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도 화석연료 사용량 증가··· 감축 의지 있나

[환경일보] 1980년대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 교과목에서 배우는 화석연료의 수명은 40년이 한계였다.

지구에 묻힌 석유, 석탄, 가스의 양이 한정돼 있으며 40년 후에는 자원이 바닥날 테고, 중동의 기름부자 나라들은 석유가 바닥나면 스포츠카 대신 낙타를 타고 다닐 것이라는 저주 섞인 전망이 대세였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떨까? 1980년대에서 40년이 지나 2020년대가 됐지만 화석연료는 바닥을 드러내지 않았고, 앞으로도 60년은 거뜬할 것으로 보인다. 

더 많은 화석연료가 발견되고, 채굴 기술의 발전으로 예전에는 수익성이 없었던 화석연료를 값싸게 캐낼 수 있게 되면서 화석연료 시대가 끝나기는 할 것인지 의문이 들 지경이다.

심지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석유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베네수엘라는 자국 내 복잡한 사정과 미국의 경제 제재로 원유 시추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다른 곳에서 퍼내는 석유만으로 수요를 충족하고 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를 소비하던 미국은 세일 혁명을 통해 자기네 땅에서 석유와 가스를 뽑아 쓸 수 있게 됐고, 더 이상 중동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됐다. 

그 결과 화석연료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한 미국의 석유회사들은 대박이 난 반면, 재생에너지에 투자한 유럽의 석유회사들은 미래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주가가 내려갔다. 시장 투자자들은 여전히 석유의 시대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이대로라면 인류의 멸망까지 언급되는 상황에서도 화석연료 사용은 줄기는커녕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파리 총회에서 온실가스를 줄이자고 전 세계가 약속한 이후에도 화석연료 사용은 한번도 감소하지 않았다.

인류의 멸망 운운하는 전 세계적 위기도 결국 인간의 욕심, 돈을 이길 수는 없었다.

우리나라 역시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우리나라 영해에서 유전이 터진다면, 우리는 지구의 미래를 위해 유전을 묻어두고 없던 일로 할까? ‘만약’이라는 가정이 붙기는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이야기다. 반대로 우리나라도 산유국이 됐다며 모든 언론이 대서특필하고 전국민이 기뻐할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기름 뽑아서 잘 먹고 잘 사는데, 우리 하나 희생한다고 티도 나지 않는 상황에서, 왜 우리만 기름을 뽑지 않을 이유가 있단 말인가? 누구도 양보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만 희생을 자처할 이유가 없을 것이고, 그것은 어떤 나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한 기후재난은 우리가 실감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 당장  11월 기온만 해도 30℃까지 치솟는 등 기후변화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그러나 기후위기 심각성과 별도로 지구 전체의 에너지 사용은 줄지 않을 것이다. 중국 경제는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고, 인도 경제는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28억 인구가 경제 성장을 가속화 하면 더 많은 화석연료를 소비할 것이고, 여기에 아프리카와 남미의 개도국들도 경제성장을 원할 것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파멸이 예정된 수순처럼 다가오고 있지만, 시장경제 논리를 이기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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