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따른 ‘실물경기’ 변동 확대··· 대비책 마련해야

[환경일보] 김장철을 앞둔 이달 배추와 대파 등 주요 김장 재료 가격이 40% 이상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달 배추 도매가격이 상품 기준 10kg에 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5561원보다 43.9% 높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야말로 ‘금배추’의 원인은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에 따라 출하량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올해는 폭염과 폭우가 반복돼 배추를 물러 썩게 하는 ‘무름병’이 번지는 환경을 조성했다. 특히 늦더위는 고랭지 배추에 직격탄이 됐다. 지난 9월 평균기온이 18.2도로 최근 10년 새 가장 높았다.

김장만 버거운 게 아니다. 초콜릿의 핵심 원료인 카카오 원두 가격이 엘니뇨에 의한 이상 기후로 4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원가 압박이 계속되자 미국 초콜릿 브랜드 허쉬는 최근 2년간 분기마다 제품 가격을 최소 7%씩 올렸다. 이러한 압박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 초콜릿을 사용하는 과자와 케이크 등 관련 식품 가격이 줄인상을 예고했다.

엘니뇨의 여파는 설탕 가격까지 뒤흔들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원당을 많이 생산하는 나라인 인도가 극심한 가뭄을 겪으면서 원당 수출 자체를 아예 금지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 수출량이 줄어들면 국제 가격을 뛸 수밖에 없다.

김치플레이션, 설탕플레이션 등 각종 재료에 인플레이션을 붙인 신조어들이 나오고 있다. 이 모든 원인이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사실은 새삼 놀랍지 않다. 엘니뇨 현상으로 인한 기상이변은 자연재해에 취약한 농업, 축산업, 수산업 등 1차 산업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문제는 내년엔 곡물 가격이 상승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엘니뇨 현상 이후 태평양 동쪽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은 현상이 지속되는 ‘라니냐 현상’이 발생해 추운 날씨와 폭설이 이어지고, 이에 따라 곡물 가격이 치솟을 전망이다.

지구온난화를 지나 지구가열화 시대를 사는 지금, 관련 정책은 답보 상태다. 아니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기후 관련 예산을 터무니없이 삭감했다. 게다가 연구개발 예산까지 삭감한 건 기후 대응이라는 중대한 책임을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행위다. 전 세계가 기후 대응을 위한 예산을 확대하는 점을 고려하면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기후위기는 이미 실물경제를 뒤흔드는 생존 문제가 된 지 오래다. 기후변화는 실물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므로, 기후변화에 따른 경기 변동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리스크 관리를 체계화해야 한다.

기후 대응에 있어 미래세대라는 말도 이제 거두자. 오늘날 기후위기를 온몸으로 겪고 있는 청년들과 어린이 그리고 시장 물가로 김장조차 버거워진 주부들을 위해 지금 당장 기후위기에 대한 선제적 지원방안 등을 마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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