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배럴 가스 매장 추정, 이산화탄소 86배의 온실효과 메탄 발생

[환경일보] 이산화탄소를 월등히 뛰어넘는 온실가스 효과로 국제 사회가 메탄(천연가스 주성분) 감축에 공감대를 이뤄가는 가운데, 한국 포스코 인터내셔널과 인도네시아 정부의 신규 대규모 가스전 개발 계획 발표에 양국 시민단체가 동시에 거센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21일 인도네시아 환경단체 ‘트렌드 아시아’(Trend Asia)와 한국의 기후단체 기후솔루션(SFOC)은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포스코 인터내셔널의 인도네시아 신규 가스전 탐사 사업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포스코 인터내셔널은 지난달 25일 인도네시아 국영 석유회사 ‘페르타미나 훌루 에너지’(PHE)와 함께 ‘붕아 가스전’ 생산물 분배 계약을 체결하며, 이 지역에 대한 향후 6년 가스 탐사와 30년 개발·생산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자바섬 동부 해상에 위치한 붕아 광구는 면적 8500㎢, 수심 50~500m으로 약 13억 배럴의 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한국이 1년에 태우는 가스 소비량의 3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인도네시아의 가스 시설. /사진제공=트렌드 아시아(Trend Asia)
인도네시아의 가스 시설. /사진제공=트렌드 아시아(Trend Asia)

인도네시아, 다배출 국가로 고착

이번 탐사로 신규로 개발될 가스전 사업이 최장 2060년까지 운영될 것이라는 계획에 기후환경 단체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나선 것이다.

단체들은 “포스코 인터내셔널의 이번 사업 추진은 한국 정부와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기후 공약에 위배되는 더러운 사업일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에너지 전환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트렌드 아시아의 노비타 인드리 (Novita Indri) 캠페이너는 “천연가스(Fossil gas)는 종종 ‘청정 에너지’로 불리지만, 2019년 천연가스의 연소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5분의 1을 차지할 만큼 배출 기여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협력은 인도네시아를 향후 탄소 다배출 국가로 고착시키고 전 세계 기후 재앙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일 소재 씽크탱크 클라이밋 애널리틱스 (Climate Analytics)에 따르면 지난 10년(2010-2019) 동안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분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2%는 천연가스 연소 등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의 증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석탄, 석유, 가스 등 모든 화석연료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 가스의 공급망 전반 탈루로 인한 우려도 제기된다.

메탄의 20년 기준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보다 86배가량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글로벌 메탄 이니셔티브’(GMI)에 따르면 전세계 석유·가스 부문의 메탄 배출(24%)은 축산업계의 장내 발효(27%) 다음으로 많은 것으로 꼽힌다.

그런데 ‘환경 보호 기금’(Environmental Defense Fund)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선 최대 60%의 메탄 가스가 공급망에서 누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신규 가스전 프로젝트가 추진되면, 가스 생산 공급망 전반에서 유사한 메탄의 신규 배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앞선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 26)에서 인도네시아와 한국은 2030년까지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을 최소 30% 이상 감축하자는 결의에 동참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기후솔루션 오동재 연구원은 “천연 가스 생산의 확대는 신규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져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국제 메탄 협약 이행과 국가 기후 목표 달성을 위태롭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붕아 광구는 미얀마, 말레이시아, 호주에 이은 포스코의 네 번째 아시아 가스 탐사 프로젝트이다.

인도네시아 가스 시설 부근 마을의 사진. /사진제공=트렌드 아시아(Trend Asia)
인도네시아 가스 시설 부근 마을의 사진. /사진제공=트렌드 아시아(Trend Asia)

포스코, 1조3천억원 투자 계획

포스코는 붕아 가스 프로젝트를 포함해 2025년까지 해양 석유-가스 탐사 프로젝트에 최대 10억 달러(한화 약 1조 3천억원)를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페르타미나(Pertamina)에 의하면 탐사 단계의 첫 3년 동안만 400만 달러 (한화 약 52억원)가 필요한데, 해외자원개발의 전례를 보면 한국 정부가 이 자금을 특별융자 등을 통해 지원할 가능성이 매우 짙다.

한번 개발되면 수십년간 운영되는 가스전 사업의 특성상, 붕아 광구 탐사 사업은 추후 수십년간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탄소 배출을 고착시킬 우려가 크다.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Global Energy Monitor)는 “아시아의 가스 소비 확대는 지구 온도 상승률을 1.5℃로 제한하려는 파리 협정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현재도 파리 협정에 비해 미흡한데, 이 사업 추진으로 인해 달성은 더욱 멀어진다.

국제 에너지 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에서 추산한 세계 에너지원 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가스 생산 증가는 2025년에 정점을 찍고 전세계 가스 생산량은 매년 5%씩 감소하여 2050년에는 최대 75%까지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렌드 아시아 노비타 인드리 캠페이너는 “포스코 인터내셔널은 전 세계가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좌초 자산 위험에 빠지는 시대착오적 결정 대신, 기술 전문성을 활용해 재생 에너지와 에너지 저장 기술에 투자함으로써 에너지 전환을 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포스코 인터내셔널이 인도네시아에서 화석 연료 확대를 중단하고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힘쓸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사업자들은 에너지 업계가 화석연료 신규 사업 추진을 ‘친환경’으로 포장하기 위한 그린워싱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및 블루 수소/암모니아의 잠재적 사용 가능성도 모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기후솔루션 오동재 연구원은 “기후 재난(climate catastrophe)을 피하기 위해 세계는 2030년 말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하는 공통의 과제 속에 있다”며 “하지만 한국의 석유-가스 대기업은 현재 고가의 검증되지 않은 탄소포집저장(CCS)과 블루 수소-암모니아 기술 등 위험한 수단을 이용해 아시아에서 가스 수요 유지를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점점 더 많은 기업들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 부담과 압력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신규 가스 사업 추진은 향후 금융적, 법적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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