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폭염, 전쟁 등으로 세계 곳곳에서 식량 생산 차질

[환경일보] 히트플레이션은 열(heat)과 물가의 지속적 상승인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단어로, 폭염으로 인해 식량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기후위기로 세계 주요 농산물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밥상 물가가 대폭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요 식량생산국 중 하나인 아르헨티나는 가뭄으로 목초지가 황폐화되면서 지난 6월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72% 올랐고, 10월까지 40%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브라질 등 사탕수수 생산국들도 수확량에 타격을 입으면서 국제 설탕 가격이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식량 생산 대국 인도마저 치솟는 식품가격 때문에 쌀 백미 품종에 대한 수출을 금지했다. 지난해 120년 만의 대폭염으로 수확량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인도는 세계 밀 생산량 2위 국가인데, 현재 전쟁 중인 러시아가 3위, 우크라이나가 7위이다. 최대 밀 생산국인 중국조차 식량 자급이 안 되는 나라다.

세계 밀 생산 1, 2, 3, 7위 국가가 수출을 못하면, 여기에 의존하고 있던 유럽과 북유럽, 중동 국가들에게는 재앙이 벌어진다.

돈이 많은 유럽 선진국들이야 어떻게든 식량을 구할 수 있을 테지만 가난한 북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들은 식량을 구할 방법이 없어 굶주리게 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히트플레이션은 과거 아랍의 봄을 불러왔던 2010년대 초 곡물 가격 쇼크보다 더 큰 폭의 가격 상승이다.

세계식량안보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32위로, 중국의 34위에 비해서는 높지만, 일본의 8위와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인다. 일본 역시 많은 양의 식량을 수입하는 나라지만 대규모 식량 체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 심각한 점은 우리나라 곡물 수입의 대부분이 미국이라는 것이다. 수요량의 70% 이상을 미국에서 들여오는데, 여기에는 밀, 콩, 옥수수 등 주요 작물이 모두 포함된다.

미국이 우리의 주요 동맹국이라는 점과는 별도로, 미국이 이상기후로 인해 식량 생산에 타격을 입게 되면, 우리나라는 그 영향을 즉시 받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되는 부분이다.

2020년 미국의 밀 수확량은 198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해 전년도 대비 무려 41%나 하락한 바 있으며, 밀 경작지 역시 50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2년 미국 서부는 1200년 만의 '메가 가뭄'을 기록했다. 20년째 계속된 가뭄인데, 전문가들은 이 메가 가뭄이 앞으로 10년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미국 역시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를 피하지 못하면서 각종 식량 생산에 차질을 빚었고, 이는 우리의 식량안보 문제와 직결된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는 유제품, 과자, 즉석밥 등 식료품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10년 만에 가공식품 가격 최대 인상 폭을 기록했다. 최근 들어 물가상승률이 주춤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미 오른 식품 가격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식량안보에 대해 수십년 전부터 누누이 강조했지만, 눈앞에 위기가 닥친 지금에서야 슬슬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대책 마련으로는 이어지고 있지 않다. 발등에 떨어진 불이 몸 전체로 옮겨붙어야만 심각성을 느낄 수 있을까.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