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와 연동 않는 R&D 지원, 분산된 재원 소규모 투자로 ‘실효성 낮아’
“국가 배출권 할당 계획 연계 강화, 지출 사업 성과관리 체계 마련 시급”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EU의 혁신기금이 탈탄소화를 목적으로 타 기금과 다른 지원체계로 설계된 반면, 국내의 ‘기후대응기금’은 기존의 투자지원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어 감축 관련 실효성이 약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후대응기금’이란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과 녹색성장을 촉진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2021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69조에 근거해 설치된 기금이다.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기후변화포럼, 한국환경경제학회, 한국세계자연기금, 한국환경공단 주최로 ‘기후대응기금 이행점검과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국회 세미나’ 전경 /사진=김인성 기자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기후변화포럼, 한국환경경제학회, 한국세계자연기금, 한국환경공단 주최로 ‘기후대응기금 이행점검과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국회 세미나’ 전경 /사진=김인성 기자

현재는 기술 연구 및 개발(R&D), 산업‧건물‧수송 부문 온실배출 저감, 탄소흡수림, 공정한 전환, 탄소중립 제도 기반 구축 등의 기능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공적 기후금융으로 탄소중립에 특화된 기후금융 및 배출권 판매수입 감소에도 불구하고 기후대응기금 규모가 커진 것이 고무적이라는 평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국가 R&D와 기후대응기금 모두 성과와 연동되지 않은 R&D 지원 체계로, 기술의 불확실성과 낮은 시장수요, 미래 수요 불확실성으로 R&D 사업의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또 일부 산업의 저탄소화 지원사업이 포함돼 있으나 산림확대, 도시 인프라나 건물 리노베이션 지원, 중소기업 전환지원, 공정한 전환, 인력양성, 제도 구축지원 등으로 재원이 분산되며 소규모 투자로 구성되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자국 사상 최대 기후‧에너지 투자 계획(총 3690억 달러)을 발표, EU는 그린딜 이행을 위해 EU 다년도 예산(2021~2027년)의 최소 30%를 기후관련 활동에 지출하도록 목표치를 설정하고 매년 이행 상황을 점검 중이다.

아울러 기후정책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탄소가격제 강화 등 관련 법규 및 세제를 개편하는 한편, 조성된 재원을 온실가스 감축 및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에 투자되도록 특정 목적의 기금 설치‧운용하고 있다.

EU의 Innovation Fund의 저감효과나 산업경쟁력 제고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기술의 개발과 상용화, 대형 프로젝트에 집중한 지원과 대조적으로, 기후대응기금은 산업부문 온실가스 저감이나 산업경쟁력 제고에 기여하는 역할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주요국과 마찬가지로 녹색 혁신기금이 에너지 다소비 부문과 발전부문의 저탄소 기술 상용화에 집중됐다.

소규모 프로젝트 지원 집중‧‧‧ “낮은 효율성 초래해”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기후변화포럼, 한국환경경제학회, 한국세계자연기금, 한국환경공단 주최로 열린 ‘기후대응기금 이행점검과 활성화 방안 국회 세미나’에서 오형나 경희대 교수는 “소규모 프로젝트 지원,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에 집중하는 것은 낮은 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봤다.

오 교수는 GDP 대비 R&D 투자 비중이 높고 다양한 투자지원 재정사업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투자 성과는 불분명하며, EU는 넷제로 효과의 효과성 제고를 위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소규모 프로젝트 지원 풀로부터 분리하고 보다 유연하게 지원해 IRA의 풍력발전에 대한 아웃풋 기반 세액공제 접근법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극한 기후의 빈도와 강도의 증가에 따른 기업 자산가치의 변화가 실물경제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본 토론회에서 홍현종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사무총장은 “국가적 차원의 기후적응 민관 플랫폼을 구축‧운영해 기업들의 기후공시 정보 도출에 필요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기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본 토론회에서 홍현종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사무총장은 “국가적 차원의 기후적응 민관 플랫폼을 구축‧운영해 기업들의 기후공시 정보 도출에 필요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기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는 산업계가 기후적응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세계 500대 기업 중 215개 기업이 극한 기후로 인해 향후 수십 년간 약 1조 달러의 잠재적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정했다.

TCFD(기후관련 재무공시 태스크포스),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등 기후리스크로 인한 기업의 물리적 영향을 측정해 공시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기후공시 규제가 전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ISSB S2(기후공시 기준)는 2025년부터 물리적 자산손실률 등 정보공시를 의무화했으며, 국내 금융위원회는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의 기후정보를 포함한 ESG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 2030년부터 전 코스피 상장사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기후공시 정보 데이터를 활용 가능하도록 기금 지원해야”

홍현종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사무총장은 “국가적 차원의 기후적응 민관 플랫폼을 구축‧운영해 기업들의 기후공시 정보 도출에 필요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기금을 지원해야 한다”며 공업용수, 전력수급 등 기후적응 취약 산업 인프라의 안정적 생태계 구축에 대한 재정 프레임워크 확보 역시 요구된다고 봤다.

이날 진익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국장은 ▷기후대응기금 계획안, 온실가스 감축 인지 예산서,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 사이 연계강화 ▷국가 감축목표 달성 기여도를 포함한 지출사업 성과관리 체계 마련 ▷기후대응 관련 공적 재원의 확대 여력이 크지 않은 만큼, 민간 재원의 연계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한국세계자연기금 홍윤희 사무총장은 “가장 중요한 이산화탄소 포집원인 생태계에 대한 보호는 기후위기대응과 함께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며 기후대응기금이 잘 자리 잡아 향후 생물다양성대응기금 등 다양한 목적의 공적기금 설립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부족한 세부 지역단위(시‧군‧구)의 주요 원지표(탄소배출량, 전환 일자리 규모 등) 및 종합지표를 구축 및 공개해, 지역별 현황 파악과 함께 세부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

노출도가 높은 경우 기존 노동자의 재취업 지원이 필요하고 적응역량이 낮은 경우 주력산업 전환 등을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현석 한국개발연구원 재정투자평가실장은 중앙정부는 주요 지표들을 참고해 지역별 전환과정에 맞는 효과적 지원을 시행하고, 기후대응기금을 포함해 탄소중립 관련 중앙정부 재정지원 규모는 향후 확대될 전망인 바, 지역별 전환을 위한 예산 배분 시 지표정보를 활용해 각 지역의 여건에 맞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기획재정부 윤정주 기후대응전략과장은 기후대응기금에 대한 향후 과제에 대해 2023년 3월에 발표된 NDC 기본계획 발표에 따라 조정된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주요사업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 및 재정투입대비 효과성이 높은 사업 및 R&D 등 추진, 다부처 기금 관리주체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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