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류 약속 4년이 지났지만 차일피일 미루며 동물단체 고발

[환경일보] 2019년 10월 마지막 남은 벨루가 ‘벨라’를 방류하겠다던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약속이 4년이 지났음에도 지켜지지 않으면서 동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벨라는 아직도 서울 잠실 지하의 좁은 수조에 갇혀 있다.

롯데 측은 지금까지 3번이나 약속을 어기며 벨루가를 해외 생츄어리에 보내겠다고 했지만 책임회피로 시간을 흘려보내고 말았다.

친구 둘을 먼저 보낸 흰고래 벨라가 롯데 수조에서 얼마나 더 버틸지 알 수 없는 상황인데도 롯데는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2026년쯤 이송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핫핑크돌핀스는 “일본기업이기도 한 롯데가 만약 일본 홋카이도 북부 오호츠크해 인근에 적당한 지점을 찾아 벨루가 생츄어리를 건립하고, 벨라를 그곳으로 옮기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단순히 해외의 보호시설로 옮기는 것 이상의 의지를 보여준다면 2026년까지라는 방류 연기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창펑 수족관에 갇혀 있던 리틀 그레이와 리틀 화이트를 해외 수족관업체 씨라이프가 인수해 방류하겠다고 발표하고 실제로 아이슬란드에 마련된 벨루가 생츄어리로 이송하는데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약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마련된 아이슬란드 생츄어리로 벨루가를 이송하겠다고 말만 하고 허비한 4년에 더해 총 7년을 기다리라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씨라이프가 만든 아이슬란드 벨루가 생츄어리 홈페이지에는 흰고래 10개체를 위한 공간이 바다 한켠에 마련돼 있다고 적혀 있다. 그리고 더 많은 벨루가들을 수용하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노르웨이에서 벨루가 자연보호구역을 만들고 있는 원웨일에서도 최근 롯데 측이 벨라를 보내겠다고 확언을 해주면 사업 추진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밝혔다.

동물단체들은 “책임감 있는 방류 절차는 벨라의 즉각적인 전시 중단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사진제공=핫핑크돌핀스
동물단체들은 “책임감 있는 방류 절차는 벨라의 즉각적인 전시 중단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사진제공=핫핑크돌핀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운영사인 (주)호텔롯데가 공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롯데월드 사업부문 영업이익은 41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수익 중에서 벨라를 통해 아쿠아리움이 벌어들인 이윤도 상당할 것이다.

야생에서 수명이 50년에 달하는 벨루가들이 이미 롯데 수조에서 두차례나 사망했다. 계절에 따라 하루에 100㎞ 정도를 이동하고, 수심 600미터까지 잠수하는 등 넓고, 깊고, 차가운 바다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무리 지어 살아가는 사회적 습성 때문에 비좁은 수조 생활 자체를 견디지 못하며, 자신이 감금돼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롯데는 최근 벨루가 방류를 촉구하는 시민단체를 상대로 형사고소했다. 수족관에 플랜카드를 붙이는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핫핑크돌핀스는 “책임감 있는 방류 절차는 벨라의 즉각적인 전시 중단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며 “그동안 롯데가 보여준 반생태적인 행태에 대한 반성과 방류 약속 이행을 촉구한다. 더불어 방류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한 시민들에 대한 법적 억압도 즉각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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