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피해자가 군 신뢰하지 못하고, 신고조차 못해
[환경일보] 군 간부들이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입어도 상담도 하지 않고, 상부에 신고나 보고도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군의 성희롱‧성폭력 피해 대응과 조치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안규백 의원실이 지난 3일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2021 군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희롱 피해자의 81.8%(남군 92.1%, 여군 73.5%), 성폭력 피해자의 65.8%(남군 93.9%, 여군 53.3%)가 상담을 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또한, 성희롱 피해자의 83.1%(남군 89.7% 여군 77.7%), 성폭력 피해자의 77.3%(남군 100%, 여군 67.2%)가 신고나 보고도 하지 않았다고 답변했. 심지어 성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남군 중 보고나 신고했다고 응답한 응답자는 아무도 없었다.
성희롱 피해를 신고 또는 보고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행위가 중단됐거나 문제가 심각하지 않아서라고 답변한 간부가 남군 29.8% 여군 42.1%로 남군 여군 모두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여군은 ▷행위자가 해를 입거나 행위자와의 관계가 불편해질까 봐 (35.4%) ▷신고가 비밀에 부쳐질 것 같지 않아서(30.0%), ▷지휘관의 차별이나 업무평가, 진급 등 군경력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돼서(26.8%), ▷조치가 되지 않거나 일이 공정하게 처리될 것 같지 않아서(26.0%) 순으로 응답했다.
반면, 남군의 경우 ▷행위자가 해를 입거나 행위자와의 관계가 불편해질까봐 (22.4%), ▷사건이 조치가 되지 않거나 일이 공정하게 처리될 것 같지 않아서 (20.2%), ▷지휘관(상급자)의 차별이나 업무평가, 진급 등 군경력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어서 (19.8%) 순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사건의 경우 남군은 ▷조치가 되지 않거나 일이 공정하게 처리될 것 같지 않아서라고 응답한 비율이 32.3%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지휘자(상급자)의 차별이나 업무평가, 진급, 등 군경력에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서(26.7%), ▷행위자나 타인에게 해를 당할까 봐 두려워서(21.5%) 순으로 응답했다.
반면 여군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60.9%가 ▷신고가 비밀에 부쳐질 것 같지 않아서라고 답변했다. 또한 ▷사건이 미조치 되거나 일이 공정하게 처리될 것 같지 않아서라고 답변한 여군도 49.7%에 달변했다.
특히 남군과의 큰 차이를 보인 답변은 ▷사건에 대해서 잊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서라고 답변한 비율이었는데, 여군은 47.1%로 매우 높았던 반면, 남군은 7.1%로 그리 높지 않았다.
그 밖에도 ▷지휘자(상급자)의 차별이나 업무평가, 진급 등 군 경력의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서(37.%), ▷행위자나 타인에게 해를 당할까봐 두려워서(27.8%), ▷나의 말을 믿어주지 않을까봐(24.6%) 등의 답변이 있었다.
상당수의 성희롱‧성폭력 피해자가 군의 일처리나 비밀유지, 피해자 보호 등을 신뢰하지 못해 신고나 보고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의 성희롱‧성폭력 사건의 처리에 대한 간부들의 신뢰도는 성희롱이나 성폭력 피해 유무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성희롱이나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간부 중 46.2%만이 ▷사건 신고자와 신고 내용에 대한 비밀이 철저히 보장된다고 응답한 반면, 피해 경험이 없는 간부는 90.8%가 비밀이 보장된다고 응답했다.
또한, ▷성범죄 피해자가 적절한 보호조치와 지원을 받는지에 대해 피해를 경험하지 않은 간부의 91.5%가 그렇다고 답변한 반면, 피해 경험 간부는 52.0%만이 그렇다고 답변했다.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는지에 대해 피해 경험 응답자의 46.6%만이 그렇다고 답변한 반면, 피해를 경험하지 않은 간부는 89.9%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한편, 성폭력 피해로 인해 군을 떠나고 싶었냐는 질문에 대해 남군과 여군의 답변이 상반되게 나왔는데, ▷남군은 21.8%(매우 그런 편이다 13.5%, 그런 편이다 8.3%) 만이 그렇다고 답변한 반면, ▷여군은 59.8% (매우 그런 편이다 45.9%, 그런 편이다 13.9%) 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성폭력 트라우마에 대해서도 남군과 여군의 답변이 대조적이었다. ▷여군은 18.3%만이 경험하지 않았다고 답변한 반면 ▷남군은 76.3%가 트라우마를 경험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트라우마를 경험했다고 답변한 여군 응답자 중 65.4%는 ▷성폭력 피해 당시 상황이 생각난다고 답변했고, 62.1%가 ▷무력감과 불안, 우울에 시달린다고 답변했다.
또한, ▷대인 기피 및 대인 관계에서의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변한 응답자가 51.5% 였고, ▷자살 시도를 한적 있다고 답한 여군 피해자도 16.4%나 됐다.
이에 대해 안규백 의원은 “성범죄는 사람의 인격을 살인하는 심각한 범죄”라면서, “성범죄 피해자가 군을 신뢰하지 못하고, 신고 또는 보고를 하지 못하는 것은 큰 문제다. 군은 성폭력 예방과 피해자에 대한 보호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2021년 군 성폭력 실태조사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국방부의 연구용역 의뢰를 받아 실시했으며, 최초 2022년 6월9일부터 조사 홈페이지 운영 및 실사를 시작했으나, 실사 진행 중 온라인 조사 참여자 자격 문제 발생으로 8월4일부로 조사를 중단하고, 2022년 8월22일부터 동년 10월21일까지 약 2개월간 실사를 진행했다. 해당 연구용역의 최종보고서는 2022년 12월에 국방부에 제출되어 같은 해 12월23일에 발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