 기상청 발표 온도가 29℃라면, 건설현장은 35.2℃로 폭염경보로 인해 작업중지 수준에 달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산업안전보건법’과 그 하위법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혹서기와 폭염기에 건설노동자를 비롯한 옥외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을 규율하고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들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폭염기 건설노동자를 비롯한 옥외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을 규율하고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들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폭염기 건설노동자를 비롯한 옥외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을 규율하고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들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일부 개선이 돼 옥외 노동자들에게 휴식과 그늘을 제공할 것을 규정해 놓았지만 건설현장의 경우에는 사용자의 온도‧습도 관리, 통풍장치 등의 설치 의무가 없다. 무엇보다 폭염 시 ‘작업 중지권’이 성립돼 있지 않아 가장 많은 온열 재해가 발생하고 있는 건설현장에서 이를 예방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기상기구는 지난 7월을 역사상 가장 더웠던 달로 기록했다. 우리나라도 7월부터 전국 곳곳에서 35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시달려야 했고, 태풍 카눈이 언제 지나갔나 싶을 정도로 다시금 찜통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행안부는 현재까지 29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지난해에는 7월에만 건설노동자 5명이 열사병으로 사망했고, 최근 코스트코에서 일어난 청년 노동자 또한 더위에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폭염기 건설현장에선 매년 노동자들의 죽음이 반복된다. 때 되면 나오는 허울뿐인 대책과 예방이 아닌 실질적인 건설 노동자, 옥외 근로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작업 중지권’의 실효성이 시급한 상황이며, 갈수록 극한으로 치닫는 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폭염, 온열질환 예방 정책 제고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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