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응에 공적‧민간자금 유입 중요‧‧‧ 지원‧부담금 제도 정비 필요
“기업, ESG 인식 제고 위해 당장의 이익보다 장기적 안목 동반해야”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재진을 만난 홍윤희 WWF-Korea(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사무총장이 WWF의 로고인 팬더 ‘치치’를 들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사진=김인성 기자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재진을 만난 홍윤희 WWF-Korea(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사무총장이 WWF의 로고인 팬더 ‘치치’를 들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사진=김인성 기자

[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인간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자연 환경 회복력은 필수이며, 이를 위해선 경제적‧사회적 시스템이 변해야 합니다.”

본지는 최근 기후대응을 위한 기금 이행점검과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에서 토론회를 주최한 WWF-Korea(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홍윤희 사무총장을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WWF는 1961년에 설립된 ‘세계 최대 환경단체’로, 전 세계 100여개 국가에 본부를 두고 600만 명 이상의 후원자를 보유하고 있는 국제 자연보전기관이다.

1961년 4월 스위스에 설립된 WWF는 초기에 멸종위기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기금 조성을 목표로 시작됐으나, 현재는 해양, 기후, 담수, 식량, 야생동물, 산림 등 6개 분야에서 자연 보전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금융에서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2014년 설립돼 내년이면 10주년을 맞이하는 WWF-Korea는 건강, 안전, 식량을 포함한 인류를 위협하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의 감소, 플라스틱 등 자연 오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금융기관, 기업, 학계 및 지역사회 등 주요 관계자들과 협력을 이끌어 내고 있다.

아울러 지구촌 전등 끄기 캠페인 ‘어스아워(EARTH HOUR)’를 비롯해 지구생명보고서와 같은 자연과학 및 사회 과학적 연구 내용 공유와 방향성 제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위한 각종 연구와 정책 제언, 소비자 캠페인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협력 중이다.

홍 사무총장은 2020년에 본격적으로 임기를 시작한 환경 분야 전문 경영인으로 SK케미칼과 SK건설에서 환경사업추진실장(상무) 등 환경사업 추진을 주도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업무의 초석을 쌓은 경험을 토대로 WWF 한국본부의 초대 여성 총장에 선임됐다.

취재진과의 첫 만남에서부터 “지구와 자연과 생태계가 훼손되면 그 영향은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우려의 말을 건네는 홍 사무총장과의 일문일답 인터뷰를 나눠 봤다.

환경경영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는 홍 사무총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환경 문제는 전 세계적인 과제며 글로벌한 시각으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렵다고 당부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환경경영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는 홍 사무총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환경 문제는 전 세계적인 과제며 글로벌한 시각으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렵다고 당부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Q1. WWF-Korea에서는 기후‧에너지와 자연보전 이슈에 집중된 프로젝트에 힘쓰고 있다고 들었다. 혹시 진행했거나 진행할 계획이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무엇인지

WWF-Korea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해 자연보전과 이를 위한 시장 및 기업변화 유도를 위해 기후‧에너지, 플라스틱, 생물다양성 보전 분야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기후‧에너지 측면에서 SBTi(과학기반온실가스 감축목표 이니셔티브), 기업 재생에너지 이니셔티브 등의 이니셔티브와 다양한 연구 활동, 기후행동 라운드테이블 및 기후행동 콘퍼런스(CAC) 등을 통해 기업, 정부 및 전문가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기후위기에 함께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해양플라스틱 쓰레기 수거사업, 일회용품 감축 등을 선언하고 WWF의 활동을 지지하는 카페들의 모임인 ‘PACT cafe’ 등 플라스틱이 자연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전주기적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자연 보전 측면에서는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및 지원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이 중 팜오일의 지속가능한 생산과 유통을 위해 팜유 구매 기업의 지속가능성 평가보고서인 ‘팜유 바이어 스코어 가이드’ 한국어판을 발간하고 있고, 주요 구매자인 한국 기업 평가도 함께 실시해 팜유 시장 변화를 유도 중입니다.

탄소 흡수원이자 생물다양성의 보고이며 지역 주민들의 생존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숲 보전을 위한 활동도 하고 있으며 현재 WWF-몽골, WWF-볼리비아와 협력 프로그램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상괭이 보전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북극곰, 상어 및 가오리, 아시아 철새 등 WWF 글로벌 네트워크의 주요 멸종위기종 보전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Q2. 기후대응기금 관련 국회 세미나를 개최했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민간자금 투입을 유도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한 설명과 더 필요한 정책적 사안이 있다면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자금 규모는 공적자금만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에 민간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일관적이고 강력한 정책으로 신호를 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요한 부분에 적절한 자금을 보내 마중물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과 적절한 투자가 유인되도록 인센티브를 잘 설계해야 합니다.

또 변화에 걸림돌이 되는 부분에 자금이 더 이상 들어가지 않도록 기존의 보조금 또는 지원금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과 적절한 부담금 제도도 중요합니다. 그동안 금융시장에서는 녹색채권(Green Bond), 지속가능연계채권(Sustainability-Linked Bond) 등 다양한 친환경 금융상품을 개발 제공해 오고 있으며, 각국 금융감독 당국과 중앙은행에서도 통화정책에 녹색금융 자산이 활용될 수 있도록 정책을 입안하는 추세입니다.

WWF에서는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을 기반으로 이를 수익화한 Bankable Nature Solutions(BNS) 사업을 영위 중입니다. BNS는 공적자금(또는 Grant)을 기반으로 하되 수익화할 수 있는 자연기반해법을 기획, 설계하고 민간기업이 환경 목적과 수익성을 동시 추구하며 대규모 투자를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이로써 공적자금 1달러가 마중물이 돼 추가 민간자금의 투입을 유도해 실질적으로 100달러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는 점에 유의미하다고 성과를 도출한다고 생각합니다.

WWF가 주최한 ‘기후대응기금 이행점검과 활성화 방안’ 국회 세미나에서 홍윤희 사무총장이 패널로 직접 참여해 각계 전문가, 부처 등 주요 관계자들과 심층적인 논의를 이어갔다. /사진=김인성 기자
WWF가 주최한 ‘기후대응기금 이행점검과 활성화 방안’ 국회 세미나에서 홍윤희 사무총장이 패널로 직접 참여해 각계 전문가, 부처 등 주요 관계자들과 심층적인 논의를 이어갔다. /사진=김인성 기자

Q3. 생물다양성대응기금 등 다양한 목적의 공적기금 설립에 있어 현재 장애물이 되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다양한 목적의 공적기금 설립에 있어 단기적인 시각과 이해관계자들의 지엽적이거나 일방적인 주장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합의가 어려워 우선순위를 제대로 정하지 못하고 기금을 배분하게 되는 우려도 있습니다.

생물다양성, 기후위기 등이 세계적인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글로벌 한 시각으로 해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금 등을 설립하는 것은 장기적인 안목과 함께 꾸준한 실행이 요구됩니다. 단기적인 시각과 포퓰리즘에 준하는 의사결정을 하려는 동기부여를 지양하고 보다 전체적인 관점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우리한테 가장 관련 있는 일에 자금을 어떻게 투여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Q4. WWF 한국본부의 총장을 맡기 전에 일찍이 기업에서 ESG 업무를 맡은 바 있다. 지금도 ESG 관련해서 인식이 더디다는 지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더 답답한 상황이었을 것 같다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시작한 2007~2008년만 해도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기후변화가 실제적이며 우리의 삶을 위협할 문제인지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 이것을 인식시키는 것과 기업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설득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썼습니다.

임원 생활 7~8년을 돌아보면 그런 설득을 포함해 기본 프레임을 잡는 것, ESG에 대한 초석을 쌓는 데에 시간을 많이 썼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모두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데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데 일조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기업의 ESG 인식이 더딘 이유는 이제까지 기업의 작동 원리인 경제적인 원리 이상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기업의 매출 및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안목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사의 이익만이 아니라 전 과정에 걸쳐 사회와 환경적 이슈까지 봐야 한다는 부담감과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환경 이슈가 중요함을 알고 있지만 급한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환경 문제는 글로벌 한 문제이고 글로벌 한 시각으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국제사회와 국가에서 일관적인 시그널을 보내야 합니다.

투자, 비즈니스 적용에 있어서도 근원적인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장단기적인 밸런스를 맞춰 진정성 있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투자, 비즈니스 적용에 있어서 근원적인 변화 필요

사회적으로 함께 분담하고 취약계층 피해 최소화해야
기후대응자금 유도 위한 인센티브 설계 구축 핵심

온실가스 감축·생물다양성 순증가 회복에 최선 다할 것

 

WWF 지구생명보고서 2022 내지 /자료출처=WWF
WWF 지구생명보고서 2022 내지 /자료출처=WWF

Q5. 아무래도 온실가스 배출의 주원인이 산업 부문이다 보니, 규제 등 부담이 모두 기업에 쏠린다는 지적이 있다. 탄소중립으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기업이 책임과 역량이 있는 주체라는 것이 강조되다 보니 기업에게만 부담이 쏠리는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전환의 과정에서 특정 산업은 도태될 수 있습니다.

정의로운 전환은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 및 산업의 근로자, 농민, 중소 상공인 등을 보호하고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어느 한 기업 또는 산업계의 몫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함께 분담하고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정책 방향입니다.

탄소중립 사회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에너지 전환은 불가피하며, 이러한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 현재 기술력, 자금력, 정책 등 모든 요소에서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산업, 농업 및 에너지 관련 모든 분야의 변화가 발생하게 되며 이러한 변화가 사회적 불평등 증가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예를 들어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화석연료 발전소 소재 지역사회 및 근로자를 위한 녹색 산업 및 일자리 등을 창출하고,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을 제공하는 환경과 사회적 목적을 함께 고려하는 지속가능하고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합니다.

WWF는 유엔글로벌 콤팩트 한국협회(UN Global Compact Network Korea),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등과 함께 기업 재생에너지 이니셔티브(CoREi) 활동을 통해 기업의 에너지 전환 노력을 장려하며, 탄소중립 사회 실현을 위한 변화 과정이 누구도 소외되지 않으며 모두를 포용하는 정의로운 전환 과정과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합니다.

Q6. NGO 단체로서 앞으로의 WWF 코리아의 계획과 목표는

WWF의 목표는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미래를 만드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감소시키고 자연 보전 및 복원을 확대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과 생물다양성 순증가를 회복시키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WWF-Korea는 2024년에 설립 10주년을 맞이합니다. 계속해서 인류가 직면한 기후 위기와 생물다양성 이중 위기의 비상 상황을 한국 시민과 기업, 정부에게 알리는 것과 동시에 과학 기반의 신뢰도 높은 환경 NGO로서 해결 방안을 제안하고 함께 해결해 나아가는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고자 합니다.

Q7. 기후위기 시대 지구를 위한 한마디 부탁드린다

사람들은 인간이 지구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후위기 등 이미 여러 징후를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이젠 멀리서 지구를 걱정하는 게 아닌, 인간 삶을 걱정하는 자세로 인식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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