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으로 무너진 식량 안보··· 다양한 대비책 마련 시급

[환경일보] 기후변화가 우리 밥상의 위기로 돌아오고 있다. 밥상 위 과일과 채소 가격에서 시작해 기후변화가 촉발한 국제적인 식량 안보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보고서에서 1991~2021년 30년간 재난으로 인한 농작물과 가축 손실액을 3조8000억달러(한화 약 5134조원)로 추산했다. 연평균으로는 약 1230억달러(약 166조원)로 연간 최대 5억명을 먹일 수 있는 양이다.

폭염과 홍수, 가뭄, 폭우, 산불, 곤충해, 질병, 전쟁 등 자연적이거나 인위적인 재난으로 인해 한해 지구촌 5억명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1970년대 연간 약 100건이었던 이 같은 재난이 최근 20년 동안 연간 400건으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FAO의 자료에는 어업과 임업에 대한 손실은 포함되지 않아, 실제 피해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전쟁과 같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식량 안보 위기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은 많은 이들을 굶주리게 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확전되면 중동 지역의 식량 불안정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세계은행(WB)은 현재로서는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이 크지 않지만, 충돌이 고조되면 원유 등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생산·운송비용이 늘어나 식량·비료 사정이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쟁 발발 전이던 지난해 가자지구에서는 이미 전체 주민의 53%인 119만명이 식량 불안정 문제에 직면한 상태였다. 이번 전쟁으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물자 반입을 통제하면서, 주민 모두가 즉각적인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태다. 앞으로 식량 사정에 허덕이는 주민들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제사회는 식량 보호를 위해 빗장을 걸어 잠글 게 뻔하다. 전 세계 최대 쌀 수출국으로 세계시장의 40%를 차지하는 인도가 지난해 이어 올해도 쌀 수출을 제한했다. 지난여름 가뭄에 이은 폭우로 수확량이 급감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식량 자급률 45%인 우리나라는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쌀을 포함해 유지된 수치고, 쌀을 제외하면 보리 38.2%, 콩 30.4%, 밀은 0.8% 수준이다. 여기에 집에서 기르는 소나 돼지까지 먹이려면 곡물 자급률은 20% 남짓에 불과하다.

기후변화가 가져올 식량 위기야말로 현재 대한민국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다. OECD 가입국 중 식량 안보 지수가 최하위를 차지할 정도로 식량 안보에 취약한 나라지만, 대비책은 전혀 없는 상태다.

좁은 땅과 환경을 탓하기보단 다양한 실질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보다 땅 면적이 좁은 싱가포르는 도시 농업을 확장해 식량 안보를 강화하고 있다. 옥상 농장 등 도시 속 농장 개발과 과학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팜으로 도심 속 식량 자급자족을 실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다양한 식물 품종을 기르고, 조기 경보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 등도 대비책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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