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주가에 기후 리스크 반영되면 포스코 그룹에 재무적 타격 불가피

[환경일보] 한국 포스코(POSCO)의 미흡한 탈석탄 정책과 비윤리적 인권 및 환경 경영 사례가 회사의 미래 자금 조달에 어둠을 드리우고 있다는 글로벌 민간 금융 분석 단체 뱅크트랙(BankTrack)의 분석이 나왔다.

뱅크트랙은 지난 23일 기후와 인권 측면 문제 기업의 사업과 그 사업에 대한 은행의 지원 내역을 분석하는 ‘은밀한 거래’(Dodgy Deals) 사이트에 국내 최대 철강기업인 포스코의 내역을 공개했다.

공개된 내역에는 기후솔루션과 청년 기후단체 빅웨이브가 참여한 기후 및 인권 관련 캠페인에서 제기한 문제 지점이 다수 포함됐다.

뱅크트랙의 포스코 ‘은밀한 거래’ 홈페이지 갈무리 /자료제공=기후솔루션
뱅크트랙의 포스코 ‘은밀한 거래’ 홈페이지 갈무리 /자료제공=기후솔루션

뱅크트랙은 세계 민간 부문 상업은행과 이들이 자금을 지원하는 활동을 감시하는 시민단체로, 은밀한 거래(Dodgy Deals)는 문제 회사와 금융권과 관계를 분석해 내는 이 단체의 대표 캠페인이자 데이터베이스이다.

화석연료 기업 엑슨모빌(ExxonMobil), 다국적 곡물 기업 카길(Cargill) 등이 여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뱅크트랙이 2016년부터 현재까지 포스코와 포스코 홀딩스(포스코의 모회사)에 대출과 채권 등을 제공한 세계 금융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20곳을 분석한 결과, 9곳이 거래하는 철강 회사 대상 구체적인 철강 탈탄소 목표를 명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기에 더해 내년까지 3곳이 추가로 목표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철강 탈탄소화에 대한 객관적이고 투명한 정책을 마련해야 포스코가 앞으로 필요한 금융 서비스를 확보할 수 있을 것임을 뜻한다.

분석 대상이 된 세계 은행들의 철강 탈탄소화 목표는 2050년까지 대출 포트폴리오를 탄소중립으로 만들겠다는 은행들의 자발적 약속인 ‘넷 제로 뱅킹 얼라이언스’(Net Zero Banking Alliance)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여기 참여하는 은행들은 자신의 금융을 제공받는 철강 기업의 경우 철강 생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45%가량 감축해야 한다는 기준을 세우고 있다.

포스코의 최대 금융 제공사인 HSBC 경우 2030년까지 생산 철강 톤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42% 감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뱅크트랙의 조사에 의하면 2016년 이후 포스코의 부채 가운데 93%가 대출이 아닌 채권에서 발생했으며, 포스코의 금융기관은 대부분 한국, 유럽 및 미국의 은행이다. 또한 일본과 중국 금융기관의 지원도 일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집약적 산업을 주력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국내 총발전량 중 2019년 기준 40.4%라는 높은 비율로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집약적 산업을 주력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국내 총발전량 중 2019년 기준 40.4%라는 높은 비율로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대기오염으로 506명의 조기 사망 발생

이런 상황임에도 이날 뱅크트랙이 공개한 포스코의 은밀한 거래(Dodgy Deals) 내역에 의하면, 포스코는 철강의 기후 대응 및 인권 및 환경 경영에서 적절한 대응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아 금융 조달 측면 위험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는 온실가스 다배출 설비인 석탄 기반 고로(선철을 만드는 용광로) 2기를 총 8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들여 개수하는 데 착수했다.

이에 지난 10월 기후솔루션을 비롯한 세계 24개 환경시민단체가 항의 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이런 석탄 고로에서 발생하는 대기 오염물질은 주변 지역 주민의 건강에도 심각한 위협이다.

기후솔루션과 핀란드의 대기 환경 연구단체인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의 공동 연구에 의하면, 2021년 포스코의 석탄 고로 기반 철강 생산 과정에서 비롯된 대기 오염이 약 506명의 조기 사망, 150명의 천식 환자 및 60건의 조산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솔루션의 이명주 철강 책임은 “포스코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일관제철소인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에서 석탄 기반 철강 생산에 의존해 막대한 온실가스 및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국내외 24개 환경단체가 한 목소리로 구체적인 감축계획이 없는 포스코의 고로 개수를 지적하는 연대서한을 보냈지만, 포스코는 두달여가 되도록 공식 답변을 보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포스코 인터내셔널의 자회사 ‘PT Bio Inti Agrindo’(PT BIA)는 인도네시아 파푸아에서 3만4천여 헥타르의 팜유 플렌테이션 농장을 운영하면서 원주민의 자유롭고 공개된 정보에 기반한 동의(FPIC) 없이 사업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미얀마 인권단체 Justice for Myanmar 등에 의하면 포스코는 억압적인 미얀마 군사 정부의 가장 큰 수입원인 현지 가스전에 대해 공동 사업을 벌이고 있다.

뱅크트랙의 줄리아 후브니어(Julia Hovenier) 연구원은 “포스코가 현재 석탄 기반 철강을 생산하거나 인도네시아의 삼림을 파괴하는 것은 미래 기후 완화와 커뮤니티 재건의 비용을 급격하게 올리는 행위이다. 투자자들은 포스코 홀딩스와 그 자회사에게 인권을 존중하고 신뢰할만한 전환 계획을 세우도록 촉구하여야 할 것이다. 또 포스코가 이런 계획을 수립하지 않는다면 미래에 금융 지원을 받는 것은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이 철강의 원재료와 생산 방식에 따라 탄소 배출 기준값을 부여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10월1일부터 시행했다.
유럽연합(EU)이 철강의 원재료와 생산 방식에 따라 탄소 배출 기준값을 부여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10월1일부터 시행했다.

탈탄소 경영 요구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포스코를 상대로 소액주주 운동을 펼치고 있는 청년 기후단체 빅웨이브 김민 대표는 "청년 주주들은 한국의 온실가스 다배출 1위 기업인 포스코에 탈탄소 경영을 요구하며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을 하고 있다. 기업 주가에 기후 리스크가 반영되면 포스코 그룹에 재무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포스코 그룹은 파리협정 1.5℃ 목표에 부합하도록 자사의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뱅크트랙은 이번 발표를 통해 포스코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기관은 포스코가 인권을 존중하고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전환 계획을 세우고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며 ▷포항 제4고로의 탄소배출 감축 계획 공시 ▷포스코홀딩스의 금융사로서 영향력을 행사해 광양 제2고로 개수 계획 취소, 새로운 저탄소 시설로 교체하는 한편 명확한 배출량 감축 계획 공개 ▷포스코홀딩스가 포스코의 탄소중립 로드맵(2030년까지 10% 감축, 2040년까지 50% 감축, 2050년까지 넷제로)에 따라 국내외 모든 고로 설비의 단계적 폐지 계획 공시, 전기로(EAF)에 의한 수소 저감 공정 및 스크랩 기반 제철로의 설비 전환 계획 발표 등을 촉구했다.

한편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과 대응의 필요성은 철강의 수요자와 소비자 사이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제조 부문 탈탄소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마이티 어스(Mighty Earth)의 매튜 그로치 탈탄소화 캠페인 수석이사는 “파푸아뉴기니와 인도네시아에서 팜유 생산을 위해 산림 벌채에 관여하는 것이든, 현대자동차그룹과 GM을 포함해 한국 및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에 더러운 석탄으로 생산한 철강 부품을 공급하는 것이든, 포스코는 이제 행동을 바꿔야 할 때다. 금융사는 한국의 대표적인 산업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이 국내외에서 기후대책이 미흡하다는 점에 책임을 묻고, 포스코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궤도에 오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1967년에 설립된 포스코그룹(포스코홀딩스)은 현재 45개국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세계에서 7번째로 큰 철강사이다. 주요 사업은 철강 생산이며 2004년부터는 포스코 인터내셔널 등 여러 자회사를 통해 석탄화력, LNG, 팜유 등의 에너지 및 농업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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