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유에 가려진 오랑우탄의 눈물

‘환경부와 에코맘코리아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팜유의 원료인 기름야자.
팜유의 원료인 기름야자.

[녹색기자단=환경일보] 권오윤 학생기자 = 기름야자나무의 과육에서 짜낸 고체의 기름을 뜻하는 팜유는 식물성유지로 식용 또는 공업용 원료로도 사용되는 원료다. 팜유는 값싸고 콩이나 유채씨, 해바라기씨보다 오일을 10배 이상 채취할 수 있어 대량생산이 쉽다는 이유로 모든 소비재의 절반에 사용되고 있다. 좋은 장점만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팜유에 가려진 오랑우탄의 아픔을 알아보고자 한다.

사라지는 숲과 오랑우탄

나무에 올라탄 어린 오랑우탄.
나무에 올라탄 어린 오랑우탄.

팜유는 저렴하고 생산적이라는 이유로 음식, 화장품, 바이오연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팜유가 사용되고 있다. 팜유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곳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팜유 소비가 급격히 증가하자, 지난 1990년부터 팜유 농장을 지속해서 확대했다. 그 결과 31만㎢에 달하는 열대우림이 사라졌다. 팜유 농장을 만들기 위해 열대우림이 무분별하게 파괴되면서 오랑우탄과 같은 멸종 위기종의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섬, 수마트라 르우제르 국립공원은 오랑우탄과 호랑이, 코끼리, 코뿔소 서식지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 섬에 팜 나무 생산지가 확대, 도로가 개설되고 숲으로의 접근이 쉬워지면서 동물들은 밀렵꾼들에게 노출되면서 이들 야생동물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지구를 숨 쉬게 하는 열대우림은 사라지고 점점 넓어진 팜 농장으로 오랑우탄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농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총에 맞아 죽고 불에 타 죽는다. 지능이 높은 오랑우탄은 삶의 터전이 한순간에 눈앞에서 잿더미로 변해버리는 장면을 목격하고 심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는다.

집을 잃고 배고픔에 방향감각을 잃고 굶주림에 지쳐 나무에 오르지 못하는 어미와 새끼 오랑우탄들은 쉽사리 표적이 되고, 밀렵꾼들은 오랑우탄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주위 나무를 자르고 어미를 사살하거나 기절시킨 뒤 새끼를 뺏긴다. 그렇게 잡힌 새끼들은 암시장에 거래되며 어미는 약재, 식용, 전리품, 호객행위 등으로 쓰인다.

밀렵꾼들의 눈을 피해도 끝이 아니다. 서식지를 잃고 배고픈 오랑우탄들은 농장으로 내려오게 되고, 농장주들은 오랑우탄이 밭을 망친다 생각하여 때리고, 쏴 죽인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오랑우탄의 숫자는 1970년대보다 2/3가 줄어들었다. 연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르네오 오랑우탄은 5만 5000마리, 수마트라 오랑우탄은 75년 전보다 75%가 감소한 7,300마리가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팜유 산업으로 인한 피해자

팜유 농장.
팜유 농장.

인도네시아는 세계 3위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팜유에 대한 수요가 세계적으로 높아지면서 농장을 건설하기 위한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의 파괴도 가속화되고 있다.

팜유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지나친 산업화하는 것이 문제다. 팜유를 대규모로 생산하다 보니 무분별한 산림 파괴, 노동착취, 화학비료, 제초제 문제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팜유 수출 덕분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일자리도 생기고 수익이 생겨 생활에 도움이 되지만 다국적 기업이 현지 정부로부터 빌린 땅에서 만들어지는 농장주가 싼 가격으로 노동자들을 고용해 대량의 팜을 다국적 기업에 팔아 이윤을 남기고 있어 팜유 농장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팜유 농장의 생산과정은 인도네시아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토지를 정리하기 위해 산불을 내고 산불에 의한 50만 명이 호흡기 질환을 앓고, 6천여만 명이 대기오염 피해를 본다.

또 지역 주민들은 씻고 마시는 물이 부족한데 팜유 회사가 물을 많이 먹는 야자나무 재배를 위해 강줄기를 바꿔 토양 침식도 물 부족의 원인으로 나타난다. 건기에는 가뭄, 우기에는 홍수 피해가 심해지고 있다. 팜유를 얻기 위해 폐수가 함께 만들어지는데 농장에 뿌린 물은 화약 약품과 찌꺼기로 오염되는 상황이다.

팜유로 인해 환경파괴가 인간에게도 위협되는 인도네시아 열대 낙원을 지켜야 하는 이유이다.

팜유의 이중성

제품에 들어간 팜유. /사진=권오윤 학생기자
제품에 들어간 팜유. /사진=권오윤 학생기자

콜레스테롤 함량이 낮지만 카로틴 함량이 높다. 팜유는 유럽 연합(EU)을 포함한 선진국들이 직면한 연료와 식량난의 균형 문제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또 다양한 파생 상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급속이 성장하고 있다. 화장품 및 건강식품의 원료가 되는 것 이외에도 팜유는 바이오연료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식물에서 채취한 기름이지만 동물성 기름에 가까운 팜유는 포화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어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높이고 고혈압과 동맥경화 등의 질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

석유를 대신할 바이오연료로 개발을 할 수 있지만 아직은 완성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

주변에서 쉽게 소비되는 과자, 라면, 초콜릿, 아이스크림, 샴푸, 세제, 화장품, 도넛 등 거의 모든 제품에 팜유가 있어 앞으로도 소비가 많아진다면 해마다 엄청난 양의 팜유가 수입될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값싼 가격으로 팜유를 소비하고 건강과 자연, 동식물을 해치는 게 옳은 일일까?

오랑우탄의 멸종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International Palm Oil Free 인증 상표 /사진출처=국제 팜유 프리 인증 프로그램(POFCAP)
International Palm Oil Free 인증 상표 /사진출처=국제 팜유 프리 인증 프로그램(POFCAP)

일상생활에 깊게 자리 잡은 팜유 소비를 줄이기 위해 일부 기업에서는 팜유 프리 제품을 생산한다. 리터스포트 다크아몬드&퀴노아, 초록마을 찰옥수수 강냉이, 우리 밀 두부과자(한살림), 하늘땅 감자(한살림) 등 팜유가 들어 있는 제품을 소비하지 않는 것으로도 오랑우탄을 지킬 수 있다. 또 제품에 팜유라고 적혀 있는지 확인하고 구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소비자로서 지나치게 싼 물건이 아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만들어진 물건들을 구매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소비재의 사용을 줄이는 노력이나, 대안 제품을 찾는 건 어떨까? 또한 산림을 파괴하지 않고 기존 공장의 운영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정부의 노력과 기업들에 책임 및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인간의 팜유 생산이 자연에 초래한 피해와 그 영향을 다룬 영화 ‘기후를 덥히는 팜유’ 우리의 일상에서 쉽고 맛있게 접하지만, 실상은 그렇게 가볍지 않았던 팜유의 생산과정과 그 영향에 진실을 마주했으면 한다.

환경을 죽이지 않고 적은 임금으로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과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들을 지켜내야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당장 큰 변화를 나타낼 수는 없지만, 우리의 삶의 방식을 좀 더 다른 방향으로 바꾸는 노력을 한다면 언젠가 세상도 바뀔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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