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피일 시간만 끌다 소상공인 핑계로 정책 포기

[환경일보] 환경부가 ‘일회용품 계도기간 종료에 따른 향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24일부터 유예됐던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등에 대한 규제 시행을 일부 완화, 연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일회용품 품목에 따라 ‘과태료 부과’에서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는 지원정책’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골자다.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이유로 플라스틱 규제를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브리핑을 통해 플라스틱 빨대는 계도기간을 연장하고, 종이컵은 규제가 아닌 권고와 지원을 통해 줄이겠다고 밝혔다. 현장 적용이 어려운 점, 다른 나라들을 예로 들며 일회용품 사용제한 대상 품목에서 종이컵을 제외한다고 밝혔다.

종이컵 대신 다회용컵을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하지만 환경규제를 자율에 맡긴다는 것은 규제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종이컵 규제는 단순히 환경적인 문제만이 아니다. 최근 연구 결과들은 종이컵에 포함된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에 흡수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종이컵은 순수한 종이만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물을 담기 위해 안쪽에는 폴리에틸렌이라는 얇은 플라스틱 막으로 코팅을 한 것이다.

그런데 폴리에틸렌으로 코팅이 된 종이컵에 음료를 담아 마시면 이는 미세 플라스틱 폭탄을 섭취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한다.

지난해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종이컵에 뜨거운 물을 부었더니 리터 당 5조 개의 나노 플라스틱이 녹아 나온다고 한다.

나노 플라스틱은 100㎚ 미만의 작은 플라스틱이다. 5㎖ 미만의 미세 플라스틱보다 더 작은 플라스틱이다. 너무 작아서 척추동물의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크기다.

연구를 주관했던 장 마이스터 박사는 “이번에 발견된 나노 플라스틱은 사람의 세포 속으로 들어갈 수 있어 세포의 기능을 어지럽힐 수 있어 위험하다”고 밝혔다.

온도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22℃의 온도에서도 나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하니, 뜨거운 물만 조심해서 될 일이 아니다.

환경부는 소상공인의 피해를 핑계로 들었지만, 조금만 확대하면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 처리를 포기하면 생산비 절감으로 이어져 우리 제품이 수출이 잘 될테니 국가 경쟁력을 위해 수질오염 규제를 포기하겠습니다”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2019년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지금까지 환경부는 다회용기 세척 시스템 마련, 친환경 용기 생산업체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장관까지 나서 열심히 정책을 홍보했다.그리고 4년 후 결과가 바로 플라스틱 규제 포기다.

이쯤 되면 환경부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육성이 환경부의 역할인가? 아니면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만들어 지역의 건설경기를 활성화 시키는 게 환경부의 존재 이유인가?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하자면, 환경부 믿고 종이빨대 생산에 투자한 중소기업들은 왜 보호해주지 않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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