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청년‧청소년들과 빠른 화석연료 퇴출 촉구

[환경일보]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8월22일 에너지의 날을 맞아 청년‧청소년 액티비스트들과 함께 빠른 화석연료 퇴출을 촉구했다. 올해 7월이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한 달로 기록되면서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린피스는 21일 오전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 스타광장에서 너비 4미터, 높이 3미터의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열화상 카메라를 활용한 퍼포먼스 및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퍼포먼스 참가자들은 대형 스크린 앞에 서서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표현되는 자신의 신체 온도를 드러냈다.

체온이 올라갈수록 색이 푸른색에서 점점 더 붉은색으로 바뀌는 열화상 카메라의 특징을 활용해 참가자들은 점점 더 가열화되는 지구에서 청년과 아동 세대가 기후재난의 가장 큰 피해자임을 강조했다.

청년들이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화석연료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그린피스]
청년들이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화석연료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그린피스]

동시에 왼쪽 화면에서는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뜨거운 국내 도심의 모습과 함께 “끓는 지구 가장 큰 피해자는 청년과 아이들”, “화석연료로 우리의 현재와 미래까지 다 녹일 것입니까”라는 메시지가 함께 등장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젊은 세대가 입게 될 기후재난 피해가 기성세대보다 훨씬 심각하지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책임은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세계기후연구프로그램의 기후예측 모델링(CMIP6)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하면서 ‘세대간 기후 불공평’을 설명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만약 온실가스 배출량이 꾸준히 늘어나게 되는 경우(SSP 370) 대한민국의 알파세대(2010년 이후 출생)는 일생동안 현재 한반도 평균 기온보다 섭씨 4℃씨 이상의 기온 상승폭을 경험하게 된다.

Z세대 역시 3℃ 이상의 기온 상승폭을 경험하게 된다. 반면 베이비부머 세대는 1℃가량의 상승폭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알파세대가 기성세대보다 3배 이상 심각한 기온 상승폭을 감내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20세기 초반 한반도 평균기온 12.6℃와 비교하면 알파세대는 약 4.8℃ 이상 상승한 시대(예상 기온 17.4℃)에서 살게 되는 셈이다.

지역별로는 광주지역의 온도 상승 폭이 4.3℃로 가장 컸고 제주도가 3.7℃로 상대적으로 작았다.

한국 인구를 세대별로 구분했을 때 세대별로 경험하게 되는 지구 온도 상승폭 (시나리오 SSP370). X세대부터 알파세대까지는 모두 1.5℃ 이상의 지구 온도 상승을 경험하게 되며 젊은 세대로 갈수록 기온 상승 온도가 커진다. /자료=그린피스
한국 인구를 세대별로 구분했을 때 세대별로 경험하게 되는 지구 온도 상승폭 (시나리오 SSP370). X세대부터 알파세대까지는 모두 1.5℃ 이상의 지구 온도 상승을 경험하게 되며 젊은 세대로 갈수록 기온 상승 온도가 커진다. /자료=그린피스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기후위기는 청년과 청소년, 아동 세대에 더욱 가혹한 피해를 입히지만 세대 간 분배된 탄소예산은 매우 불공정하다”며 “석탄과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 에너지를 빠르게 퇴출해 세대 간 기후 공정을 실현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UN IPCC 6차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1.5℃씨 목표를 위해 허용된 탄소예산은 약 4천억톤이다.

보수적으로 계산하더라도 한국에 부여된 탄소예산은 45억톤 정도로, 현재 탄소중립기본계획에 따르면 약 41억톤 정도를 2030년까지 소진하게 된다.

즉 2030년 이후를 살게 되는 현재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오직 10%가량의 탄소예산만 남게 되는 셈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참가자들은 지구 가열화로 인해 자신과 자녀들의 미래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다며 발 빠른 정부의 대처를 요구하기도 했다.

3세와 5세 자녀를 키우고 있는 이혜윤 씨는 “한여름 놀이터 미끄럼틀은 손만 닿아도 너무 뜨거워 화상 위험이 있을 정도”라면서 “이미 우리는 자녀 세대에 아름다운 자연이 아닌 ‘재난’을 유산으로 남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기후 재난을 막기 위해 정부가 강력한 정책을 통해 변화를 추진하고 탄소 배출을 적극적으로 줄여나가 달라”고 요구했다.

아동이 ‘화석연료로 녹아가는 현재와 미래’라는 배너를 들어보이며 이상기후 현상의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그린피스
아동이 ‘화석연료로 녹아가는 현재와 미래’라는 배너를 들어보이며 이상기후 현상의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그린피스

한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2년 기준 9.21%로 여전히 OECD 국가 가운데 꼴찌 수준이다.

이는 아시아 지역 평균 24.78%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에너지 연구소의 세계 에너지 연례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석탄 소비는 2012년부터 지난 10년간 약 1.6%씩 줄어들고 있으나 가스 소비량이 같은 기간 매년 1.2%씩 늘고 있으며 석유 정제시설 규모도 1.6%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한국의 전체 에너지 소비량 가운데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83%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는 삼척석탄발전소 건설이 계속 추진 중이며 제주 지역에는 신규 가스발전소까지 건설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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