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은 부자가, 피해는 취약계층에··· 기후재앙 역설 끊어야

[환경일보] 세계가 불평등해지고 있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이 올해 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증가한 부에서 상위 1% 부자들이 차지한 비중이 하위 50%에 비해 74배나 많았다.

부의 불평등은 팬데믹 이후 더욱 심해졌다. 1990년대 이후 빠르게 감소하던 전 세계의 절대적 빈곤율은 팬데믹 영향으로 2019년 8.4%에서 2020년 9.3%로 높아졌다.

올해는 이 불평등을 체감할 수 있는 해였다.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재해 탓이다. 전 세계를 덮친 폭염은 대규모 인명 피해를 불러왔으며, 폭우로 도로·주택이 침수되고 사망자가 속출했다.

그런데 기후위기의 ‘얼굴’은 제각각 다르다. 이상기후의 영향은 사회적 취약계층에 더 큰 고통을 초래하지만, 부유층에겐 미미하다.

부자들에게 기후변화에 따른 일상적 위협은 크지 않다. 폭염에 내몰려 장시간 노동을 강요받지도, 폭우에 누군가 주문한 음식을 배달할 일도 없다. 더울수록 에어컨을 더 사용하면 되고, 요금 폭탄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이들이 발생시키는 온실가스가 어마어마하다는 점이다. 옥스팜이 지난해 발표한 ‘탄소 부호’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최고 부자들이 지구온난화에 기여하는 정도가 일반인의 무려 100만배에 달한다.

최근에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도 나왔다. 폭염과 같은 극심한 열 노출이 늘어날수록 노인과 저소득층 등 사회 취약계층의 인지 능력이 부유층보다 더 빠르게 저하된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대 세계공중보건대학원 사회행동과학과의 최은영 박사와 버지니아 장 교수, 성균관대 사회학과 이해나 교수 연구진은 52세 이상 미국 주민 9500여명의 12년간 폭염 노출과 인지기능 변화 등을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재난의 최전방으로 내몰리는 가운데 인지기능까지 불평등해지다니 불안하고 꺼림칙하다. 이상기후의 영향은 우리 생활과 건강에 앞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까. 좋지 않은 영향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국가 간 불평등은 더욱 심각하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은 가난한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1990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전 세계는 2조 달러(2851조원) 이상의 손실을 보았다.

반면 올해 여름 최악의 기후재앙으로 수천만명의 수재민이 발생한 파키스탄은 어떤가. 1959년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가 배출한 이산화탄소 가운데 파키스탄이 차지하는 양은 단 0.4%다.

이것이 기후재앙의 역설이다. 국제적으로는 온난화 책임이 큰 선진국이 나서서 개도국을 지원하고, 국가 내에서는 고소득층의 사회공헌 활동이 더 강조돼야 하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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