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이후 단 100개 기업서 전세계 온실가스 ‘70%’ 이상 배출
ESG 정보, 자체 검증으로 불안전‧‧‧ 실사의무법 국제적 차원 확대

지구온난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의 대부분을 기업이 배출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마땅한 책임과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는 기업들에 대한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의 대부분을 기업이 배출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마땅한 책임과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는 기업들에 대한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기후위기의 핵심은 지구온난화이고 지구온난화의 주된 원인은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대량 배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인간의 활동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기업 활동’이다.

기후학자 리처드 히데(Richard Heede)는 1850년부터 201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의 약 2/3가 90개의 오일, 석탄, 가스 기업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의회는 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이하 CSDDD)에 대한 수정안에서 ‘1988년 이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70% 이상이 단지 100개의 기업에서 나왔다’고 한 바 있다.

2022년 CDP(탄소정보 공개 프로젝트)를 통해 기업들이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Scope 1·2를 합친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08억톤CO2e, Scope 3의 배출량은 1341억톤CO2e로, Scope 1·2를 모두 합친 것보다 약 1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아울러 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에서 10만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한 기업들의 배출량을 모두 합치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3/4을 차지하고, 상위 10개 기업의 배출량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참고로 온실가스 배출은 회사가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원천에서 발생하는 직접 배출(Scope 1), 회사가 구매한 전기, 열 또는 증기 생성으로 인한 간접 배출(Scope 2), 회사의 가치사슬에서 발생하는 모든 기타 간접 배출(Scope 3)로 구분된다.

이렇게 기업의 대량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위기가 초래됐음에도 기업은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한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의회 “기업, 기후위기를 사업 기회로만 대해” 비판

유럽의회는 수정안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가장 많은 기여를 한 기업이 책임을 지지 않고 오히려 재생에너지 사업 등으로 기후위기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만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러한 재생에너지 사업으로 인해 환경뿐 아니라 노동자들과 지역 주민들이 다시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기업이 기후위기 대응, 즉 신속한 전환과 아울러 정의로운 전환보다 더 넓은 의미에서의 공정한 전환에 소극적인 이유 중 하나는 기업의 ‘기후책임’을 담보할 규범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환으로 유럽연합의 CSRD(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 SFDR(지속가능금융공시규정), EU TR(분류체계 규정), 미국의 SEC(증권거래위원회), 기후 공시 규칙 등 투자자에게 유의미한 기업의 비재무 정보, 특히 기후 관련 정보의 공시를 의무화하는 법률들이 제정되고 있다.

규모, 세부 사항의 차이가 있지만 국내외 규범은 2024~2025년부터 비재무 정보 공시의 의무화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와 같은 ESG는 정보의 공개를 통한 투명성 법제를 근간으로 하며, 기업들은 ‘재무적으로 중요한’ 이슈들을 잘 공시‧관리해 자금 조달을 받음으로써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으로 사회의 지속가능성도 담보할 수 있을까?

국회의원회관에서 22일 열린 ‘기후변화 시대의 기업의 책임, 공급망 실사법의 활용과 확장 토론회’에서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변호사는 ESG에 대해 “재무 정보에 비해 비재무 정보는 상이한 보고, 평가 기준하에 완화된 검증으로 자체적으로 공시돼 그 정보가 불안전하다”고 전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국회의원회관에서 22일 열린 ‘기후변화 시대의 기업의 책임, 공급망 실사법의 활용과 확장 토론회’에서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변호사는 ESG에 대해 “재무 정보에 비해 비재무 정보는 상이한 보고, 평가 기준하에 완화된 검증으로 자체적으로 공시돼 그 정보가 불안전하다”고 전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22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소영‧장혜영 의원과 국가인권위원회, 녹색전환연구소 주최로 열린 ‘기후변화 시대의 기업의 책임, 공급망 실사법의 활용과 확장 토론회’에서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변호사는 “재무 정보에 비해 비재무 정보는 상이한 보고, 평가 기준하에 완화된 검증으로 자체적으로 공시돼 그 정보가 불안전하다”고 꼬집었다.

공급망에서 인권 침해 문제는 1990년대 다국적 기업들의 인권 및 환경 문제에 대한 논란이 확대되며, 기업과 인권에 관한 국제규범 제정에 대해 논의가 대두됐다. 2011년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규칙(UNGPs)’이 제정됐으며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UNGPs를 반영해 인권실사를 의무화하는 법률이 제정되고 있다.

여기에는 UNGPs의 인권실사 규범과 OECD 다국적기업에 대한 가이드라인(이하 OECD 가이드라인)의 환경실사 규범처럼 연성규범도 있고 프랑스 실사의무법처럼 경성규범도 있다. 이러한 기후실사를 의무화한 경성규범은 국가적인 차원과 지역적인 차원뿐 아니라 국제적인 차원에서 생성되고 있다.

공급망실사법이 제도화되는 이유는 기업이 야기하거나 연루된 인권 및 환경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우고 이를 가치사슬에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며, 기업은 국가와는 별도의 인권존중 책임을 부담하며 그 책임은 전체 가치 사슬을 포괄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책임, 기후실사보다 나은 대안 없어

이상수 서강대 교수는 “기업의 기후책임과 관련해 기후실사보다 나은 대안을 찾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에 직접 책임을 부여하고 글로벌의 통일적 기준에 따르며 명령통제식의 규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기업 측의 자원을 이용하고 구체적이고 타당한 기후행동을 도모하며, 기업으로 하여금 기후실사를 효과적으로 하도록 하는 방안(지배구조)을 찾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실사법의 제정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공기업 중에는 기후위기와 관련해서 부정적인 영향에 연루될 가능성이 큰 기업들이 많이 있다.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나 한국가스공사와 같은 에너지 부문의 공기업뿐 아니라 수출입은행이나 국민연금공단과 같은 금융기관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이러한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기후실사를 하도록 하기 위해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실사에 대한 확대 해석을 받아들여 기존의 인권경영 권고를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밝혔듯이 우리나라는 금융 공공기관들조차 기후공시에 소홀하게 대응하는 등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경제가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맞섬과 동시에 기후정의를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김인성 기자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밝혔듯이 우리나라는 금융 공공기관들조차 기후공시에 소홀하게 대응하는 등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경제가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맞섬과 동시에 기후정의를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김인성 기자

현재는 기후위기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뿐 아니라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정적인 영향에 관해 기업을 상대로 제기할 곳이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르면 현재 기업을 포함한 비국가행위자에 대한 진정은 원칙적으로 차별에 관한 것만이 가능하다.

개정 OECD 가이드라인은 NCP(국가별연락사무소개혁과 관련해서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한국의 NCP 개혁과 동시에 개정 OECD 가이드라인 중 기후실사와 관련된 내용을 활용해서 기후위기 대응에 미온적인 한국 기업을 상대로 진정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CSDDD가 제정이 되면 해당 요건을 갖춘 한국 기업들도 기후실사 의무를 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CSDDD뿐 아니라 개정된 OECD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하루 속히 국내에서도 기업의 인권·환경 실사 의무법이 제정될 필요가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소홀히 하는 ‘공기업과 공공기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밝혔듯이 우리나라는 금융 공공기관들조차 기후공시에 소홀하게 대응하는 등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따라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업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지금, 기업의 기후·인권 책임 존중 의무와 기후 실사 관련 동향을 제대로 살펴봐야 하며 “경제가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맞섬과 동시에 기후정의를 선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공기업‧금융기관 등 기후대응 ‘부정적 연루 가능성’ 多

더불어 공기업 중에는 기후위기와 관련해서 부정적인 영향에 연루될 가능성이 큰 기업들이 많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나 한국가스공사와 같은 에너지 부문의 공기업뿐 아니라 수출입은행이나 국민연금공단과 같은 금융기관이 그 예다.

김종철 어떤바람 농장 변호사는 이러한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기후실사를 하도록 하기 위해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실사에 대한 확대해석을 받아들여 기존의 인권경영 권고를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 현재 기후위기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뿐 아니라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정적인 영향에 관해 기업을 상대로 제기할 곳이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르면 현재 기업을 포함한 비국가행위자에 대한 진정은 원칙적으로 차별에 관한 것만이 가능하다.

김 변호사는 개정 OECD 가이드라인은 NCP 개혁과 관련해서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한국의 NCP 개혁과 동시에 개정 OECD 가이드라인 중 기후실사와 관련된 내용을 활용해서 기후위기 대응에 소홀한 한국 기업을 상대로 진정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CSDDD가 제정이 되면 해당 요건을 갖춘 한국 기업들도 기후실사 의무를 지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CSDDD뿐 아니라 개정된 OECD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하루속히 국내에서도 기업의 인권·환경 실사 의무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국장은 실사의무화법 통과보다 비사법적 구제수단인 NCP 위원 구성을 바꾸는 것이 더 현실성이 있을 수 있다. 4명의 민간위원 중에 환경/기후 전문가를 한 명이라도 포함시킨다면 NCP 진정에 대한 논의가 진전될 여지가 있다고 봤다. /사진=김인성 기자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국장은 실사의무화법 통과보다 비사법적 구제수단인 NCP 위원 구성을 바꾸는 것이 더 현실성이 있을 수 있다. 4명의 민간위원 중에 환경/기후 전문가를 한 명이라도 포함시킨다면 NCP 진정에 대한 논의가 진전될 여지가 있다고 봤다. /사진=김인성 기자

실사의무화법 논의 전반에서 노동조합이 참여하지 않는 부분에도 주목했다. 기후실사가 이뤄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전환 과정에서의 구조조정 과정이 노동조합·노동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도 문제다.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국장은 “한국의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을 분리해서 살펴볼 때, 노동조합이 자신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권실사에도 무관심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실사의무화법 통과보다 비사법적 구제수단인 NCP 위원 구성을 바꾸는 것이 더 현실성이 있을 수 있다. 4명의 민간위원 중에 환경/기후 전문가를 한 명이라도 포함시킨다면 NCP 진정에 대한 논의가 진전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유엔총회에서 기후변화는 모든 인권에 있어서 가장 시급하고 심각한 위협이라고 했으며, 유엔인권이사회는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 국가인권기구가 적극적으로 조사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김현주 국가인권위원회 주무관은 “인권위는 기후위기 문제에 인권적 접근법을 적용해 대응할 것이고, 그 일활으로 기업의 인권 경영 측면에서의 기후공시 관련 실태 조사 실시, 공급망 실사법 제정안에 대한 의견 표명 등을 포함한 기후위기 대응 중장기 업무 추진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김 주무관은 기후정의 달성은 국가와 시민사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명시하며 ”기후위기 유발에 책임이 큰 기업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때이며, 기업이 기후정의에 앞장설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