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국립공원도봉사무소 이진범 소장

북한산국립공원도봉사무소 이진범 소장
북한산국립공원도봉사무소 이진범 소장

[환경일보] 대한민국은 22개의 국립공원이 있다.

그중 북한산국립공원은 1983년 15번째로 지정됐으며 서울‧경기를 통틀어 유일한 국립공원이다. 또한, 서울‧경기의 도심지에 위치함에도 산악형 자연공원으로서 경관, 지형, 문화, 역사, 인문, 생태 그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놀랍도록 훌륭한 보호구역이다.

우리는 세계적으로도 예를 찾기 힘든 매우 독특하고 경이로운 공원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까지 도심 속 지하철을 타고 있던 사람이 내리자마자 처음 마주하는 북한산국립공원의 자태는 누구에게나 압도적 풍광으로 다가온다고 하는데 요즘 증가하는 외국인 탐방객의 표현대로라면 unbelievable(믿을 수 없는)이다.

국립공원은 자연공원법에 따라 엄격히 보호되고 있으며 제1조(목적)에는 ‘자연 및 문화경관 등을 보전하고 지속 가능한 이용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기하고 있다. 여기에서 ‘이용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라는 조문은 개발이나 훼손을 막고 국립공원을 온전히 보전해 정해진 조건 내 탐방을 허용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 소중한 자산을 미래세대에 물려줘야 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이며 ‘이용 도모’는 탐방의 기회를 충실히 제공한다는 뜻으로 국민이 모두 동일하게 갖는 권리이자 의무이다.

척수장애인이 소정의 교육을 이수한 뒤 산악용 휠체어를 타고 북한산우이령 길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제공=북한산국립공원도봉사무소
척수장애인이 소정의 교육을 이수한 뒤 산악용 휠체어를 타고 북한산우이령 길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제공=북한산국립공원도봉사무소

국립공원공단은 자연공원법 73조 4에 따라 공식 인증된 수준 높은 탐방프로그램을 국민에게 제공해 포용적 생태복지를 구현하려 한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주어진 국립공원의 탐방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바로 두 발로 걸을 수 없는 척수장애인이다.

비장애인이야 정해진 탐방로를 이용해 자유롭게 탐방을 즐길 수 있지만, 장애인들이 자력으로 국립공원을 탐방한다는 것은 요원한 현실이다. 살기 편하다는 도심에서도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현실이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노령층이나 장애인을 위한 케이블카 설치가 필요하다 역설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국립공원의 자연성을 우선하는 가치와 부합하기 힘들고 법적 문제와 사회적 합의도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지체장애인 중 36.4%가 서울‧경기에 거주(2021년 보건복지부 자료)한다고 한다.

앞서 밝혔듯 장애인은 도시에서조차 교통약자로서 어려운 환경에 처한 것을 주목해 도시보다 훨씬 어렵겠지만 척수장애인이 자력으로 북한산국립공원 탐방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질문과 고심을 반복한 끝에 산악용 휠체어를 도입하게 됐다.

산악용 휠체어는 유럽에서 먼저 개발·보급됐으며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사례이다. 건장한 자원봉사자 5명이 도와야만 이동이 가능한 ‘전신마비 장애인용 트레킹 휠체어’와는 달리 산악용 휠체어는 상반신 사용 가능한 척수장애인이 직접 조작해 자력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다만 장비 자체가 처음이고 조작법이 다소 생소해 먼저 운영단(북한산국립공원도봉사무소-척수장애인협회)으로부터 소정의 교육을 이수한 뒤 휠체어를 대여받아 북한산우이령 길을 자유로이 이용하도록 했다.

척수장애인 가족에게도 산악용 휠체어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제공=북한산국립공원도봉사무소
척수장애인 가족에게도 산악용 휠체어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제공=북한산국립공원도봉사무소

2021년 구매 이후 더욱더 다양한 척수장애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보유 대수도 늘려가고 있으며, 아울러 척수장애인 가족에게도 산악용 휠체어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하고 작은 시도들이 척수장애인들에게 조금이나마 응원이 됐으면 하고,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장애인 이동권 인프라가 뒤처지지 말고 꾸준히 조성되길 간절히 바란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