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사용 장기화로 아시아 지역의 재생에너지 전환 지연

[환경일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참석 중인 한국과 일본 정상은 현지 시각 17일(한국 18일) 수소와 암모니아의 공동 공급 네트워크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번 계획에선 공급망의 수소와 암모니아를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만든 ‘그린수소’와 ‘그린암모니아’로 제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명확한 장치가 없다면 화석연료로 만들어내는 ‘블루수소’와 ‘블루암모니아’가 확대돼 석탄과 가스 사용이 장기화되고 아시아 지역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지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블루수소와 암모니아는 아직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실패하고 있는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기후 관점에서 취약하다.

세계 최대 액화가스(LNG) 수입국인 한국과 일본은 국내외에서 화석연료 기반의 블루수소와 암모니아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은 24개 석탄 발전소를 암모니아 열병합 발전소로 전환하는 등 수소와 암모니아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석탄 사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한국은 내년에 청정수소 인증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지만, 여전히 화석연료 기반의 블루수소를 청정수소에 포함할지 여부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아시아 에너지 전환 전략의 일환으로 원자력 및 화석연료 기반 기술인 가스(LNG), 탄소 포집 저장(CCS), 암모니아, 화력발전소 수소 병합 연소 등에 150조 엔(약 1286조원)을 민관 공동으로 투자하는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X)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미쓰비시 상사, 한국의 롯데케미칼, 독일의 RWE는 지난 2월 미국에서 최대 1000만 톤의 블루암모니아를 생산하는 암모니아 생산 및 수출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의 미쓰이물산과 한국의 GS에너지도 아랍에미리트에서 아랍에미리트 국영 석유회사 ADNOC과 함께 최대 100만 톤의 블루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성남 정수장 그린수소 생산시설 /자료제공=환경부
성남 정수장 그린수소 생산시설 /자료제공=환경부

이번 발표에 대해 코넬대학교의 생태 및 환경 생물학과 교수이자 논문 '블루수소가 얼마나 친환경적인가'의 공동 저자인 로버트 하워스(Robert Howarth)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과학(적 증거)은 분명합니다. 블루수소는 청정하지 않으며, 이를 태우는 것은 단순히 화석 연료를 태우는 것보다 기후변화를 더 악화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블루수소와 블루암모니아의 확대를 촉진할 수 있는 공급망을 만들기로 약속함으로써 화석연료 기업들이 청정이라는 잘못된 기치 아래 오염을 계속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에너지 전환은 재생에너지와 직접 전기(전기를 기기의 에너지원으로 바로 쓰는 경우)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합니다. 다른 해결책이 없는 경우에만 그린수소를 유일한 청정 수소로 사용해야 합니다”

기후솔루션(SFOC)의 오동재 석유 및 가스 프로그램 팀장은 “한국과 일본에서 화석연료 산업은 수소와 암모니아를 청정에너지로 가장해 석탄과 가스를 연장하는 수단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두 나라 모두 직접 전기화 및 재생에너지와 같이 더 저렴하고 효율적인 대안을 우선시하기보다는 기존 화석연료 발전소에 수소 및 암모니아 연소를 추가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궤적을 고려할 때, 이번 발표는 화석연료를 그린워싱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공동 발표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오일 체인지 인터내셔널(OCI)의 아시아 프로그램 매니저인 수잔 웡(Susanne Wong)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암모니아와 수소를 화석연료와 혼소(co-firing) 하는 것은 기후위기 대응에 귀중한 시간과 자원을 분산시키는 위험한 교란술입니다. 이러한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은 비효율적이며 기후 목표를 달성할 만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못할 것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지구와 지역사회의 안전과 안녕보다 기업 이윤을 우선시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합니다”

기후 단체 E3G의 카트린 피터슨(Katrine Petersen) 수석 정책 고문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과 일본은 수소와 암모니아에 대한 집착으로 청정에너지 전환을 늦추고 있습니다. 양국은 대부분 검증되지 않았고 비싸며 비효율적인 기술인 석탄과 암모니아 병합 연소(혼소)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값비싼 자원 수입에 대한 의존도를 심화하고, 오염을 유발하는 석탄 발전의 시대를 연장하며, 탈탄소화로 중공업 부문이 필요한 암모니아 공급량을 분산시킬 뿐입니다.

또한 한국과 일본은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수소와 암모니아에 투자 유도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다른 국가들보다 뒤처져 있습니다. 진정한 기후 대응 경쟁력과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면 한국과 일본은 화석연료 혼소와 보편적 수소 및 암모니아 사용이라는 허황된 꿈을 버려야 합니다. 대신 철강, 비료, 해운 등 중공업 분야처럼 친환경 수소와 암모니아가 진정으로 필요한 분야를 전략적으로 공략해야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환경단체 ‘지구의 벗’ 일본 사무국장인 아유미 후카쿠사(Ayumi Fukakusa)는 이렇게 말했다.

CCS 도입에 따른 발전원별 발전 비용 차이. 석탄 및 가스발전소에 CCS를 부착할 시 비용은 급격히 늘어난다. /자료출처=호주 국립과학산업연구원(CSIRO)
CCS 도입에 따른 발전원별 발전 비용 차이. 석탄 및 가스발전소에 CCS를 부착할 시 비용은 급격히 늘어난다. /자료출처=호주 국립과학산업연구원(CSIRO)

“한국과 일본은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귀중한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자국의 에너지 안보를 위해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했으며, 이제 CCS, 수소, 암모니아 등 ‘거짓 해결책’을 홍보하며 화석연료 사용을 연장하려 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기술은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연장시킬 뿐이며 역내 탈탄소화에 기여하지 못할 것입니다. 일본과 한국은 재생 에너지나 에너지 효율과 같은 실질적인 해결책에 대해 협력해야 합니다. 일본은 우리 국민과 지구보다 기업의 이익에 부합하는 GX 전략을 추진함으로써 기후 리더인 척하는 것을 중단해야 합니다”

‘아시아 연구와 참여’(ARE)의 에너지 전환 프로그램 책임자인 커트 메츠거(Kurt Metzger)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ARE는 한국과 일본 정부가 화석연료 발전소의 공동 연소 연료로 암모니아와 수소를 위한 인프라에 투자하고 지원하는 것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들 정부가 전력망 인프라에 대한 투자 우선순위를 정하고 전력 부문에서 재생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부 정책은 전력 산업에서 화석 연료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데 맞춰야 하며, 암모니아와 수소에 대한 지원은 감축하기 어려운 산업으로 제한해야 합니다”

미국 텍사스 환경 캠페인(Texas Campaignfor the Environment)의 화석 연료 수출 캠페이너 캐서린 한(Katherine Hahn)은 이렇게 말했다.

“텍사스 걸프 연안에서는 화석 연료 인프라가 과부하 상태이며 텍사스는 오염뿐만 아니라 기후 위기로 인한 극심한 기상 이변의 최전선에 서 있습니다. 우리는 많은 피해를 입혔던 기업과 금융가들이 이제 자신들의 사업을 친환경화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을 보는 데 지쳤습니다. 우리는 국제 투자자와 정부의 이익을 위해 화석 연료 사용과 지역 사회의 희생을 계속할 뿐인 수소 및 암모니아 프로젝트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실제 솔루션에 자금을 지원해야 합니다”

인플루언서맵(Influence Map)의 장유나(Yuna Chang) 한국 지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과 일본의 주요 기업들은 수년 동안 정부에 수소와 암모니아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화석 기반 수소와 암모니아의 사용 확대와 가스(LNG) 및 석탄과의 혼소를 요구하는 업계의 요구는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과학 기반 정책에 대한 IPCC의 지침과 크게 어긋납니다. IPCC는 수소와 암모니아가 핵심적인 탈탄소화 기술이 될 수 있지만, 저탄소 방식으로 생산되고 감축이 어려운 부문의 특정 용도로 사용될 때만 가능하다는 과학적 연구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IPCC는 각국이 모든 경우에 화석 연료 기반 인프라의 사용을 연장하는 것보다 재생 에너지를 우선적으로 채택할 것을 촉구합니다. 이 문제에 대한 업계의 주장은 기후 과학과 모순되며, 국가 정책에도 동일한 입장이 반영되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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