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태안 국도에 조류충돌 방지 스티커 부착

[환경일보] 녹색연합은 오늘(10월 29일) 시민들과 함께 충남 태안군 77번 국도 송남교차로 인근에 설치된 투명 방음벽 약 110면에 새 충돌 저감 스티커를 부착했다.

새가 유리창을 인식하지 못해 부딪혀 죽는 ‘유리창 새 충돌’ 문제를 알리고 개선하기 위해 5년째 이어오고 있는 녹색연합 시민모임 ‘새친구’는 교육과 현장 모니터링, 충돌 저감 스티커 부착 활동을 아우르는 캠페인이다. 이번 새친구 8기 현장 활동에는 서울, 경기, 충남 등 각지에서 모인 시민 30여명이 함께 했다.

스티커 부착에 앞서 13일에는 온라인 화상 교육을 진행했다. 교육은 유리창 새 충돌 문제를 국내에 처음 알리고 수년간 연구를 이어오고 있는 국립생태원 동물연구실장 김영준 씨가 이끌었다. 새친구 참가자들은 교육을 통해 새 충돌 문제의 원인, 현황, 해결 방법 등을 다양한 각도로 이해하는 한편 모니터링 방법을 숙지했다.

녹색연합 새친구가  77번 국도 충남 태안 송남교차로 방음벽에 새충돌 저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사진제공=녹색연합
녹색연합 새친구가 77번 국도 충남 태안 송남교차로 방음벽에 새충돌 저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사진제공=녹색연합

활동 당일 현장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방음벽 아래 죽어 있는 촉새 사체를 마주했다. 새 충돌 저감 조치의 필요성을 다시금 되새기며, 스티커 부착 방법과 안전 수칙을 안내 받은 뒤 곧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스티커 내구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우선 먼지로 더럽혀진 유리창을 깨끗이 닦고 건조시켰다. 이어 깨끗한 유리창에 새가 인지할 수 있는 크기인 5×10㎝ 간격으로 점을 찍고, 그 위에 스티커를 붙였다.

간단하지만 인력, 시간,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문제를 인식하더라도 개인이 하기에는 어려운 작업이다.

이날 활동에 참여한 새친구 곽수민씨는 “새에 관심이 많아 평소에 탐조 활동을 하는데 이렇게 유리창 새충돌 문제가 심각한 걸 알고나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땡볕 아래에서 하는 작업이 힘들긴 했지만 앞으로 이곳에서만큼은 유리창 충돌로 죽는 새가 없을 거라 생각하니 뿌듯하다. 탐조를 함께 즐기는 동료들과도 새충돌 저감 활동을 꼭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녹색연합 새친구 활동 직전에 방음벽 아래에서 발견된 촉새(77번 국도 충남 태안 송남교차로)
녹색연합 새친구 활동 직전에 방음벽 아래에서 발견된 촉새(77번 국도 충남 태안 송남교차로)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야생조류 800만 마리, 즉 하루 평균 2만여 마리가 유리창에 부딪혀 목숨을 잃는다.

이 문제를 알리고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9년에 새친구 캠페인을 시작한 녹색연합은 그동안 충남 서산, 태안, 경기 용인, 제주 등에서 10회 이상 도로방음벽에 새충돌 저감 스티커를 붙였다.

교육, 모니터링과 더불어 캠페인을 진행하며 각종 언론을 통해 꾸준히 문제를 알려오는 동안 올해에는 큰 변화도 있었다.

6월부터 시행된 개정 야생생물법에 따라, 이제는 인공구조물에 부딪히거나 추락하여 죽는 생명이 없도록 공공기관이 관리하고 필요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다만 처벌 조항 등 강제성은 없어 현장에서 얼마나 잘 적용될지 여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실제로 개정법 시행을 앞두고 녹색연합이 서울시내 25개 구청을 대상으로 유리창 새 충돌 저감조치 관련 설문을 실시한 결과, 대부분의 자치구가 이전까지 저감조치를 시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향후 계획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구로구, 금천구, 노원구 단 3곳만이 저감조치를 시행했을 뿐, 설문에 응답하지 않은 15곳(강남구, 강북구, 강서구, 관악구, 도봉구, 마포구, 서대문구, 서초구, 성동구, 성북구, 송파구, 양천구, 영등포구, 은평구, 중구)을 포함하여 자치구 대부분이 저감조치를 시행한 적 없고 앞으로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녹색연합 새친구가  77번 국도 충남 태안 송남교차로 방음벽에 새충돌 저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사진제공=녹색연합
녹색연합 새친구가 77번 국도 충남 태안 송남교차로 방음벽에 새충돌 저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사진제공=녹색연합

한편 종로구는 아직 세부 계획 수립 전이지만 관련 법 개정 내용을 관계부서와 공유하며 추진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며, 금천구는 서울시 계획이 확정되면 그에 따라 시행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녹색연합은 서울시내 기초자치단체들이 유리창 새 충돌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야생생물법 개정안을 충실히 이행하게 하기 위해 온라인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새 충돌 문제 해결에 관심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디지털 시민광장 캠페인즈 플랫폼 내 ‘서울시 자치구에 요구합니다. 유리창 새충돌 문제 해결!’ 페이지를 통해 각 구청 담당자에게 새 충돌 저감조치 시행을 촉구하는 이메일을 보낼 수 있다.

녹색연합은 연중 캠페인을 이어갈 예정이며 야생생물법 개정안 시행 1년 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재차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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