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경한림원, ‘ESG 규제’ 주제로 22차 환경정책심포지엄 개최
해외 ESG 기준보다 국내 여건에 맞는 대책 및 조직 정비 필요
“에너지 더불어 생물다양성·순환경제, 기후변화 솔루션에 이용해야”

지난 20일 한국환경한림원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ESG 규제를 주제로 제22차 환경정책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사진=이다빈 기자
지난 20일 한국환경한림원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ESG 규제를 주제로 제22차 환경정책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사진=이다빈 기자

[프레스센터=환경일보] 박준영 기자 = 최근 기후변화, 에너지 위기, 경기 침체가 전 세계적인 문제로 떠오르며 이에 대비하기 위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 시장의 ESG 투자 규모는 2030년까지 100조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며, 산업계 ESG 경영을 촉진하는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의 지속가능성공시기준(ISSB), EU의 지속가능성정보공시지침(CSRD) 등 다양한 형태의 규제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규제들은 중소·중견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수출 중심의 우리 산업계는 ESG 규제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면, ESG 규제가 가져올 새로운 사업을 기회로 보는 시선도 있다. (사)한국환경한림원(회장 허탁)은 지난 20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프레스클럽에서 ‘ESG 규제 리스크인가 기회인가’를 주제로 제22차 환경정책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허탁 한국환경한림원 회장은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기업이 RSG 규제 관련 현안들을 파악하고 새로운 정책대안을 마련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진=이다빈 기자
허탁 한국환경한림원 회장은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기업이 RSG 규제 관련 현안들을 파악하고 새로운 정책대안을 마련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진=이다빈 기자

허탁 (사)한국환경한림원 회장은 환영사에서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순환경제 등 기후·환경 기술은 새로운 경쟁 환경에 직면하고 있으며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결정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며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ESG 규제 관련 현안들을 파악하고, 새로운 정책 대안을 마련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SG에도 허점 존재··· 국내에 맞는 ESG로 먼저 행동해야

심포지엄의 첫 발제자로 나선 김종대 인하대 교수는 ‘기후, 생물다양성 및 순환경제를 위한 녹색금융’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김 교수는 우선 ESG의 개념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ESG는 투자자들이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개념으로 묶어서 보는 경우가 많지만, ESG 각각에 대한 접근법은 달라야 한다”며 “S(Social)는 최소한으로 관리하는 게 최적이지만, E(Environment)는 위기가 곧 기회”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배구조(Governance)는 기업의 오너가 독점하고 있음에도 잘 경영 중인 기업들이 많다는 점을 제시하며 서양식과 동양식 지배구조 중 어떤 것이 더 좋은지 알 수 없으므로 현재의 G(Governance) 점수는 무시해도 좋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G 점수는 독립성이 중요한 이슈인 서양식 이사회를 바탕으로 점수를 측정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이사회는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종대 인하대 교수는 해외 기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ESG 기준 점수가 국내에 적용됐을 때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점수에 크게 연연하지 않을 것을 조언했다. /사진=이다빈 기자
김종대 인하대 교수는 해외 기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ESG 기준 점수가 국내에 적용됐을 때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점수에 크게 연연하지 않을 것을 조언했다. /사진=이다빈 기자

다음으로 ESG 통계의 문제점들을 몇 가지 제시했다. 우선 김 교수는 ESG 통계의 허점에 관해 설명했다. ESG 시장 통계에 따르면 ESG는 2023년 들어서 서서히 감소하고 있으나, 이는 ESG가 실제로 줄어드는 것이 아니고 ESG를 마케팅용으로 사용하는 이른바 ‘가짜 ESG’가 줄어들어 생기는 통계의 오류로, 실제 ESG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ESG의 정치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SG가 정치화되고 ESG 관련 정보를 공시할 것을 법제화하기 시작하면 기업들은 사회를 위해 이바지할 생각을 멈추고 정부가 제시하는 ESG 커트라인만 맞추려는 ‘컴플라이언스 이슈’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SK의 넷제로 선언, 포스코의 TNFD(TaskForce on Natur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테스크포스) 포럼 멤버 가입 등 아직 강제 규정이 아닌데도 전략적 효과를 위해 먼저 행동하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며 “나중에 가면 전략적 효과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행동해야 하는 시간이 반드시 온다. 기업들이 먼저 행동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국가의 넷제로 달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대부분의 나라가 2050년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에너지에 초점을 둔 넷제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순환 경제도 기후변화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에너지와 더불어 이 둘을 기후변화 솔루션에 이용한다면 넷제로 달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SG 규제 대응, 어려워 보여도 빨리 시작해야

이한경 에코앤파트너 대표이사는 ‘ESG, 환경(E)에서의 도전과제와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표하며 산업계 입장에서 ESG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그는 현재 ESG가 규제로서 유형화돼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산업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들을 밝혔다.

그는 “이제 환경 경영들이 토픽별로 공시해 항목들을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큰 영향들은 이제 기업들이 스스로 찾아 규명해야 한다”며 “기후변화 이슈는 기업들이 이미 익숙해졌으나 오염 관리, 생물다양성과 같은 부분들은 기업들이 스스로 규명하기에는 아직은 힘든 단계”라고 말했다.

또한 해외 기업들과 거래하며 수출하는 기업의 경우 기존에는 본인들이 생산하는 부품만 파악하면 됐으나, 이제 거래하고 있는 해외 사업장과 기업의 정책도 확인해야 하는 복잡함도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이한경 에코앤파트너 대표이사는 규제가 계속 복잡해짐에 따라 중소기업을 위한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중소기업은 힘들더라도 조직 개편을 통해 한시라도 빨리 ESG 규제에 대응을 시작할 것을 조언했다. /사진=이다빈 기자
이한경 에코앤파트너 대표이사는 규제가 계속 복잡해짐에 따라 중소기업을 위한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중소기업은 힘들더라도 조직 개편을 통해 한시라도 빨리 ESG 규제에 대응을 시작할 것을 조언했다. /사진=이다빈 기자

다음으로 이 이사는 제품 환경 규제에 대해 설명했다. 제품 환경 규제는 온실가스 순환 경제, 케미컬, 내구제 등을 다 아우르는 규제로서 대상 품목이 철강을 포함한 여러 내구제가 대상이다. 규제는 제품의 전과정 관리를 요구하고 동시에 제품의 안정성, 폐기되는 단계에서의 여러 가지 소셜 이슈를 요구하고 있다.

이 이사는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으로부터 정보를 받아 데이터를 작성해야 하는데, 기업이 을인 입장에서 데이터를 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처법에 대한 확실한 가이드가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디지털 패스포트는 여권을 사용하듯이 유럽으로 수입되는 제품이 추적할 수 있게끔 정보를 패스포트에 작성해 제공하고, 이 제품에 대한 순환 경제가 가능하게끔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중견·중소기업에 넷제로 실천 과제의 실현을 위해 방안에 대해 조언했다.

이 이사는 우선 중견·중소기업이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산업계 중 대기업은 조직 정비가 어느 정도 완료됐으나, 나머지 ESG 공시 범위에 걸치는 중견·중소기업은 무방비 상태이며 당장 조직 정비를 통해 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ESG 규제는 몇 년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다 준수하기 시작할 것이다. 실제로 설문조사를 해 본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ESG에 대한 난이도가 낮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즉, ESG 문제는 시간과 노력의 문제이지 풀지 못할 숙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강화되는 ESG 규제··· 업계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토론회에서는 정부, 은행, 법률, 기업 측 인사가 참여해 ESG 규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이다빈 기자
토론회에서는 정부, 은행, 법률, 기업 측 인사가 참여해 ESG 규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이다빈 기자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고문현 한국ESG학회 회장을 좌장으로, 서영태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장, 안욱상 KDB산업은행 실장, 윤용희 법무법인 율촌 파트너변호사와 천성현 포스코홀딩스 팀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서영태 과장은 토론을 통해 ESG 국내외 동향 및 대응 방향에 대한 환경부의 입장을 밝혔다. 환경부는 중소·중견기업 친환경 공정 전환을 지원하고 기업의 녹색 전환을 위한 녹색금융·투자 기반을 구축해 전 금융시장으로 산업계의 녹색 전환을 확산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기업의 ESG 규제 대응 역량 제고를 위해 ▷기업지원 소통·협업 체계 구축 ▷시스템 기반 기업지원 솔루션 제공 ▷ESG, 전과정평가, 녹색금융 전문가 양성 교육 ▷산학연 ESG 인식 확산 등을 제시했다.

안 실장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금융기관의 역할로 녹색금융 중점 지원 분야를 선정해 녹색상품 라인업을 구축·운용하고 여신 건별 녹색분류체계 기반 녹색성장 판단으로 그린워싱 방지, 녹색금융의 임팩트 측정 및 성과 관리를 고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녹색 생태계 활성화 지원을 위해 ▷자본시장 녹색금융 활성화 촉진을 위한 국내 녹색채권 시장 내 선도적 역할 수행 ▷플랫폼을 활용한 공급망 녹색 경쟁력 동반 강화 지원 추진 ▷지자체 녹색전환 지원 등을 제시했다.

윤 변호사는 준법 리스크를 넘어 ESG 리스크에 대한 인식과 대응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기업이 준법 리스크를 넘어선 ESG 리스크를 정확히 인식해야 하며 고객사 행동강령, ESG 평가지표, 정보공개 표준 등을 기반으로 리스크를 식별·선정하는 ‘ESG 리스크’까지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천 팀장은 국내 비금융권 최초 TNFD(Task-force on Nature-related Financial Disclosure,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테스크포스) 포럼 멤버에 가입하고 ESG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 운영, 그린워싱 리스크를 관리 강화하고 있는 포스코의 현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포스코 그룹의 벤처플랫폼 구축을 통한 벤처 육성, 포스멘트 굴패각 재활용 등을 통한 순환경제 도모, 사내 거버넌스 체계 재편, 그린워싱 및 투자의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22차 환경정책심포지엄에 참가한 패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다빈 기자
제22차 환경정책심포지엄에 참가한 패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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