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 감수하면서까지 노력하는 국민과 달리, 찬물 끼얹는 정부

[환경일보] 정부가 오는 2025년 전국 시행 예정됐던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사실상 철회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커피 등 음료를 일회용컵으로 구매할 때 개당 300원의 보증금을 부과하고, 이를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일회용컵 재활용률을 높이고 사용량을 줄이자는 취지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지난해 말부터 제주와 세종에서 우선 시행 중이고, 2025년에는 전국적으로 의무 시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환경부가 최근 전국의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의무화하기엔 사회적 비용 증가 등 무리가 따른다며 제도를 백지에서 검토하고, 지자체 자율에 맡기는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제도를 열심히 시행하고 정착해 가던 제주도는 강하게 반발했다. 제주도와 환경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정부가 방향을 선회하자 보증금제에 참여하던 가맹점들이 이탈 조짐을 보인다. 자원순환센터엔 용기에 붙이는 라벨 제작을 취소하려는 가맹점주들의 문의도 쇄도한다.

정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11월이면 시범운영 1년을 맞이하지만, 회수율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실제 관광객이 많은 제주 특성상 제도 정착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제주의 현재 컵 회수율은 80%에 이른다.

게다가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프랑스는 올해 초부터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회용 접시나 수저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독일은 무려 2003년부터 일회용기 보증금제인 ‘판트(Pfand)’를 시행하면서 일회용품 사용에 관한 규제를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일회용품 자체를 금지하는데도 정부는 오히려 정책을 축소하고 유예하는 등 시대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깝다. 더욱 화가 나는 건 회수율이 저조하다는 핑계다. 제주와 달리 세종시는 회수율 45%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45%도 적은 수치는 아니다. 쏟아지는 일회용품으로 경기 바다의 연평균 부유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해수 1㎥당 1.4개에 다다른다고 한다. 플라스틱으로 바다가 뒤덮이는 가운데 일회용품 전면 금지는커녕 컵조차 회수하지 않는다면 어쩌잔 말인가.

정부의 지적과 달리 국민은 기꺼이 불편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다. 점주와 고객이 노력과 참여로 환경을 지키기 위해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찬물을 끼얹는 행위는 당장 그만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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