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정보와 달리 기후위기 대응정보 공시 의무 없어

[환경일보]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시민들과 함께 기후공시 도입을 위한 헌법소원을 청구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재무정보와 달리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 정보를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시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따라서 국민과 기업 사이 정보의 불균형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주주의 재산권이 침해될 뿐만 아니라 국민의 환경권까지 위협받게 된다는 주장이다.

그린피스는 20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법소원 청구인단과 높이 2미터의 대형 금고 조형물과 메시지를 담은 피켓을 활용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ESG 경영 1급 비밀’, ‘그린워싱’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금고 조형물을 통해 기업의 기후대응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는 한편, 소송 참가자들이 대형 열쇠를 들며 문제 해결을 위해 ‘기후공시 헌법 소원’이 필요함을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그린피스 기후공시 헌법소원에 참여하는 시민 소송단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후공시 헌법소원 열쇠를 들어보이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제공=그린피스
그린피스 기후공시 헌법소원에 참여하는 시민 소송단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후공시 헌법소원 열쇠를 들어보이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제공=그린피스

또 참가자들은 ‘재산권 환경권 침해, 자본시장법 위헌’이라는 글씨를 들어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 정보 공개를 촉구했다.

이번 헌법 소원 청구서의 쟁점은 자본시장법의 포괄위임금지 원칙 위반이다. 자본시장법의 목적은 투자자를 보호하고, 합리적인 투자를 보장하는 것이다.

날로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 능력은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가치를 판단하여 투자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핵심 정보 중 하나가 됐다.

그에 따라, 상장 기업이 의무적으로 작성해 공개해야 하는 사업보고서에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 정보를 공시하도록 하는 ‘기후공시’는 EU와 미국, 국제회계기준 등 전 세계에서 도입을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현행 자본시장법은 기업의 투명한 기후 대응 정보를 공개하도록 강제하고 있지 않아 국민의 재산권과 환경권을 침해한다. 투자자는 투자 대상 기업의 기후위기 관련 위험과 대응, 전략을 정확히 알 수 없어 재산권이 침해된다. 또한 헌법에서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업의 기후 위기 대응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지 않으면 기업의 그린워싱을 막을 수 없고, 결국 국민의 환경권도 침해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 캠페이너는 ”시민이 기업을 감독하고 환경에 대한 책임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해 실효성 있는 기후 정보공개를 법으로 제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 기후공시 헌법소원에 참여하는 시민 소송단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재산권 환경권 침해 자본시장법 위헌’이라는 글씨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제공=그린피스
그린피스 기후공시 헌법소원에 참여하는 시민 소송단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재산권 환경권 침해 자본시장법 위헌’이라는 글씨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제공=그린피스

헌법소원 심판청구의 대리인인 법무법인 원 이영주 변호사는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와 관련해 기본권의 침해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고 있는 것은 헌법이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한다는 의미이다. 심각한 기후위기 상황에서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능력은 주가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핵심 정보이다. 국가는 국민의 재산권과 환경권을 보호하기 위해 기후 공시 의무를 자본시장법에 규정할 필요가 있다. 기후 공시는 기업이 기후 위기 대응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호조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헌법 소원에 이름을 올린 167명의 청구인단은 기후위기가 심각해져 가는 반면, 기업은 여전히 개인과 기업 사이의 정보 불균형 상태를 악용해 그린워싱을 자행하면서 기후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해외 주식 투자자이자 대학생인 김민재 참가자는 “경제 주체는 법적 효력을 갖는 기후 공시 없이는 무지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기후 공시는 투자자 입장에서 믿을 수 있는 정보의 장이며 정부와 기업에게도 정확한 의사결정을 위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올해 3분기 ESG 공시 제도 로드맵을 발표 예정이었으나, 도입 시기와 범위에 대한 업계의 반발로 인해 발표를 4분기로 미룬 상황이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ESG 공시 의무화 시기를 최소한 3~4년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심각한 기후위기 상황에서 기후공시에 관한 내용을 쉽게 바뀌고, 미뤄지고, 사라질 수 있는 금융위원회 고시로 정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바 일관된 기준을 가지고, 위반 시 실효성 있는 제재조치를 가할 수 있는 법률에 기후 공시에 관한 최소한의 내용을 규정해야 한다고 보고, 조속한 기후공시 도입을 위한 캠페인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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