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즐기는 생태탐방 (4)

[환경일보]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다양한 체험 거리가 늘 고프다. 도시개발 전에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자연과 공존하며, 자연스럽게 생물이 살아가는 모양이나 상태를 자세히 알아가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은 자연을 온전히 누리기 힘든 환경이다. 아이와 함께 푸릇푸릇한 자연 속에서 일상의 활력을 충전하고 유익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은 어디 없을까. 도심 속 자연을 만끽하며 재미있는 생태탐방이 가능한 장소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아픈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최초의 동물원

1974년 창경궁의 코끼리. /사진=국가기록원
1974년 창경궁의 코끼리. /사진=국가기록원

경기도 과천시에 있는 ‘서울대공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동물원이 있는 곳이다. 서울이 아닌 과천에 있는데도 이름에 ‘서울’이 들어가는 이유는 아픈 과거의 역사에서 출발한다. 일제강점기인 1909년 일본은 조선인들을 멸시하기 위해 궁궐인 창경궁에 동물을 들여놓고, 동물원과 식물원을 조성하면서 이름도 궁이 아닌 원을 붙여 창경원으로 바꿔버렸다.

1945년 해방 후에도 무려 33년 동안 그대로 사용되다 창경원을 창경궁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자, 1978년 창경원을 철거한 뒤 그 자리에 궁을 복원하고 동물원과 식물원은 과천시에 새 공원을 만들어 이전하는 계획이 세워졌다. 이후 1984년 과천에 서울대공원이 개원했는데, 위치만 바뀌었을 뿐 운영권은 그대로 서울시가 가져갔기 때문에 이름이 ‘서울대공원’이다.

모두가 행복한 생태문화공원을 꿈꾸다

입구에서 만날 수 있는 홍학. /사진=이채빈 기자
입구에서 만날 수 있는 홍학. /사진=이채빈 기자

서울대공원의 가장 대표적인 시설인 ‘서울동물원’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온갖 동물들이 모여 있다. 핑크빛 홍학, 아시아 각지에 퍼져 사는 호랑이, 아프리카에서 온 사자, 동글동글 귀여운 코끼리와 같은 동물부터 각 대륙에서 날아온 새들, 해양생물 등 세계 각국 동물들이 원산지와 생태·계통별로 나누어져 자연생태에 가깝게 보호·관리되고 있다.

서울동물원은 멸종위기동물과 서식지 보존 등 종의 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계적 멸종위기종 및 천연기념물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에 대한 국제거래협약(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auna and flora)에 가입해 국제 멸종위기 야생동물 보호에 기여하고 있으며, 멸종위기동물에 대한 보전과 연구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멸종위기종 1급 시베리아 호랑이 ‘수호’가 지난 8월6일 숨졌다. 수호가 머물던 공간 앞에는 수호를 기리는 추모 메시지가 빼곡히 붙어있었다. /사진=이채빈 기자
멸종위기종 1급 시베리아 호랑이 ‘수호’가 지난 8월6일 숨졌다. 수호가 머물던 공간 앞에는 수호를 기리는 추모 메시지가 빼곡히 붙어있었다. /사진=이채빈 기자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동물과 자연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꿔주기 위한 열려있는 자연학습 공간도 있다. 서울대공원 테마공원 내 있는 ‘어린이동물원’에서는 여러 친화 동물들의 생태와 습성을 배우고, 직접 동물 생태 체험을 할 수 있는 동물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풍산개, 진돗개, 삽살개, 나귀, 마모셋 원숭이, 미어캣, 토끼, 양, 기니피그 등의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하고 신기한 식물의 모든 것을 한눈에

식물표본전시관의 건조표본. /사진출처=서울대공원
식물표본전시관의 건조표본. /사진출처=서울대공원

식물원은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청계산 자락에 있으며, 1567종의 다양한 식물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온실’에선 기묘한 형태와 다양한 꽃을 피우는 선인장부터 늘 푸르름을 제공해주는 각국의 관엽식물을 볼 수 있다. 야외식물원에는 아름다운 수국과 각양각색의 초화, 장미원에는 각국의 아름다운 장미가 전시돼 있다.

식물의 자료와 표본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식물표본전시관’은 자연 속 식물의 줄기, 잎, 꽃 등의 세부적인 형태를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하기 좋다. 식물분류에 따른 이끼, 겉씨, 속씨, 식충식물 등의 식물표본과 액침표본, 식물종자 등 총 275점이 전시된 공간이다.

식물표본전시관 1층에는 800여 권의 식물 관련 도서를 열람할 수 있는 ‘식물도서관’이 있으니 꼭 들러볼 것. 아이들이 쉽게 볼 수 있는 그림 동화책부터 식물 정밀사진, 분재하는 방법 등 다소 전문적인 책까지 다양한 도서가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가 많다. 느티나무가 보이는 큰 창가 자리에 앉아 자연을 벗 삼아 독서를 하면 몸과 마음의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자연과 함께 힐링 충전 ‘치유의 숲’

치유의 숲. /사진출처=서울대공원
치유의 숲. /사진출처=서울대공원

서울대공원의 숨겨진 보물 ‘치유의 숲’은 산림치유 목적으로 조성된 힐링 공간이다. 도시지역과 인접해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생태보존을 위해 30여 년간 출입을 제한해 청계산의 전나무·소나무·잣나무 숲, 계곡물, 폭포, 야생화 등 식생이 천연 그대로 잘 보존돼 있다.

숲이 가지고 있는 경관과 피톤치드, 음이온, 소리, 햇빛, 향기, 식생 등의 산림치유 인자(因子)는 인체 면역력 향상과 심신 건강을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시민 대상 ‘산림치유 프로그램’도 주제별로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으니 참고할 것.

운영 기간은 4월~11월이며, 서울시공공서비스예약에서 ‘서울대공원 산림치유’를 검색한 후, 참여 희망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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