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분뇨 민원 가장 많은 한림읍에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 준공
안관홍 금악리 이장 “분뇨투기 사라지지 않는 것은 처벌 약한 탓”

한국환경공단과 제주시가 위·수탁 업무협약을 체결해 사업 완료한 제주시 가축분뇨 공공처리 증설시설 준공식  /사진=박선영 기자 
한국환경공단과 제주시가 위·수탁 업무협약을 체결해 사업 완료한 제주시 가축분뇨 공공처리 증설시설 준공식  /사진=박선영 기자 

[제주특별자치도=환경일보] 박선영 기자 = 제주도에는 ‘숨골’이라는 특수한 지층이 있다. 숨골을 통해 제주도 지표면에 고인 빗물이 지하수로 들어간다. 2017년 수천톤의 돼지분뇨를 이 숨골에 흘려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제주시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은 가축분뇨, 음폐수 등 유기성폐기물을 처리해 바이오가스 또는 전기를 생산하는 친환경 환경기초시설이다.

바로 이 마을에서 지난 4일 한국환경공단과 제주시가 위·수탁 업무협약을 체결해 사업 완료한 제주시 가축분뇨 공공처리 증설시설 준공식이 열렸다. 제주시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은 가축분뇨, 음폐수 등 유기성폐기물을 처리해 바이오가스 또는 전기를 생산하는 친환경 환경기초시설이다.

2005년 하루 100톤의 분뇨를 처리하는 시설을 준공한 후 2012년에는 1일 100톤을 추가 처리할 수 있도록 시설을 증설했다.

이곳에 가축분뇨 처리시설이 들어선 이유는 1996년 체결된 폐기물 해양투기 금지에 관한 국제 협약인 ‘런던협약'에 따라 축산농가들이 2012년부터 가축분뇨를 바다에 버릴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해양환경관리법 시행규칙이 2012년 12월21일 개정되면서 폐수오니와 산업폐수는 2014년 1월1일부터 해양배수 금지 대상에 포함됐지만 법령 개정 과정에서 1년은 육상처리 전환을 위한 준비기간으로 너무 촉박하다는 점에서 해양배출이 불가피해, 해양수산부 장관 인정을 받은 업체에 한해 2015년 12월31까지 2년간 해양배출을 유예했다. 2016년부터 국내 바다에서 가축분뇨와 음식쓰레기 등 폐기물 투기나 배출이 전면 금지됐다.

변현철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농수축산국장은 “한림읍은 제주도에서도 양돈 농가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그동안 한림읍을 중심으로 가축 및 분뇨 관련 민원이 많았다. 시설 준공으로 전체 분뇨 중 약 20%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돼 민원이 많이 해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더욱 배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미니 인터뷰] 박종호 한국환경공단 광주전남제주지역본부장

 

가축분뇨로 바이오가스 생산, 발생 폐열은 열원으로 활용

2024년 이후 단계별 집중화처리율 91%까지 확대

박종호 한국환경공단 광주전남제주지역본부장은 “제주시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에서는 가축분뇨, 음폐수 등의 유기성폐기물로 바이오가스와 전기 생산을 할 수 있다”며 “전력생산 중 발생하는 폐열은 열원으로 사용된다”고 말했다.  /사진=박선영 기자
박종호 한국환경공단 광주전남제주지역본부장은 “제주시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에서는 가축분뇨, 음폐수 등의 유기성폐기물로 바이오가스와 전기 생산을 할 수 있다”며 “전력생산 중 발생하는 폐열은 열원으로 사용된다”고 말했다. /사진=박선영 기자

제주시 한림읍은 몇십 년간 돼지분뇨 악취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제주시에서는 하루 1978톤의 양돈분뇨가 발생한다. 이 중 2023년 기준 농가 처리량은 33%인 약 64톤이다. 나머지는 공공 또는 민간시설에서 처리된다.

제주시 관내에서 발생하는 연간 총 가축분뇨량은 약 100만톤이다. 그중 돼지가 722톤으로 가장 많다. 그다음이 한우 159톤이다. 닭 71톤, 말이 54톤을 발생한다.

제주시 가축사육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돼지는 183농가에서 38만7792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가축분뇨로 인한 민원 현황을 보면 대부분 축산 악취, 액비 살포, 불법 배출 의심이었다.

제주시 가축사육현황 및 분뇨 발생량

아직 공공처리 시설이 없던 2005년 이전 가축분뇨는 공해상으로 배출됐다. 2005년 1월31일 가축분뇨 시설이 1차로 완성됐다. 하루 분뇨 100톤을 처리할 수 있게 됐고, 2021년 100톤을 더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증설됐다. 3차 증설을 통해서는 하루에 430톤(가축분뇨 370톤+음폐수 60톤)까지 처리할 수 있도록 시설 증설됐다.

박종호 한국환경공단 광주전남제주지역본부장은 “제주시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에서는 가축분뇨, 음폐수 등의 유기성폐기물로 바이오가스와 전기 생산을 할 수 있다”며 “바이오가스를 이용해 연간 5256M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고 전력생산 중 발생하는 폐열은 열원으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박 본부장은 “2023년 제주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 170톤 준공(음폐수 60톤 별도)으로 집중화처리율(공공처리시설+민간처리시설)이 67%로 확대됐다”며 “2024년 이후에는 단계별로 집중화처리율을 91%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제주에서 양돈농가가 가장 많은 곳 금악리

안관홍 이장 분뇨투기 사라지지 않는 것은 처벌 약한 탓
가축분뇨 공공처리 시설, 혐오시설 의심했지만
에너지 만드는 시설 보며 지켜보기로

제주도 한림읍 금악리 오름은 제주도 중산간 지역에서도 경치가 좋아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이런 금악리의 다른 이름은 제주 양돈단지다. 제주시 양돈농가 183개 중 금악리에만 57곳이 몰려 있다. 제주에서 양돈장이 가장 많은 마을이다. 금악리 안관홍 이장을 만나 악취 민원이 끊이지 않는 금악리 양돈단지와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 준공에 대한 마을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금악리가 양돈단지가 된 것은 1960년대 초 영국 신부가 마을에 목초지가 있고 수익사업도 괜찮은 돼지를 키우게 된 것에서 유래한다. 시간이 지난 한 농가에서 몇천 마리를 키우는 경우도 생겼다. 도에서도 양돈을 장려했다. 순식간에 양돈농가가 늘었다. 

현재 금악리 인구는 1200명이다. 양돈 수는 12만 마리로 한 사람이 돼지 100마리를 키우는 격이다. 현재 법적으로는 양돈농가가 더 늘 수는 없다. 하지만 농가가 늘지 않아도 돼지두수가 늘어나면 실질적으로 농가가 늘어나는 효과와 다르지 않다.

안관홍 금악리 이장은 ”관광객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금오름에 올라도 악취를 맡을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관광객들은 정주민이 아닌 탓에 관광객에 의한 악취 민원은 거의 접수되지 않고 있다. 안 이장은 4일 인터뷰가 있기 전날 밤에도 심한 악취로 고통받았다고 했다.

안 이장은 ”악취로 미간을 찡그리게 만들던 양돈농가 역시 시설을 현대화하며 예전보다는 악취가 저감됐지만 단속 기준에 못 미치면 법으로도 제어를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다른 마을보다는 아직 환경적으로 열악한 부분이 많다“고 토로했다.

안 이장은 주택가, 대로변에 흩어져 있는 양돈농가를 한곳에 모아 시설을 현대화할 계획이며, 축산분뇨는 정화 처리해 에너지로 활용할 예정이다.

마을사람들은 가축분뇨 공공처리 증설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시설이 들어서기 전 마을에서는 대책위를 마련했다. 악취로 오랫동안 고통을 받아 온 마을주민들은 처음에는 마을에 혐오시설이 추가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했지만 친환경적으로 분뇨를 처리하고 에너지까지 만드는 시설을 보며 증설까지 지켜보기로 했다.

안 이장은 ”아직도 돼지분뇨를 불법적으로 버리는 농가가 있다. 분뇨 공공처리 시설이 생긴만큼 지하수와 바다를 오염시키는 농가들이 확실히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음주운전처럼 삼진아웃 제도라도 도입해 폐쇄해야 맞지만 1년에 3번 이상 걸려도 처벌이 약해 돼지분뇨를 상습적으로 버리는 행위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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