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차도 양쪽 모두 욕 먹을 각오하고 운행

[환경일보]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사람과 부딪혔다. 어떻게 될까? 정답은 ‘교통사고로 처리된다’이다. 자전거는 법률상 ‘차’에 해당하기 때문에, 자전거를 끌면서 횡단보도를 건넌다면 보행자이지만,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면 법률상 ‘차’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넌 것이기 때문에, 차가 사람을 충격한 교통사고가 된다.

이를 인도에 도입해도 마찬가지다. 자전거를 인도에서 타고 가다 사람과 부딪히면 역시 교통사고에 해당된다. 보행자가 다치지 않았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다쳤는데 자전거 운전자가 그냥 가버리면 ‘뺑소니’에 해당되고, 처벌을 각오해야 한다.

따라서 인도에서 자전거와 사람이 부딪히면 교통사고 처리 절차에 따라 치료는 물론 극단적인 경우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해 합의금을 지불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면 자전거는 어디로 가야 할까? 자전거와 인도 겸용도로는 자전거 이용이 가능하지만, 인도와 차도만 있고, 자전거 전용도로가 없는 경우에는 차로 가장자리를 이용해야 한다. 우회전 차량과 버스, 택시 등과 뒤엉켜 맨 끝 차선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교통법규를 잘 모르거나 도로 흐름을 모르는 자전거 이용자의 경우 자칫 사고를 당하기 쉽다.

아울러 끝 차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1차선에서 좌회전하는 자동차와 같이 좌회전을 하다가는 직진하는 자동차와 부딪히기 십상이다. 따라서 사거리에서는 번거롭더라도 자동차가 아니라 보행자로 변신해 횡단보도를 통해 자전거를 끌고 가야 한다.

그뿐이랴? 자전거의 영원한 앙숙 오토바이와의 신경전도 피할 수 없는데, 오토바이에 비해 상대적 약자인 자전거 입장에서는 피해다니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특히 난폭운전을 하는 오토바이를 만나면 차라리 인도로 피하는 게 낫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녹색성장을 아젠다로 내세우면서 자전거 도로를 확충한다고 떠들썩했지만 전체 길이만 늘었을 뿐, 실제로 출퇴근에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 도로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한강이나 그 지류인 중랑천, 양재천 등 고수부지를 따라 건설된 자전거도로는 길지만, 시내로 접어들면 지자체마다 자전거도로를 만들어 끊기기 일쑤고, 그마저도 제멋대로 만들어 실용성이 없다.

같은 지자체가 만든 자전거도로마저 관리가 부실해 방치된 곳이 많고, 자동차들이 침범해 우회전 전용도로로 사용하거나 불법 주차에 이용되는 경우가 많아 서울에서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것은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한다.

그럼에도 차선을 이용해 출퇴근한다면 “자전거가 왜 차도로 다니느냐”는 운전자들의 항의에 부딪히게 된다. 법률상 자전거는 차도를 이용해야 하지만, 이를 모르는 운전자가 매우 많기 때문에 욕설은 물론 사고위험에도 노출된다.

이처럼 자전거 출퇴근이 어려워지면서, 자전거는 내연기관의 대체수단이 되지 못하고 레저나 스포츠 수단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결국 자전거도로를 만든 목적이었던 온실가스와 화석연료 감축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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