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조류 바다김과는 다른 녹조류 민물김
지역사회의 소중한 생명자원

환경부와 에코맘코리아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민물김 수중 촬영 /사진=삼척민물김연구센터
민물김 수중 촬영 /사진=삼척민물김연구센터

[녹색기자단=환경일보] 문기훈 학생기자 = 한국인의 밥상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양(兩)김이 있다. 바로 김치와 김이다. 사실 작년 한 해 김치 수출액이 1억4000만 달러에 달하는 동안 김은 6억4000만 달러를 넘어섰다는 자료를 보고, 우리나라와 김의 인연이 대단하다고 느낀다. 이름의 유래조차도 대표적인 성씨 ‘김’에서 왔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바다가 아닌 강원도 산골에서도 김이 자란다고 한다. 가장 생소하고 어쩌면 들어본 적도 없을 특별한 김인 민물김이다.

깨끗한 물과 수온 유지가 필요한 섬세한 김

Prasiola japonica라는 학명을 가진 민물김은 조류(algae)의 일종으로 바다김과 달리 계곡물에서 생육하는 담수조류이다. 한국과 일본의 일부 지역에 서식한다. 과거 '물김'이라는 이름으로 구전됐으며, 현대에 이르러 '민물김'으로 알려졌고, 민간에서는 1967년 강원도 삼척시 초등교육회에서 출간한 '초당 동굴 조사'에서 처음으로 언급된 바 있다.

대부분이 민물김의 존재를 처음 들어볼 것이다. 민물김의 분포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민물김은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강원도 삼척시 소한계곡 1km 내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생물이다. 과거 강원도 영월군에 막골계곡에도 서식했지만 1960년대의 탄광개발에 따른 영향으로 인해 해당 지역에선 사라지고 말았다.

소한계곡의 민물김은 식용으로 채취되어왔으며 그 규모가 1980년대의 15만장에서 2000년대의 3만장으로 대폭 줄었고 이후 계속해서 개체수가 급격하게 감소해와 지금에 이르렀다. 이처럼 협소한 분포와 적은 개체수로 보존 가치가 높아 삼척시는 민물김 종 보전 및 서식지 보호를 위해 2012년부터 이곳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으며 민물김연구센터 또한 운영 중이다.

서식지 파괴와 남획도 있었지만, 서식 환경의 까다로움도 있다. 민물김이 서식하는 소한계곡의 물은 1급수에 해당하며 석회암층을 뚫고 용출되어 석회수로 약알칼리성을 띤다. 우리나라 대다수 지역의 지질이 화강암 기반이다 보니 석회수는 찾기 힘든데 삼척이 바로 석회암지대이다.

유속과 수온 조건도 맞아야 한다. 소한계곡은 연간 수온이 13℃ 이내로 유지되며 1.5m/s 이상의 빠른 유속을 가진다. 물이 고여 있는 곳엔 민물김이 자라지 않고 이처럼 유속이 빠르고 햇빛도 적당히 비치는 바위 등에 붙어서 증식한다.

형태와 생활사에서도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민물김은 우리나라 담수 녹조류 중에서는 유일하게 잎의 모양이 나뭇잎과 같은 엽상(葉狀) 형태를 띠고 있다. 이는 포자가 유엽(幼葉)으로 발생할 때 3개의 세포질 이동통로를 따라 길이 방향으로 생장을 하다가 이후 너비 방향 생장이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일반 하천에서 보이는 머리카락 같은 사상조류가 엽장 생장만 거듭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민물김의 생식은 10~11월에 성숙한 개체가 유성생식으로 포자를 만들고 그것이 자라 7~8월에 성숙한 개체가 무성생식으로 포자를 만든다. 1년 중 유성생식과 무성생식 총 2번의 생식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똑같은 김? 바다김과 민물김의 차이?

민물김 포자의 발생 과정 /자료=삼척민물김연구소
민물김 포자의 발생 과정 /자료=삼척민물김연구소

민물김은 ‘김’이라는 명칭이 붙어있지만, 사실 조류에 속한다는 점만 빼면 바다김과는 먼 관계이다. 민물김은 녹조식물문의 민물파래속(Prasiola)에 포함된다. 하지만 바다김은 이 중에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홍조식물문의 김파래과에 속한다. 바다김은 홍조류이고 민물김은 녹조류이다.

홍조류와 녹조류 간의 차이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광합성 색소 구성의 차이를 꼽을 수 있다. 홍조류는 빛 에너지를 포획하는 피코비린 색소로 엽록소, 홍조소, 남조소 등을 함유해 이들이 합쳐진 적갈색을 띤다.

반면 녹조류는 엽록소에 의해 녹색을 띤다. 바다김은 원래 검은색에 가깝지만, 열처리하면 붉은 피코에리트린(홍조소)은 분해되고 비교적 열에 안정적인 클로로필(엽록소)는 상대적으로 많이 남아 우리가 먹는 구운 김들은 청록색이 나타난다.

영양학적, 약리적 가치도 있어

민물김은 영양학적 가치가 높다. 칼슘의 함량이 바다김의 13배, 우유의 10배이며, 철분은 바다김의 1.4배, 시금치의 60배이다. 인과 아연 함량도 높다. 비타민 B1은 바다김의 2.5배이다. 불포화지방산인 올레산과 리놀레산이 바다김의 3~4배로 혈중 콜레스테롤의 농도와 혈당을 낮춰주며 항염증 효과가 뛰어나다.

연구들에 따르면 알베린 화합물, 롤리오라이드 및 에탄올 추출물 등 민물김 유래 물질들은 항산화 기능, 염증성질환 억제, 상처치유, 주름 개선, 피부 미백 등 여러 약리 효능을 가지고 있다. 바다김에 없는 만니톨이라는 성분은 부종 완화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민물김은 지역의 값진 생명자원

민물김은 자생지가 삼척시와 일본의 규슈 정도가 전부인 세계적으로도 취약한 생물이다. 생물다양성 위기의 한 단면이지만, 선택하기에 따라 기회로서의 생명다양성이 다가온다. 관심이 쏠리는 곳에 수요가 생기고 정책적 공급이 따른다. 더 많은 사람이 민물김을 이야기하고, 기왕이면 강원도를 방문할 때 연구소도 방문해본다면 어떨까. 연구와 투자를 자극하는 사소하지만, 현실적인 행동이다.

보유한 특허자료를 찾아본 결과, 유속 및 유량조절과 경사면을 통해 실험실 수준에서의 안정적 양식 기술은 일단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가 진척되어 민물김 양식이 규모화를 달성한다면 민물김 개체 수 복원 물론 지역사회가 전국적, 세계적으로 특색 있는 문화적, 경제적, 생태적 자원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셈이다. 생물다양성 수호가 곧 모두가 이기는 방법임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가 되길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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