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행 앞두고 전면 재검토, 지자체 자율로 선회

[환경일보] 환경부가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보도 설명 자료를 발표했다. 선도지역 현장 의견과 운영 성과 등을 모니터링해 종합적으로 플라스틱 저감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다.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범지역(제주, 세종)의 현장 의견, 운영 성과 등을 모니터링 하면서 플라스틱 저감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국회에서 지자체 여건에 맞게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내용의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발의돼 관계부처, 지자체,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있으며, 환경부는 시행지역 성과, 지자체를 비롯한 현장 의견 등을 바탕으로 향후 추진 방향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언론들은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의무화 철회’라고 받아썼다. 그리고 환경부는 이 에 대한 별다른 반론 없이 ‘일회용컵 보증금제 컵 반환량’이라는 참고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했다.

환경부가 언급한 국회 발의 법안은 권명호 의원이 발의한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으로, 대상사업자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종‧규모로 지정한 것에 대해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도‧특별자치도 또는 시‧군‧구의 조례로 정하는 기준과 지역으로 변경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을 환경부가 언급한 것은 개정안을 토대로 1회용컵 보증금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플라스틱 오염과 1회용품 문제에 대한 사안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규제 권한을 환경부가 아닌 지자체에 이관함으로써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지금까지 환경부는 “지자체에 단속 권한을 줬음에도 환경단속을 소홀히 해 불법이 만연했고, 이에 단속을 강화할 방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환경오염에 관대한 지자체 대신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1회용품 보증금제는 정반대로, 아직 만들지도 않은 단속 권한을 처음부터 지자체에 맡기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시행 여부조차 지자체가 정하도록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이미 1회용컵 보증금제의 자율 시행의 한계는 20년 전에 확인됐다. 2003년 시행된 1회용컵 보증금제는 기업의 자발적 협약에 따라 운영됐지만 낮은 반환율, 미반환 보증금의 처리 문제 등으로 효과가 미비했다.

그래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1회용컵 보증금제를 법률에 근거를 마련하고, 미반환보증금의 운영관리를 투명하게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제도의 핵심이었다.

1회용컵 보증금제가 도입된 2020년 자원재활용법 개정 당시에는 일회용컵을 다량으로 배출하는 사업자의 재활용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내용으로 해당 사업자를 대통령령으로 업종과 규모를 정했고, 전국에 적용되도록 했다.

그런데 환경부는 제도 시행지역을 세종과 제주로 국한하더니, 이제는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있어도 될까 말까 한 제도를 지자체 자율에 맡긴다면 결과는 뻔하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목으로 한 표심에 좌우되는 지자체의 향후 행보는 불 보듯 뻔하다. 그리고 환경부는 이러한 사실을 대단히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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