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담배는 버릇 없지만 음주는 사회생활?

[환경일보] 1980~1990년대는 주윤발, 유덕화 등의 ‘따거’들께서 담배를 피워물고 쌍권총으로 적들을 몰살하며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는 ‘간지’를 뿜어내던 시대였다.

성냥을 질겅질겅 씹고, 위조지폐로 담배에 불을 붙이며, 위스키를 다리에 쏟아붓던 영웅본색의 주윤발은 지금도 영원한 따거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천장지구의 유덕화는 오토바이 뒷좌석에 웨딩드레스를 입은 연인을 태우고 홍콩 시내를 누볐으며 건물 옥상에 걸터앉아 캔맥주를 마시는 반항아의 상징이었다. 그 시절 청소년들에게는 ‘비트’의 정우성 이전에 유덕화가 존재했다.

그 시대 필자를 포함한 어리석은 청소년들은 ‘따거’의 멋있는 모습을 흉내 내려 아무 생각 없이 술, 담배를 시작했다. 당시 사회는 청소년이 술, 담배를 구매해도 아무도 신분증을 요구하지 않던 시대였기에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음주와 흡연을 즐길 수 있었다.

아직 성장이 끝나지 않은 청소년들이었기에 음주와 흡연은 더 큰 악영향을 미쳤고, 이는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손해를 입혔다.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약 9조원으로 담배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약 7조원에 비해 많다. 그러나 사회적 규제를 보면 술이 담배와 비교하면 훨씬 허술하다.

전설적인 코미디언인 이주일 씨가 공익광고를 통해 "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라며 금연을 호소했고, 그의 사망을 계기로 흡연에 대한 반감이 사회 전체로 확대됐다.

담배 포장에는 혐오감을 일으키는 금연광고가 게재되고, 가격을 높였으며, 대대적인 광고와 캠페인을 통해 금연을 장려하고 있다.

반면 술은 밤 10시 이전에 방송 광고를 금지하는 것 외에는 딱히 음주를 줄이려는 노력조차 없다.

특히 방송에 등장하는 술 광고를 보면 당대 가장 나가는, 다시 말해 영향력이 큰 아이돌이나 배우, 스포츠선수 등을 모델로 삼아 술이 마치 깨끗하고 좋다는 이미지로 포장해 선전하고 있다.

사채회사나 제2금융권 광고모델을 맡았던 연예인의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진 것과 달리, 술 광고는 잘 나가는 연예인의 표상처럼 여겨지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는 유명 연예인이 음주를 좋은 것으로 포장해 광고하는 것이 과연 도덕적으로 용납 가능한 것일까? 

술 광고는 어른들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아직 음주를 시작하지 않은, 그래서 음주가 어떤 폐해를 일으키는지 모르는 청소년들에게도 노출된다. 

아니, 애초에 술을 파는 기업들이 비싼 돈을 들여 아이돌이나 배우를 모델로 삼는 이유가 뻔하지 않은가? 설마 60대 노인네 혹은 중장년층이 아이돌이 나오는 광고를 보고 음주를 시작하거나 마시던 술의 종류를 바꿀 확률이 얼마나 될까?

광고뿐만이 아니다. 영화, 드라마, 예능 등을 통해 음주는 하나의 오락처럼 다뤄진다. 주인공이 고뇌하는 장면에서 술은 빠질 수 없으며, 회사에서 동료들과 교류하는 방식은 대부분 술자리다.

드라마뿐이 아니다. 정상인이 보기엔 알코올 중독자로밖에는 보이지 않는 연예인의 일상을 관찰하며 '유쾌한 삶'으로 포장하는 것이 요즘 예능이다.

어른 앞에서 맞담배는 버릇 없음의 상징이지만, 술은 마셔도 되는 이상한 예절이 판치는 나라의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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