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제를 위해 아이 낳기를 강요할 것인가

[환경일보]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또 새로운 기록을 경신했다. 상반기 합계 출산율은 0.7로, 하반기에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출산율은 0.7 밑으로 떨어져 0.6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떨어질 때까지 떨어져 바닥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바닥 밑에 지하실이 있었고, 지하 1층 밑에 지하 2층이 기다리고 있던 꼴이다. 한국의 저출산 대책은 좌우와 진보‧보수를 떠나 완전히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뭐, 그분들 생각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이쯤 되면 단순히 출산율이 낮아진 차원을 떠나 ‘아이 낳기를 거부하기’ 차원에 돌입한 것 아닌가 의구심을 거둘 수 없다. 젊은이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마당에 출산과 육아는 사치가 된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농사를 짓는 대한이네 집이 있다. 농촌사회에서 자식은 곧 공짜 노동력이기에 대한이네 집 조부모는 아이들을 되는대로 낳았고 그 결과 자식이라는 공짜 노동력에 기대, 농사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부자가 되었다.

문제는 대한이네가 2대로 접어들면서다. 첫째는 부모가 일군 재산을 물려받아 먹고 살 걱정이 없지만, 평생 부모 밑에서 공짜 노동력을 제공한 나머지 자식들은 먹고살았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남은 게 없다.

앞으로도 첫째 아들 밑에서 농사를 돕는다면 밥이야 먹여주겠지만, 여기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도, 미래도 보이지 않는다.

이 같은 현실에 첫째를 제외한 아들들은 결혼조차 쉽지 않았고, 결혼한 자식들조차 아이들에게 불안하고 어두운 미래를 물려주기 싫어서 아이 낳기를 거부했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대한이네 자식들 세대가 늙어가면서 노동력이 줄기 시작했고, 그제야 대한이네 조부모와 큰아들은 나머지 자식들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아이야 낳으면 다 알아서 큰다”, “원래 아이들은 자기 밥그릇은 자기가 달고 태어난다”, “전쟁 중에도 자식을 낳고 키웠다. 전시에 비하면 지금은 천국이다”, “우리 집안 망하는 꼴 보고 싶으냐, 아이를 낳지 않으면(공짜 노동력이 없으면) 집안이 망한다”

대한이네는 가정 경제를 위해 더 많은 아이를 낳아야 할까?

대한민국 경제의 고도성장 시기는 지났다. 일본은 저성장에 빠진 대신 물가라도 잡았지만, 한국은 임금은 제자리인데 물가만 오르고 있다. 

서울에는 집이 없고, 지방에는 직장이 없는 현실에서도 집값은 줄기차게 오른다. 인구가 줄고, 1인 가구만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집값이 빠지기는커녕 오히려 오르고 있다.

생존 위기에 내몰린 젊은 세대는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이 낳기를 거부하고 있다. 과거 미국의 여피족처럼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즐길 여유가 없기에 생존을 위해 아이 낳는 것마저 포기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하고, 아이를 낳지 않고 생존에만 몰두하는 젊은이들을 이기적이라 욕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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