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도 없는 사업에 천문학적인 사업비 투입

[환경일보]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지난 2023년 3월, 41년 만에 허가를 받았다. 빠르면 2026년 설악산 오색약수터 근처에서 출발하는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1430m 고지인 끝청까지 올라갈 수 있게 됐다.

지금도 설악산에는 케이블카가 있다. 설악 소공원과 권금성을 오가는 1.1㎞ 길이의 케이블카가 운행 중이다.

권금성 케이블카 끝자락은 돌산으로 바뀐 지 오래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오가면서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됐고, 각종 시설물을 유지보수 하는 과정에서 시멘트를 덕지덕지 쳐발라 흉물스럽다.

새로 설치될 예정인 케이블카는 이보다 훨씬 긴 3.3㎞에 달한다. 따라서 사업에 필요한 비용도 엄청난데, 국비 지원 없이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만 진행되는 사업비가 무려 1172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사업 주체인 양양군은 일회성 행사인 착공식에 거액의 예산을 사용하면서 비판을 받았다.

양양군은 추가경정예산에 케이블카 사업 착공식 예산 5억원을 편성해 군의회에 제출했고, 같은 편인 양양군의회에서조차 ‘과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도시에 비해 턱없이 재정자립도가 낮은 양양군이 ‘쇼’ 한번에 5억원을 쓴다는 것은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결국 착공식 예산 5억은 40% 깎인 3억원으로 퉁쳤다.

가장 중요한 환경문제를 제외하고서도, 이 사업이 과연 경제성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2015년 발표 당시 587억원이었던 사업비는 현재 1172억원으로 2배 가량 늘었다. 완공 예정인 2026년에는 얼마로 불어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당초 강원도와 양양군은 300억원 정도를 국비에서 지원받을 계획이었지만, 여의치 않자 착공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전액 지자체 재정에서 충당하겠다고 계획을 바꿨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비 1172억원은 양양군이 948억원, 강원도가 224억원을 분담하게 된다. 참고로 양양군의 2023년 예산은 4347억원에 불과하다.

이렇게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은 케이블카 사업의 경제성도 장담할 수 없다. 다른 곳도 아닌 양양군의 오색 케이블카 사업 타당성 조사에서 수익성지수는 1이 안 된다. 2015년에 비해 사업비가 2배로 뛰었기 때문이다.

1을 넘으면 경제성이 있지만 여기에 미달하면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은 0.8307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행안부는 2015년에 이미 투자심사를 통과했다는 이유로 재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단정 지었다.

한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2017년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위원장이던 시절 ‘문화재청이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에 따른 문화재 현상변경허가를 불허한 것은 부당하다’고 결정한 바 있다. 이 결정으로 중단된 케이블카 사업이 재개됐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지난 2017년 강원도 양양군 공무원들은 설악산 케이블카 경제성보고서 사문서 혐의로 벌금형을 구형받고, 고등법원에서 벌금형이 확정된 바 있다.

설악산이 지닌 환경적 가치는 철저히 무시됐다. 설악산국립공원은 대한민국 국민이 사랑하는 자연이 아니라 양양군의 토목사업과 관광사업을 위한 밑천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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