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슬로베이나 등 전 세계 이상기후로 역대급 홍수 재해 잇달아
“4대강 본류 비해 농가 인접 지류‧지천 정비 부족으로 피해 클 것”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최근 이상기온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며, 가뭄과 홍수로 인한 피해가 막심한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는 영농계에 국한될 뿐 아니라 밥상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돼 민생 전반을 위협하는 바, 국가 차원의 체계적 지류 및 지천 재난관리 강화 방안 마련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상기후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 홍수 재해가 잇따르면서 수해 대응이 어려운 국내 지류 및 지천에 대한 국가 차원의 체계적 재난관리 강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계적으로 이상기후로 인한 홍수 재해가 빈번해지고 있다. 2023년 8월 미국 서남부 데스밸리 지역에서는 역사상 최대 하루 55.9mm 강우량이 발생했다. 해당 지역의 역대 평균 연 강수량은 56.9mm로 1년 치 강수량이 하루 만에 내린 특급 폭우인 셈이다.

또 비슷한 시기 유럽 슬로베니아에서는 60시간 동안 29mm의 폭우가 일어나, 국토 2/3이 홍수 피해를 입었고 수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올해 9월에는 리비아 동북부 지중해 연안도시 데르나에서는 열대성 폭풍우로 댐 붕괴에 의한 대홍수 재해가 나타났다. UN 보고서에 따르면 이로 인해 시 면적의 최소 23%가 침수됐으며 사망자 1만1300명, 1만5000명이 실종됐다고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수해로 인해 약 9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전국 2만명이 넘는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등 큰 소동이 벌어졌다. 올해 장마철 호우로 7513억원, 제6호 태풍 카눈으로 558억원, 총 8071억원의 재산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복구비는 장마철 호우(6월27일~7월27일)에 1조6165억원, 제6호 태풍 카눈(8월9일~11일)에 1048억원, 주택‧농어업 등 사유시설 피해에 1023억원의 위로금 등 총 1조8236억원을 지원했다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밝혔다.

한편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2년) 홍수피해액은 국가하천 529억원(16.2%), 지방하천 2731억원(83.8%)으로 지방하천 즉 지류‧지천에서 피해액이 5배 정도 많았다.

우리나라 평균 기온 1.8도 상승‧‧‧ 재해 위험성↑

국내 이상기후의 기류는 이미 예고된 일이다. 전 세계에서 연평균 기온이 1.2도가 상승한 반면, 우리나라 평균 기온은 1912년 이후 2017년까지 1.8도나 상승했다.(기후변화평가보고서, 2020)

실제 국내에서는 과거 30년 대비 최근 30년 연평균 강수량은 135.4mm 증가했으며, 2020년에는 전국적으로 큰 홍수 피해가 발생했는데 2020년 7~8월 강수량은 822mm로 예년 대비 146%가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매년 연평균 강수량이 7월 장마철 한 달 동안에 집중됐는데 요즘 장마는 예년과는 다른 패턴을 보이고 있다. 2022년 기상청에서 발간한 ‘장마백서’에 따르면 과거 넓은 지역에 고루 분포하던 장마전선의 패턴은 점차 사라지고 국지적으로 집중적인 패턴으로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증명하듯 올해에는 ‘대기의 강’ 현상으로 한반도에 선상 강수대가 발달하면서 좁은 지역에 기록적인 강한 비가 연일 내리는 현상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이례적인 상황이 새로운 장마 패턴으로 자리 잡고 있다.

더욱이 국립기상과학원은 ‘2020 한반도 기후변화전망보고서’를 통해 최근 30년 연평균 강우량은 1200~1600mm이며, 미래 2100년까지 연평균 강우량이 13.1~24.3%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전국 저수지 역시 대다수가 축조된 지 50년이 넘는 상황이라 수해에 대응하기 쉽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4대강 본류에 비해 농가에 인접해 있는 지류‧지천의 경우 체계적인 정비가 부족해 농촌의 피해가 크다.

지난달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홍문표 의원, 사단법인 한국농동학회, 농어촌물포럼 주최로 열린 ‘농업분야 지류지천 재난관리 강화 방안 마련 국회 토론회’ 전경 /사진=김인성 기자

이렇게 변화하는 기후여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국회에서는 홍문표 의원, 사단법인 한국농동학회, 농어촌물포럼 주최로 농업용 저수지 리모델링 및 연계 물관리 방안, 가뭄과 홍수를 대비하는 통합물관리 인프라 구축과 항구적 농업용수 확보, 재난관리 강화 등 다양한 이슈를 논의하기 위한 ‘농업분야 지류‧지천 재난관리 강화 방안 마련 국회 토론회’가 마련됐다.

급변하는 기후대응 못할 시, 국가 식량안보 큰 타격

이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홍문표 의원은 “급격한 속도로 변화하는 기후에 대응할 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하지 않는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농업의 침체와 국가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고리가 형성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비치며 국가 안전을 위해 국회 차원에서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한국농공학회 최경숙 회장은 “기후위기 시대에 농업농촌 안전성 확보에 방향을 제시하고, 안전한 미래 사회를 구현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배덕효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장 역시 “최근 하천변 농경지에 시설원예작물을 재배하는 농가가 늘고 있어 장마철 침수 피해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이기에 재난재해에 안전한 농업기반 조성에 힘써야 한다”고 궤를 같이했다.

정부는 댐-보-하굿둑 연계를 통한 하천 시설물의 활용과 함께, 4대강 본류 사업 이후 실질적으로 멈춰 있던 지류‧지천 정비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준설과 같은 하천정비를 대대적으로 시행하고, 기존 제방 취약구간도 추가적으로 보강하는 대책 등을 포함했다. 또한 기존 댐의 리모델링이나 지역에서 요구하는 중‧소 규모 댐의 건설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물관리 정책에 있어 전체 용수 이용량의 63%를(244억톤 중 154억톤) 차지하는 농업용수 분야는 매우 중요하다. 대통령 소속 국가물관리위원회도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물관리 정책이 ‘국가물관리기본계획’과 ‘유역물관리종합계획’에 제대로 반영됐는지 심의‧의결을 통해 살펴보고 있는 중이다.

국가물관리위원회 배덕효 위원장은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집중호우, 태풍에 대비해 농업용 저수지의 치수기능을 보강하고, 극한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 신규 수자원 개발, 수계 간 용수 연계 등의 항구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며, 농림축산식품부 등과 함께 농업용수 분야 발전방안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지류‧지천, 통수기능 저하로 홍수‧침수 가능성 높아

지류‧지천은 200년 빈도 치수안전도가 확보된 4대강 본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홍수에 매우 취약하다. 또 지류‧지천은 4대강 본류보다 지역주민의 실생활과 매우 밀접한 수계로, 홍수 대응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지역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재난 위험성이 매우 높아진다.

이와 더불어 복개, 도로, 주차장 활용에 따른 통수기능 저하로 홍수범람, 침수 발생 위험성이 매우 높고, 대부분의 농업용 저수지는 지류 지천 상류에 위치해 있어 노후된 저수지 하류 지역 홍수 재해 위험이 상시 존재한다.

강원대 임경재 교수는 첨단기술 기반 실시간 용수로 내 수문 관리를 통한 홍수 시 침수피해 예방이 필요하다며,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 수문 관리 시스템 개발을 통해 지류‧지천의 반복되는 재난을 막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강원대 임경재 교수는 첨단기술 기반 실시간 용수로 내 수문 관리를 통한 홍수 시 침수피해 예방이 필요하다며,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 수문 관리 시스템 개발을 통해 지류‧지천의 반복되는 재난을 막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노재경 충남대 교수는 앞으로 저수지의 홍수조절은 다목적 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고 그 양도 책정돼 있지 않다며, “정확한 수량 자료를 기초로 수질의 유출입도 계량하고 관리해야 한다. 저수지에서 유입 수질을 관리하지 못하면, 저수지 내의 수질은 관리할 수가 없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소하천 지류‧지천에서는 집중호우로 인해 깊어진 수위와 빠른 유속으로 사람이 수문 근처에 접근하기 어려워 개폐시기를 놓칠 우려가 있다. 하천범람, 농경지 침수 등 피해가 크게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강원대 임경재 교수는 첨단기술 기반 실시간 용수로 내 수문 관리를 통한 홍수 시 침수피해 예방이 필요하다며,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 수문 관리 시스템 개발을 통해 지류‧지천의 반복되는 재난을 막을 수 있고 판단했다. 또 이러한 스마트 수문관리 시스템 개발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학습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한 시범 선도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고 봤다.

농업생산 기반정비 분야 재난대응 강화 향후 대책에 대해 한국농어촌공사 유중근 부장은 ▷농업생산기반 재난 대응 강화방안 마련 T/F 구성 ▷재난대응 강화방안 세부추진계획 수립 ▷재해발생 원인 분석 및 맞춤형 대책 도출‧적용 ▷신규사업 발굴 및 효과 분석을 통한 예산 확보 및 사업추진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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