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이자 유해야생동물인 고라니의 슬픈 초상
문명과 야생의 경계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묻다

이름보다 오래된: 문명과 야생의 경계에서 기록한 고라니의 초상’ /사진제공=가망서사
이름보다 오래된: 문명과 야생의 경계에서 기록한 고라니의 초상’ /사진제공=가망서사

[환경일보] 조류독감 매몰지를 찾아 살처분 정책에 대해 의문을 던졌던 책 ‘묻다’로 알려진 문선희 사진작가의 신간이 나왔다.

문선희 작가는 어느 날, 차 앞에 갑자기 뛰어든 고라니가 간절한 눈빛을 보내며 망설이듯 돌아보던 그 강렬한 순간을 잊지 못해, 유해야생동물과 멸종위기종 사이에 놓인 고라니를 쫓아 기록하기 시작했다.

고라니는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종이다. 오로지 한반도와 중국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서식한다. 한국에서는 흔한 야생동물로, 가장 자주 로드킬 사고를 당하는 동물이며, 농촌에 해를 끼치는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돼 현상금 3만원에 포획된다.

‘이름보다 오래된: 문명과 야생의 경계에서 기록한 고라니의 초상’은 작가가 10년간 만난 고라니 200여 마리 가운데 50여 마리의 초상과 촬영의 긴 여정을 기록한 책이다. 인간이 고라니를 향해 폭력을 가하지 않는 유일한 장소인 야생동물구조센터와 국립생태원 등 비무장지대에서 비로소 그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머루, 산이, 보리, 나래, 모모, 허둥이···. 고라니가 작가와 눈을 맞출 때까지 오래 기다려 찍은 얼굴들에는 단 하나뿐인 생명이 담겨 있다. 작가는 우리 사회가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았던 얼굴들을 드러냄으로써 생태계에서의 인간의 역할을 다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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