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하면 어떤 단어가 먼저 떠오를까. 검무스레한 피부에 덥수룩한 수염... 그리고 뭐니 뭐니해도 햐얀 두건과 하얀 망토와 같은 옷이 상징이 아닐까 싶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에 이어 세계 3~4위를 다투는 산유국으로서 늘 초미의 관심거리로 뉴스를 장식하며 환경의 적으로 치부되고 있지만 주한 쿠웨이트 알쉐리다 대사를 만난다면 산유국이 무조건 반환경적이라는 편견을 버리게 된다. 한국에서 대사활동을 한지 어느덧 햇수로 2년을 맞은 알쉐리다 대사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한국과 환경전반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지난해 처음으로 주한대사로서 한국에 오게 된 알쉐리다 대사. 그간 한국에서 살면서 느낀건 다름 아닌 ‘한국 사람들은 너무 바쁘게 지낸다는 것’이다. 할 일 이 많아 바쁘게 지내는 한국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알쉐리다 대사 개인적으로는 ‘한국 사람들이 성실하고 예의바른 국민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칭찬한다.
그리고 친절한 사람들만큼이나 쿠웨이트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무역센터와 역사적인 장소, 영화관 등 다양한 볼거리까지도 ‘흥미’ 그 자체라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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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알쉐리다 대사는 아이슬란드, 덴마크, 스위스 등 소위 환경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와 더불어 탄자니아, 잠비아 등 환경적으로 열악한 국가에서도 머물면서 외교활동을 해왔다.
그런 만큼 각국에 대한 느낌도 남다르지만 그나마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Good' 그 자체라고 칭찬한다.

걸프전으로 무너진 ‘환경’
아직도 후유증은 남아있다

쿠웨이트의 환경을 설명하는데 앞서 이라크 침공으로 인한 걸프전을 빼놓을 수 없다.
알쉐리다 대사는 “이라크의 침공이후 사람들의 정신적 피해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이며 집, 호텔이 파괴된 것은 기본이고 사막에서의 생명수와도 같은 물이 오염돼 심지어 새들이나 동물들이 그 물을 마시고 죽을 정도였다”고 그 당시를 회고한다.
실제 이라크의 침공은 쿠웨이트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쳤으며 동물조차 먹고 죽을 정도로 수질오염이나 전쟁으로 인한 대기오염 역시 심각했다고 전한다.

“침략자들(이라크 군)은 철수하기 전, 쿠웨이트에 있는 대부분의 유정을 불태웠습니다. 750여개의 유정이 불태워졌으니 그 연기는 하늘 높이 올라가 아라비아 반도 전체를 뒤덮었고 아시아 쪽으로도 뻗어나갔으며 그것은 인간과 동물들에게 매우 해로운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아이들에게 말입니다. 지금까지 저는 그 당시 영향으로 피해를 입은 아이들로 가득찬 소아병원을 본 적이 있었는데 말로 표현이 안 될만큼 끔찍하고도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침략자들의 만행이 여기서 끝난게 아니라는 것이죠. 그들은 아라비아 만과 쿠웨이트 사막에 원유를 쏟아 부었으며 이로 인해 아라비아 만에 살고 있는 수많은 어류들이 떼죽음을 당했고 쿠웨이트 사막에는 석유 호수가 형성됐습니다. 지금까지도 석유 호수 제거 작업이 계속되고 있을 정도니 얼마나 상황이 심각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사진1]알쉐리다 대사가 전쟁이 끝나고 3개월 만에 쿠웨이트를 찾았을 때, 한낮인데도 자동차 전조등을 키지 않으면 도로를 지날 수 없을 만큼 스모그가 심각했다고 한다.
더군다나 그 당시 피해로 폐질환을 앓은 어린이들이 아직까지 그 후유증을 안고 살고 있는데 대해 아쉬움을 전했다.
하지만 전쟁폐허는 불과 전쟁이 종결된 후 2년 만에 말끔히 복구됐다고 전한다.
지금은 거리도 깨끗하고 망가진 집도 말끔히 보수되고 허물어진 담이나 건물들도 기존처럼 복구된 상태다.
동물들이 마시고 죽을 정도로 오염됐던 해변에서 이젠 아이들이 수영하고 장난칠 정도로 깨끗히 정화됐다.
또한 곳곳에 숨겨져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던 지뢰도 거의 완벽하게 제거한 상황이다.
알쉐리다 대사는 “이렇게 빠른 시일에 오염을 복구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국가의 도움이 컸다”며 “오염원에 대한 각 국가의 많은 기업에서 쿠웨이트의 정화사업에 동참했으며 쿠웨이트의 달라진 환경에 한국 기업의 도움도 한몫했다”고 전한다.
한편 알쉐리다 대사는 “이라크와의 전쟁이 있을 당시 쿠웨이트 민족은 각종 쓰레기를 한데 모아서 배출을 한 반면 이라크 군인들은 어떤 쓰레기도 아무런 구분없이 마구 버렸다고 우스갯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물론 쿠웨이트를 힘들게 했던 전쟁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지금은 이라크 지도자가 후세인도 아니고 정권이 바뀐 만큼 이라크도 많이 달라졌다는 칭찬(?)도 덧붙였다.

쿠웨이트가 변하고 있다!
그곳의 환경부 ‘공공환경보호기구’

[#사진2]많은 사람들이 쿠웨이트는 환경적으로 열악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실제 환경지속성 지수 역시 하위에 머물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쿠웨이트에도 환경을 담당하는 기관이 점차 생겨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공공환경보호기구’는 쿠웨이트에서 환경을 책임지는 기구로 우리나라의 '환경부'와 비슷한 기관으로 볼 수 있다. 실질적인 오염을 줄이기 위한 법을 제정할 뿐 아니라 환경전반의 정책을 총괄하고 책임지는 기관이 바로 공공환경보호기구인 것이다.
알쉐리다 대사는 “이뿐 아니라 모든 석유회사나 공장에는 환경보호 관련 부처가 있으며 쿠웨이트 당국에도 실실적으로 환경보호에 관한 연구와 기술을 담당하는 전문가들도 있다”고 자부한다.

지금 현재 쿠웨이트에는 ‘최고 환경위원회’로 불리는 기관과 더불어 쿠웨이트 과학 연구소라 불리는 기관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이라크 침공으로 인해 파괴된 환경과 주변 사막으로부터 유입되어 쿠웨이트 상공을 덮고 있는 스모그와 그 밖의 공장폐기물 처리에 대한 책임을 맡고 있다.
알쉐리다 대사는 “현재 쿠웨이트는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위해요소를 제거하고 보다 건강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서 국가가 맡아야 할 책임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며 “개인적인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알쉐리다 대사 가정에서는 집안내에서 발생되는 쓰레기나 유해한 물질의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 이유 역시 이로 인해 개인은 물론 이웃사람들과 동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게 싫기 때문이란다.
이와 더불어 주변사람들과 환경보호에 관한 정보와 경험을 교환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고 전한다.

좋은 환경의 요건은
깨끗한 마음이 나은 ‘깨끗한 환경’

[#사진5]그렇다면 알쉐리다 대사가 생각하는 좋은 환경의 요건은 무엇일까.
너무나 다양한 답변이 나올 수 있겠지만 알쉐리다 대사는 개인적으로 깨끗한게 좋은 환경의 조건이라고 간단명료하게 대답한다.
이슬람교도답게 깨끗한 환경만큼이나 깨끗한 마음을 갖는 게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놀라운 점은 알쉐리다 대사가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환경문제가 그 어떤 것도 아닌 바로 '소음'이라는데 있다. 실질적인 대기나 수질오염 등의 오염원에 대한 관심이 모이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되어 가는 선진국만의 고민거리로 여겨지는 공해가 바로 소음이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쿠웨이트 대사로서 여느 환경문제가 아닌 소음에 관심을 갖는다는 건 분명 이례적인 답변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오염원으로서의 소음은 엄연히 대기나 수질 등의 환경문제에 비해 3차적 환경문제로 치부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놀라운 일이다.
이는 다양한 선진국에서의 대사활동을 하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는 의미와 그와는 별개로 소음공해의 심각성을 시나브로 느껴 관심을 갖게 됐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원인이야 어쨌든 알쉐리다 대사가 보다 한발짝 앞선 선진화된 환경 마인드를 갖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물론 아직까지 쿠웨이트의 환경이 좋다고는 말할 수 없다. ‘석유 생산국’이라는 타이틀과 ‘환경 보전국’이란 타이틀이 어울리지 않듯 현재 쿠웨이트는 물(환경)과 기름(산유국)을 놓고 무조건 섞는 게 아니라 어떻게 오염없이 섞어나갈 것인지가 연구해야 할 과제”라고 설명한다.
더군다나 현재 쿠웨이트에서는 각종 연구기관이나 환경관련 시스템의 강화, 환경법의 강화 등에 중점을 두고 추진해 나갈 의지를 갖고 있다. 자동차 매연을 저감하는 기술개발이나 공장에서 배출되는 가스 등에 대한 정화시설의 개발에도 관심을 넘어 실질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알쉐리다 대사는 “물론 이러한 시설들의 설치와 더불어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 나갈 것도 앞으로의 과제”라며 “누구나 하는 얘기일 수 있지만 환경오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염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그에 대해 문제를 자각하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국은 이미 친환경국가
한 발짝만 더 앞서 나가길

[#사진4]“저는 한국의 공공분야 책임자들이 동네나 그 주변의 상가, 거리의 쓰레기들을 확실히 처리하는 모습을 봤으며 한국인들이 여행자나 거주자들이 불만을 갖지 않도록 쾌적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습니다. 또한 한국에는 환경 연구나 보호와 관련된 많은 연구소들이 있고 사람들 역시 환경에 관심이 높다는 것 또한 알고 있습니다.”
조금은 낯 부럽지만 알쉐리다 대사는 한국에 대해 그리고 한국의 환경에 대해 너무나도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보다 신경을 쓰면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하며 그중 하나로 친환경제품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많은 한국인들이 환경에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친환경적인 제품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큰 게 사실이지만 오히려 친환경제품의 가격이 그렇지 못한 제품에 비해 가격이 높아 생각만큼 많은 수요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견해는 알쉐리다 대사의 생각만은 아닐 만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문제시 여기는 부분이지만 “의지가 있는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금을 늘려서라도 보다 저렴한 친환경적인 제품을 생각하고 보급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면 좋겠다”는게 바로 알쉐리다 대사의 생각이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환경을 살려서 좋고,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좋은 일이니 말이다.
주한쿠웨이트 대사로서 한국에 대한 기대치만큼이나 전 지구적 차원에서도 할 말은 많기만 하다.

“지구상의 대규모 공장 폐기물들이 안고 있는 위험은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간 전문가들 역시 이점에 주목하고 많은 충고를 보냈지만 그에 대한 반성이 미미하고 일부는 귀담아 듣지도 않는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이로 인한 지구 기후가 크게 변화되고 있음을 직접 느끼고 보고 있습니다.
유엔이 전 지구적 차원에서 해결책을 모색하고 회원국들에게 권고사항을 발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한국과 쿠웨이트를 포함한 유엔 회원국들 역시 변화된 지구를 되살리는 데 보다 협력했으면 합니다.”
알쉐리다 대사가 한국 사람들은 물론 어쩌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여기서 잠깐!
쿠웨이트가 궁금하다고요?

[#사진3]쿠웨이트(State of Kuwait)는 중동 아라비아 반도 북동부, 걸프만 연안에 위치해 있으며 면적은 17,820.00평방 km, 국경은 464.00 km이다. 지리적으로는 북으로 이라크와 접하고 남쪽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웃하고 있으며 동쪽으로 걸프에 접해 있다.
국토 면적은 한국의 경상북도와 크기가 비슷하며 국토의 대부분은 해발 수십미터에서 80m까지 이르는 평탄한 사막으로 이뤄져 있다. 쿠웨이트 만 서쪽 끝에 있는 알자라 오아시스, 남동쪽과 연안지역의 기름진 몇몇 작은 구역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사막지역이다.
기후는 건조하고 뜨거운 긴 여름과 단기간이지만 비교적 시원한 겨울로 나뉜다.
일년내내 단속적인 모래 바람이 급습하는데, 특히 5, 6월에서 9, 10월까지는 강한 모래바람이 부는 시기이다. 겨울에는 약간의 비가 오지만 5, 6월에는 전혀 비가 내리지 않는다.

*인구 : 2,257,549명(2004)
*수도 : 쿠웨이트(Kuwait)
*면적 : 17,818㎢(경상북도 크기)
*공용어 : 아랍어
*종족구성 : 쿠웨이트인 45%, 기타 아랍인 35%, 남아시아인 9%, 이란인 4%, 기타 7%
*종교 : 이슬람교 85%(수니 45%, 시아 30%, 기타 10%), 기독교, 힌두교 등 15%
*주요도시 : 아흐마디(Ahmadi), 하왈리(Hawalli), 자흐라 (Jahra)
*수상 : 사바(Sabah al-Ahmed al Jabr Al Sabah)(03.7.14 취임)
*실권자 : 자비르(Jabir) 국왕
*정부성향 중도중립(中道中立)
*UN가입 : 1963년 5월 13일
*비동맹가입 : 1964년 10월 5일
*GDP : 435억불(2003년), 1인당 GDP : 17,650불
*화폐단위 쿠웨이트 Dinar(변동환율제)
*무역(2003년도 기준)
- 수출: 190억3200만불(원유 및 정유제품)
- 수입: 109억3600만불(소비재, 원자재, 식료품)
*국방비 : 35억불 (2003)
*군사력 육군11,000명, 해군2,000명, 공군2,500명(2003년)
*군맹관계 美(91.9), 英(92.2), 佛(92.8), 러시아(93.11),中(95.3)과 군사협력협정

<진행=강재옥 기자/사진=한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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