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맞춤 적응대책 수립 시 시민 참여, 에너지 전환 정책 포함해야

[환경일보] 2020년 6월5일 전국 226개 기초지방정부는 기후위기 비상상황을 선언했다. 하지만 선언 이후 기후위기 속에서 지역 어느 부분이 취약한지 시민과 대화하려는 지방정부의 노력은 없었다. 지방정부 기후 리스크 진단과 적응대책도 여전히 국가가 주도했다.  

올해 7월 산사태와 폭우로 수십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기후변화로 국지성 집중 호우량이 매해 경신되는 중에도 지자체가 지역의 기후위기 취약점을 어떻게 보완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도 시민들이 기후재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기후위기와 지역 주민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지자체는 의무적으로 설명에 나서야 한다. 폭우에 취약한 산악 지형에 대한 위험성이나 장마철에 하천둑을 없애고 공사를 진행하는 위험한 상황에 대해 정보를 안다는 것은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일이다.

지방정부의 기후 리스크 진단과 적응대책을 국가가 주도하는 동안 지역 주민들은 기후위기 정보를 해석하는 ‘기후 리터러시’ 능력을 높일 기회를 갖지 못했다. 지역 현장에 맞춰 국가가 해야 할 부분과 지자체가 해야 할 부분에 대해 시민이 분명한 생각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지 못한 원인이다.

지난 8월30일 지방정부 기후위기 선언이 있었다. 19개 자치단체장이 연단에 올라 기후위기 적응 대책 마련을 다짐하는 선언식 퍼포먼스를 펼쳤다. 233개 지자체가 선언문 작성에 동참했다. 선언식 행사가 열린 인천 송도 유엔기후변화협약 적응주간 주제는 ‘적응의 새로운 시대: 적응의 확대와 변혁’이었다.

실천 선언문에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기후재난과 피해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대한민국의 지방정부가 선언에 참여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번 선언이 2020년의 경우처럼 선언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지역별 특수성을 고려한 기후위기 대책 마련과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

지방정부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에너지 사용의 약 80%를 차지하는 기업의 에너지 수요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전환 부문에서의 탄소 감축은 어느 부문보다 중요하다. 국가 기본계획을 통해 전환, 산업, 건물, 수송, 농축수산, 폐기물 등 주요 감축수단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과 감축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를 지자체에 적용할 수 있는가는 별개 문제다.

기후위기 적응 선언에 동참한 충남 당진시의 경우 에너지 산업이 당진시 전체 탄소 배출량의 90%가량을 차지한다. 현대제철과 화력발전소가 위치한 당진시는 온실가스 배출량 전국 1위다. 화력발전소 운영을 유지하며 탄소배출 전국 1위 멍에를 벗을 수 있을까. 경기도 용인시는 반도체클러스터 구축을 준비 중이다. 2021년 기준 삼성전자 연간 물사용량은 1억4426만9000톤, SK하이닉스는 1억404만3000톤이었다. 수출 첨병인 반도체가 사용하는 엄청난 전력을 용인시가 주도해 전환하기란 어려워보인다.

지자체 관리 권한 외 부문인 전환, 산업 부문이 여전히 국가 관리 영역으로 남아있어 현실적으로 지자체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기후위기 선언이 선언에 그치지 않을지 의문을 거둘 수 없는 이유다. 이제라도 지자체는 기후위기 대응책 수립 단계부터 정보를 지역민에게 공개하는 것을 고려해야 하고, 정부는 지자체 기후위기 대응에 독립적인 에너지 전환 정책을 포함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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