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 원인 제거 없이 탁상행정 반복

[환경일보]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로 최저로 떨어졌다. 도시국가도 아닌 5000만이 넘는 인구를 자랑하는 국가 가운데 1.0 밑으로 떨어진 나라는 우리뿐이다. 인구 1억이 넘고,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가 시작된 일본의 합계출산율도 1.0을 넘긴다.

게다가 우리는 이민에 대해서도 관대한 나라가 아니다. 단일민족이라는 미명 하에 다른 이들에게 매우 배타적이다. 결혼이민을 제외하면 사실상 한국 국적을 취득은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올해 상반기 합계출산율은 0.7을 기록했는데, 하반기 출산율이 더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0.7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그런데도 우리 국민은 큰 반응이 없다. 유례가 없는 합계출산율이 만성화되면서 웬만한 충격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합계출산율이 0.7 밑으로 떨어진다는 것은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일이다.

합계출산율이 더 떨어져 0.5에 달한다고 가정해보자. 합계출산율은 여성이 한평생 낳는 아이의 숫자를 말한다.

즉 여자 2명이 한 명의 아이를, 1000만명의 여성은 500만명의 아이를 낳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다음 세대는 500만명에서 다시 250만명으로 줄어들게 될까?

그렇지 않다. 500만명의 아이 중 절반만 여성이기 때문에 250만명의 여성이 0.5명의 출산율로 아이를 낳으면 125만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다시 말해 최초에 1000만명의 여자와 1000만명의 남자가 만나 2000만명이 부부가 되서 그들이 500만명의 아이를 낳게 된다. 인구가 1/4로 감소하는 것이다.

그 다음 세대에는 250만명의 여자와 250만명의 남자가 만나 500만명이 부부를 이뤄 125만명의 아이를 낳게 된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인구가 1/4로 감소하는 마법 같은 상황이 생긴다.

2000만명이 2세대를 거쳐 125만명의 아이를 낳는다는 소리는, 5000만명의 인구가 2세대를 거치면 고작 312만 5천명의 아이를 낳는다는 소리다.

올해 수능을 치른 인구가 대략 50만명 정도인데, 출생아 숫자는 25만명에 불과하다. 20년 후 수능을 보는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 확정됐고, 그에 따라 유치원부터 시작해서 대학까지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인구 절벽의 진짜 위기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지금껏 정부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엄청난 예산을 들여 수많은 정책을 쏟아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아이를 낳기 싫어하는, 혹은 낳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 중에는 최저임금보다 적은 60~100만원 정도의 낮은 금액으로 외국인 보모를 고용할 수 있게 하는 대책도 있다. 싼 맛에 보모를 외국에서 도입하면 아이를 더 많이 낳을 것이라는 논리다.

윤리적 혹은 법적인 문제, 예를 들면 세계노동기구에서 금지하는 인종과 국적 등에 따라 임금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 등을 들이밀지 않더라도,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내국인 보모조차 안심하지 못해 집안에 CCTV를 설치하는 상황인데,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인 보모를 믿을 수 있을까?

그렇게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보모들은 직업에 만족할까? 불법체류자가 되는 것만 감수하고 다른 직업을 구한다면 최저임금만 받아도 최소 2배 이상은 벌 수 있는데 고작 60만원에 만족할 외국인 보모가 몇이나 될까? 탁상행정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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