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러시아 핵폐기물 해양 투기 금지··· 지금이라도 대안 검토해야

[환경일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지난 8월 시작됐지만, 언제까지 방류하는지 종료 시한은 없는 상태다. 앞으로 수십 년 또는 다음 세기까지도 계속될 수 있다. 일본 정부가 다른 정책과 접근법을 채택할 때까지 말이다.

일본 정부는 배에서 바다로 투기하는 핵폐기물과는 달리, 파이프라인을 타고 방류되는 방사성 폐기물은 ‘투기’가 아니라며 처리됐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한다. 터무니없고 비과학적인 주장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원자로에 남겨진 최소 880t의 핵폐기물을 제거하기 전까지 지하수 오염은 계속된다. 원자로에 붓는 냉각수도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되기 때문에 양은 계속 불어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NHK방송에 따르면 최근 바닷물에서 지금까지 가장 높은 농도의 삼중수소(트리튬)이 검출됐다. 2차 방류를 진행한 뒤 오염수 방출구 북쪽 약 200m 지점에서 채취한 바닷물을 분석한 결과 1ℓ당 16㏃(베크렐·방사성 물질 측정 단위)의 삼중수소가 검출, 지금까지 가장 높은 수치다.

도쿄전력은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음료수 수질 기준인 1만㏃을 크게 밑도는 것으로 안전에 영향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과학자들은 도쿄전력의 주장에 반대하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계속될수록 수치는 더 높아지고, 환경과 공중 보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교 생물학과 티머시 무쏘 교수는 지난 5월 삼중수소에 노출된 생명체는 엄청난 유전적 변화를 겪게 된다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체르노빌 원전 피폭을 2000년부터 연구했으며 2011년부터 후쿠시마 관련한 연구를 진행해 현재까지 130건의 과학 논문을 발표했다.

방사능은 정자와 난자, 특히 정자의 DNA에 영향을 미쳐 그다음 세대로 계속 이어진다. 정자가 방사능에 노출되면 태아 세포가 만들어지지 않고, 그래서 물고기의 생식 능력이나 개체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다.

일본은 정확히 30년 전 러시아 해군의 핵폐기물 해양 투기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런던협약·런던의정서 총회(IMO 총회)에서 주도적으로 방사성 폐기물 해양 투기를 전면 금지했다. 그런데 지금 일본은 충분히 실행할 수 있는 대안을 검토하지 않고, 이웃 국가는 물론 자국민의 반대까지 무시한 채 오염수 방류를 강행하고 있다.

IMO 총회에서 핵폐기물 투기 금지를 명문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일본이, 현재 해양 보호 역사를 퇴보시킨다는 게 참으로 안타깝다.

그러나 역사는 더디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항상 앞으로 나아갔다. 한국 정부는 과학적 증거에 따라 국제사회와 힘을 합쳐 오염수 방류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해양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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